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이 경북 문경의 관광 지형을 바꾸고 있다.
스크린 속 감동이 현실 공간으로 이어지며 촬영지와 역사 현장을 찾는 발걸음이 급증하고, 잊혔던 인물과 이야기가 다시 소환되는 모습이다.누적 관객 수 1천500만 명 돌파를 앞둔 이 영화는 ‘단종 앓이’와 ‘엄흥도 열풍’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며 단순한 흥행을 넘어 지역 관광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대표 촬영지인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은 영화 개봉 이후 방문객이 급증했다.
지난 2월 4일 개봉 이후부터 3월 22일까지 3만7천644명이 찾으며, 전년 같은 기간(2만3천663명) 대비 약 59% 증가했다. 체감상으로는 60%에 가까운 상승세다.문경관광공사는 영화 흥행에 따른 ‘스크린 투어’ 수요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영상 콘텐츠 속 공간을 직접 체험하려는 관광객들이 대거 유입된 것이다.이에 맞춰 관광 콘텐츠도 확장되고 있다. 문경새재관리사무소와 문경관광공사는 지난 14일부터 10월 말까지 매주 주말과 공휴일, 축제 기간에 오픈세트장 내 조선시대 왕궁 건물인 사정전에서 무료 한복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특히 올해는 운영 방식이 대폭 개선됐다. 기존에는 실내 촬영 위주 체험에 그쳤다면, 올해부터는 한복을 입은 채 오픈세트장과 문경새재 일대를 자유롭게 이동하며 촬영이 가능하도록 했다.
관광객들은 궁궐과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보다 몰입감 있는 체험을 즐길 수 있게 됐다.곤룡포와 당의 등 왕과 왕비 복식 체험은 물론 용상 체험까지 마련돼, 방문객들은 조선시대 주인공이 된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최근 K-콘텐츠 확산과 맞물려 한복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높아진 점도 이번 프로그램 확대의 배경으로 작용했다.촬영지뿐 아니라 영화 속 인물의 삶을 좇는 역사 탐방도 확산되고 있다. 문경시 산양면 위만1리, 이른바 ‘우마이 마을’은 충의공 엄흥도의 후손들이 모여 사는 집성촌으로, 최근 주요 답사지로 부상했다.이곳에는 엄흥도를 기리는 사당 ‘충절사’와 제향 공간인 ‘상의재’, 그리고 마을 주민들이 조성한 소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영화 흥행 이후 답사객이 늘면서 포토존도 새롭게 설치됐다.소공원은 엄흥도의 충절과 단종의 비극적 역사를 기리는 공간으로, 시계탑과 동상, 기념수목 등 상징적 요소로 꾸며졌다.
특히 시계탑은 단종이 승하한 1457년 10월 24일을 형상화해 1천457개의 벽돌과 10단·24단 구조로 설계됐으며, ‘위선피화 오소감심’ 등 충절의 의미를 담은 문구로 시간을 표시하도록 제작됐다.이 공원은 17년 전 마을에 정착한 교사 출신 주민이 기획·디자인한 것으로, 지역 공동체의 역사 보존 의지가 반영된 공간이기도 하다.문경시는 촬영지 안내도 설치와 리플릿 배포, 주요 배경지 정비 등 관광 인프라 개선에도 나서며 방문객 편의를 높이고 있다.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을 단순한 관광 증가를 넘어 ‘콘텐츠 기반 지역 재생’ 사례로 주목하고 있다. 영화 한 편이 지역의 역사와 인물을 재조명하고, 체험형 관광으로 확장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문경새재와 우마이 마을을 찾는 발걸음에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 기억과 공감의 의미가 담기고 있다.
스크린 속 이야기가 현실의 공간과 만나며, 문경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역사·문화 관광지로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