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 경북 문경새재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사극 영화 한 편이 지방 관광지의 운명까지 바꿔놓고 있다.1674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 흥행 역사를 새로 쓴 `왕과 사는 남자`.
영화 속 장면이 스크린을 넘어 현실 공간으로 이어지면서 문경새재는 지금 전국 관광객이 몰려드는 ‘성지’가 됐다.문경시에 따르면 올해 4월 30일 기준 문경새재도립공원 누적 방문객은 100만441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8% 증가한 수치다. 통상 100만명을 넘기는 시점보다 훨씬 빠른 4월 안에 대기록을 세웠다.지역 관광업계는 이번 현상을 단순한 관광객 증가가 아닌 ‘콘텐츠 관광 시대의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 “영화 속 그 길을 걷고 싶었다”…문경새재의 변신최근 문경새재에는 영화 장면을 따라 걷는 관광객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영화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 숲길과 산채, 성곽 주변은 연일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붐빈다.특히 영화 핵심 서사가 펼쳐진 ‘광천골(일지매 산채)’은 가장 인기 있는 공간으로 떠올랐다.
관람객들은 영화 속 주인공들의 장면을 떠올리며 촬영지를 배경으로 인증사진을 남긴다.SNS에는 “실제로 보니 더 압도적이다”, “영화 속 분위기가 그대로 살아 있다”는 후기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문경새재관리사무소 역시 영화 흥행 효과를 관광 자산으로 연결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촬영지 안내판과 대형 관광안내도, 인증샷 리플릿 등을 설치하며 방문객 편의를 강화했다.과거 문경새재가 ‘걷기 좋은 옛길’ 중심 관광지였다면, 지금은 영화 콘텐츠를 경험하는 체험형 관광지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풍경만으론 부족하다”…콘텐츠가 만든 관광 폭발력문경새재 사례는 최근 관광 트렌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예전 지방 관광이 자연경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영화·드라마·예능 같은 콘텐츠가 관광객 이동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관광객들은 단순히 풍경을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콘텐츠 속 장면을 직접 체험하려 한다.특히 `왕과 사는 남자`는 감성적인 영상미와 한국적 자연 풍광을 강하게 담아내며 관객들의 여행 욕구를 자극했다.전문가들은 이를 ‘콘텐츠 기반 체류형 관광’이라고 분석한다. 영화가 지역을 홍보하고, 관광객은 현장을 방문해 소비와 체험을 이어가는 구조다.실제 문경새재 일대 식당과 카페, 숙박업소에는 연휴 기간 내내 방문객이 몰렸다.
일부 숙박시설은 예약이 조기 마감됐고, 지역 상인들 사이에서는 “몇 년 만에 가장 활기찬 분위기”라는 반응도 나온다.
◆찻사발축제와 만난 문경새재…‘쌍끌이 관광 효과’영화 열풍에 지역 대표 축제까지 더해지면서 문경 관광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지난 1일 개막한 문경찻사발축제는 오는 10일까지 문경새재 일원에서 열린다. 전통 찻사발 전시와 도예 체험, 문화공연이 이어지면서 영화 촬영지를 찾은 관광객 상당수가 축제장까지 함께 찾고 있다.영화와 축제가 결합한 ‘복합 관광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문경시는 관광객 편의 개선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공원 주차장을 연중 무료로 운영하고 있으며, 탐방객 이동을 돕기 위한 전동차 운행도 확대했다.특히 가족 단위 관광객과 고령층 방문객 증가에 맞춰 접근성을 강화한 점이 높은 만족도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지방 관광도 전국을 움직일 수 있다”문경새재의 성공은 지방 관광에도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수도권 중심 관광 소비 구조 속에서도 강력한 콘텐츠와 차별화된 공간 경험이 결합하면 전국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실제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은 단순 행사형 축제에서 벗어나 영화·드라마 촬영지와 연계한 콘텐츠 관광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관광이 더 이상 ‘보는 산업’이 아니라 이야기와 감성을 소비하는 산업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문경새재관리사무소 문상운 소장은 “1600만 관객을 사로잡은 영화 촬영지라는 상징성과 찻사발축제의 활기가 더해지면서 문경새재 전체가 살아 움직이는 공간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용자 중심 정책을 확대해 누구나 편하게 문경새재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