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살림이 2년 연속 100조원대 적자를 냈다. ‘2025 회계연도 국가결산’의 관리재정수지 적자 104조2000억원은 전년보다 줄었다고 하지만, 본질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재정준칙(GDP 대비 3% 이내)은 또다시 무너졌고, 국가채무는 1300조원을 넘어 GDP 대비 49%까지 치솟았다.
50% 문턱을 코앞에 둔 지금, 우리 재정은 사실상 경고등이 아니라 ‘위험등’이 켜진 상태다.그럼에도 정부는 “재정 정상화”를 말한다. 납득하기 어렵다.
100조원대 적자가 반복되는 상황을 두고 정상이라고 한다면, 비정상은 도대체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가. 숫자를 일부 줄였다고 해서 구조적 적자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재정의 위기를 축소하고 포장하는 인식 자체가 더 큰 문제다. 위기를 인정하지 않는 정책은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다.세수 증가 역시 착시 효과에 가깝다. 반도체·자동차 호황과 증시 상승이라는 외부 요인 덕분일 뿐, 재정 체질이 개선된 결과가 아니다.
경기가 꺾이면 세수는 언제든 다시 급감할 수 있다. 그때마다 적자를 반복하는 구조라면 이는 일시적 문제가 아니라 만성 질환이다. 지금의 재정은 이미 ‘상시 적자 체제’로 들어섰다고 봐야 한다.더 심각한 것은 국가채무의 가파른 증가 속도다. 단 1년 만에 130조원 가까이 늘어난 빚은 더 이상 관리 가능한 수준을 장담하기 어렵다.
정부는 GDP 증가를 근거로 상환 여력을 강조하지만, 저성장과 고령화라는 구조적 위험을 감안하면 이는 지나친 낙관이다.
성장률은 둔화되고 복지 지출은 늘어나는 상황에서 채무 증가는 곧 미래 부담으로 직결된다.
GDP 대비 50%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재정 신뢰가 흔들릴 수 있는 분기점이다.재정준칙이 반복적으로 무너지는 현실도 심각하다. 준칙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지, 상황에 따라 무시하라고 만든 장치가 아니다.
기준이 번번이 깨지면 시장은 정부의 재정 의지를 의심하게 된다.
신용은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는다. 이런 식의 안이한 대응이 쌓일 때 비로소 무너진다.지금의 재정 운용은 위기 대응을 넘어 방만에 가깝다. 세입 기반은 취약한데 지출은 관성적으로 늘고 있다.
구조 개혁 없이 지출만 확대하는 방식으로는 재정 건전성을 회복할 수 없다. 이대로라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에게 떠넘겨질 수밖에 없다.더 늦기 전에 방향을 바로잡아야 한다. 정부는 ‘정상화’라는 자평을 거두고, 재정의 구조적 문제를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불요불급한 지출을 과감히 줄이고, 세입 기반을 근본적으로 확충하며, 재정준칙을 실제로 작동하게 만들어야 한다.100조원 적자가 일상이 되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낙관이 아니라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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