◆“또 터졌다”…49일 만에 반복된 대형 사고[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 경북 영덕 풍력발전단지에서 또다시 중대 사고가 발생했다.지난 2월 2일 21호기 블레이드 파손으로 타워가 꺾이는 사고가 발생한 지 불과 49일 만이다. 이번에는 화재였다. 그리고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23일 오후 1시 11분께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 풍력발전단지 19호기 블레이드에서 불이 났다.    당시 재가동을 위한 정비 작업이 진행 중이었으며, 유지·보수업체 소속 노동자 3명이 숨졌다.같은 단지, 같은 핵심 부위(블레이드), 짧은 시간 간격. 현장에서는 이를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영덕군 영덕읍 창포리 주민 김모(62)씨는“지난 사고 때도 불안했는데 결국 또 터졌다”며“사고라기보다 계속 쌓여온 문제가 터진 것 같다”고 말했다.◆ “멈춰도 위험”…정비 작업 중 참사사고 당시 발전기는 가동이 중단된 상태였다. 그러나 안전은 확보되지 않았다.작업자들은 블레이드 균열 수리 작업을 진행 중이었고, 이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고소·밀폐·복합소재 작업이 동시에 이뤄지는 풍력 정비 특성상 작은 변수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현장 안전관리 경험이 있는 관계자는“정비 작업은 가동 중보다 더 위험한 경우도 많다”며“작업 절차와 통제 기준이 제대로 지켜졌는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70m 상공 화재…“초기 대응 사실상 불가능”이번 사고를 키운 결정적 요인은 ‘높이’였다.화재는 지상 약 70~80m 상공에서 발생했다. 지상 접근이 어려운 구조에서 초기 진압은 사실상 불가능했다.블레이드는 유리섬유 복합소재로 제작돼 불이 붙으면 내부까지 빠르게 연소된다.산림 당국 관계자는“블레이드 화재는 내부 연소가 시작되면 진압이 거의 불가능하다”며“결국 확산을 막는 수준의 대응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실제로 이날 화재 역시 초기 진화에 실패하며 불길은 바람을 타고 산림으로 번졌다.◆산지 입지 ‘치명적 변수’…곧바로 산불 확산풍력발전단지의 입지도 사고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해당 단지는 산림과 맞닿은 능선에 조성돼 있어 설비 화재가 곧바로 산불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이번 사고에서도 불길은 인근 야산으로 번졌고, 헬기 14대와 장비 49대, 인력 253명이 투입된 끝에 오후 6시 15분께 진화됐다.주민들의 공포는 컸다.영덕군 영덕읍 노물리 주민 박모(54)씨는“불길이 산으로 번질 때 집까지 오는 줄 알고 짐부터 챙겼다”며“아이들 데리고 대피할 생각에 손이 떨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또 다른 주민은“이제는 바람만 불어도 발전기 쪽을 보게 된다”며“또 불이 날까 봐 밤에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 불안감을 호소했다.◆“이상 없음” 9개월 만에 참사…점검 신뢰 흔들사고 설비는 불과 9개월 전 안전진단에서 ‘이상 없음’ 판정을 받았다.문제의 19호기와 파손된 21호기 모두 같은 결과였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한 산업안전 전문가는“현재 점검은 외관 위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블레이드 내부 균열이나 피로 누적을 놓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현장에서는 “종이로만 안전한 설비였다”는 비판이 나온다.◆20년 노후 설비…“교체보다 운영 우선”해당 풍력발전단지는 2005년 준공된 24기, 39.6MW 규모 시설이다. 대부분 설비가 20년에 가까운 사용 기간을 넘겼다.사고가 난 발전기는 타워 높이 78m, 블레이드 길이 40m의 구형 모델로 파악됐다.노후화에 따른 구조적 피로 누적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설비 교체는 이뤄지지 않았다.현장 관계자는“발전이 가능한 한 계속 운영하는 구조”라며“교체보다 유지가 우선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외주 구조 속 안전 공백…“위험은 현장에”숨진 작업자 3명은 모두 외주업체 소속이다.운영과 정비가 분리된 구조 속에서 현장 안전책임이 분산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노동계 관계자는“고위험 작업은 외주 노동자가 맡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며“사고가 나면 책임은 나뉘고 피해는 노동자에게 집중된다”고 비판했다.◆반복되는 사고…“또 조사로 끝날까”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사고 원인과 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그러나 주민들의 시선은 냉담하다.“조사는 늘 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이번에도 시간 지나면 끝날까 봐 더 불안하다”현장의 불신은 깊어지고 있다.◆‘사건’ 아닌 ‘구조’…바뀌지 않으면 반복된다이번 영덕 사고는 단일 사고가 아니다.설비 파손 → 정비 작업 → 화재 → 산불 확산으로 이어진 복합 재난이다.노후 설비, 점검 한계, 외주 구조, 산지 입지.위험 요소는 이미 충분히 존재했다.전문가들은 공통된 결론을 내린다.“이건 사고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다.”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다음 사고는 시간 문제라는 경고가 나온다.   영덕군 관계자는“이번 사고로 주민 불안이 크게 높아진 만큼 현장 안전관리 전반에 대해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관계 기관과 협력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이어“풍력발전단지의 노후 설비와 정비 작업 과정에서의 안전 문제에 대해서도 실태를 다시 들여다볼 계획”이라며 “필요할 경우 추가 점검과 보완 조치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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