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 경상북도가 지역 바이오산업의 ‘성장 정체’를 낳는 규제와 자금 병목 해소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기술력은 축적됐지만 시장 진입과 투자 유치 단계에서 번번이 제동이 걸리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유망 산업’이란 이름만 남을 수 있다는 위기 인식에서다.도는 지난 17일 도청 창신실에서 양금희 경제부지사 주재로 도내 바이오기업과 유관기관 관계자 등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바이오 분야 스케일업 및 규제개선 간담회’를 열고 현장 애로를 집중 점검했다.경북 바이오산업은 안동(백신·헴프·첨단재생의료), 포항(바이오소재·그린백신), 경산(의료기기·화장품·한의약), 의성(세포배양) 등 4대 거점을 중심으로 외형을 키워왔다. 그러나 산업의 체질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다수 기업이 스타트업 수준에 머물면서 기술 개발 이후 상용화·투자 단계로 넘어가는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이날 간담회에서는 그 원인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기업들은 ▲고가 실험장비 임대료 부담 ▲폐기물 기반 바이오소재의 원료 인정 제한 ▲산단 내 폐수 배출 기준 경직성 ▲헴프 연구개발 관련 규제 장벽 등을 대표적 걸림돌로 지목했다.
규제의 불확실성과 복잡한 인허가 절차가 사업화 속도를 늦추고, 결국 투자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특히 현장에서는 “규제 완화와 금융지원이 따로 움직여서는 효과가 없다”는 목소리가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기술개발·인허가·투자유치가 한 번에 이어지는 ‘원스톱 패키지 지원체계’로의 전환 없이는 기업 스케일업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경북도 역시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도는 경제혁신추진단을 중심으로 기업 애로를 중앙부처에 적극 건의하는 한편, 국민성장펀드와 지역활성화 투자펀드 등 정책금융과 연계한 사업 발굴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단순 자금 지원을 넘어 금융 구조 설계와 컨설팅까지 포함하는 ‘전주기 지원’으로 접근하겠다는 방침이다.이날 간담회에서는 ‘안동 의료용 헴프 밸류체인 구축’ 사업도 정책금융 연계 사례로 제시됐다.
네오켄바이오가 참여하는 이 사업은 헴프 재배부터 원료 생산, 기능성 소재 개발, 완제의약품 생산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체계를 지역 내에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규제자유특구라는 제도적 기반 위에 금융 지원이 결합될 경우, 지역 바이오산업의 새로운 성장 모델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양금희 경제부지사는 “경북 바이오산업이 도약하려면 4대 거점의 특화 역량을 고도화하고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한다”며 “현장의 규제와 투자 애로를 신속히 해소해 산업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전문가들은 이번 간담회가 ‘선언적 행사’에 그칠지, 실질적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규제 완화와 정책금융이 속도감 있게 맞물리지 못할 경우, 지역 바이오기업의 성장 정체는 장기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경북 바이오산업이 ‘가능성의 단계’를 넘어 ‘성과의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이번 논의의 후속 조치에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