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는 주민을 대신해 행정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최후의 장치로 기능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 역할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최근 일부 기초의회에서는 이러한 기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에 본지는3회에 걸쳐 영덕군의회의 회의 운영 방식과 심의 구조를 중심으로 그 실태를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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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질문이 사라진 의회…영덕군의회 견제 기능 실종중:수백억 예산, 제대로 걸러지나…심의 구조의 허점하:보이지 않는 의회…신뢰 위기의 본질
◆형식은 유지되지만, 실질은 비어간다는 지적
[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영덕군의회 회의장은 정해진 회기 일정에 따라 개회되고, 안건은 절차에 맞춰 상정되며, 의원들의 질의 역시 형식상 빠짐없이 이어진다.
외형적으로는 정상적인 의정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듯 보이지만, 회의록과 심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정책의 핵심을 겨냥한 검증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회의록 분석 결과 다수 질의가 사업의 진행 상황이나 세부 설명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정책의 타당성이나 필요성, 재정 투입의 적절성을 근본적으로 따지는 질문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경향을 보인다는 평가다.
이 같은 구조가 지속될 경우 의회가 정책을 실질적으로 검증하기보다는 절차를 확인하는 기능에 머무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질문이 약해지면 권한도 약해진다”…견제 기능 약화 논란
지방의회의 핵심 권한은 질문을 통한 견제에 있다. 질문은 단순한 확인을 넘어 정책의 방향을 바꾸고, 필요할 경우 집행부의 결정을 수정하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영덕군의회의 운영 흐름에서는 이러한 ‘질문의 기능’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질문 자체는 존재하지만 정책 결정에 영향을 줄 만큼의 깊이나 강도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방자치 분야 한 전문가는 “의회의 권한은 제도보다 질문의 강도에서 나온다”며 “질문이 약해지는 순간 견제 기능도 구조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질문의 약화는 단순한 회의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의회의 본질적 기능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더 무겁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집행부 중심 구조 심화…“승인 기관으로 전락 우려”
의회의 견제 기능이 약화될 경우 가장 먼저 나타나는 변화는 정책 결정 구조의 쏠림이다.
정책의 기획과 설계, 실행이 집행부 중심으로 이뤄지고, 의회는 이를 사후적으로 승인하는 구조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반복될 경우 의회가 정책을 검증하는 기관이 아니라 ‘통과 절차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기능이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지방자치의 핵심 원리인 견제와 균형이 약화될 경우 행정 권한이 상대적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결국 제도적 균형을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민 체감은 이미 ‘거리감’…“변화를 느끼기 어렵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는 주민들의 인식에서도 일정 부분 확인된다.
영덕읍의 한 주민은 “회의가 열린다는 사실은 알지만 실제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는 체감하기 어렵다”며 “의회가 행정을 얼마나 견제하고 있는지 주민 입장에서 명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역시 “선거 이후 의정 활동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 의회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며 “주민과 의회 사이에 일정한 거리감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의회의 활동이 주민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을 경우, 대표기관으로서의 체감도와 신뢰도 역시 함께 약화될 수밖에 없다.
◆“회의는 있지만 심의는 부족”…비판적 시각 확산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보다 직접적인 비판도 제기된다.
일부 주민들은 “회의는 정기적으로 열리지만 정책 수정으로 이어지는 논의는 상대적으로 적어 보인다”며“회의는 있지만 심의 기능은 부족해 보인다”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또 다른 주민은 “이미 방향이 정해진 상태에서 절차가 진행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평가는 주민 체감에 따른 의견으로, 의회 운영 전반을 단정적으로 평가하기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제기된다.
◆핵심 쟁점은 ‘검증의 밀도’…책임 구조와 직결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의 핵심을 ‘검증의 밀도’ 문제로 본다.
정책이 충분한 질문과 검증 과정을 거치지 못할 경우, 그 결정의 정당성과 책임성 역시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예산이 수반되는 정책일수록 의회의 검증 기능은 더욱 중요하다는 점에서, 현재의 구조가 지속될 경우 재정 감시 기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문제는 단순히 회의가 열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있게 검증하고 있느냐”에 있다는 지적이다.
◆“형식은 충분하다, 이제는 내용이다”
영덕군의회는 제도적으로 필요한 절차와 형식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지방의회에 요구되는 것은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인 견제 기능이다.
전문가들은 “지방의회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질문의 강도를 높이고, 정책 검증의 밀도를 강화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영덕군의회 관계자는 “일부에서 제기되는 견제 기능 약화나 심의 깊이 부족에 대한 지적에 대해 일정 부분 공감하는 측면도 있다”며“다만 제한된 회기 일정과 인력 여건 속에서 다수의 안건을 동시에 검토해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의원들은 사전 자료 검토와 상임위원회 활동, 현장 확인 등을 통해 나름의 검증 절차를 거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