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 한때 경북 동해안 최북단의 작은 어촌 도시로 인식됐던 영덕이 포항~영덕 고속도로 개통 이후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동안 영덕은 전국적인 명성을 가진 영덕대게와 수려한 해안 절경을 갖추고도 교통 접근성의 한계로 인해 관광객들의 반복 방문이 쉽지 않은 지역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고속도로 개통 이후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이동시간 단축은 단순한 교통 편의 개선을 넘어 관광객들의 소비 방식과 여행 동선, 체류 형태까지 바꾸고 있으며 지역 관광산업 전반에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영덕이 이렇게 가까운 줄 몰랐다”… 달라진 관광객 인식최근 가족과 함께 영덕 여행을 다녀온 대전시민 윤정화(48)씨는 “예전에는 영덕을 가려면 하루 일정을 통째로 비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는데 지금은 주말에도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가 됐다”고 말했다.윤씨는 “예전에는 동해안 여행이라고 하면 강원도부터 떠올렸는데 요즘은 영덕이 훨씬 편하고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며 “고속도로가 연결되면서 이동 피로도가 크게 줄었고 바다를 보며 드라이브하고 맛집과 카페를 즐기다 보니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고 말했다.이어 “강구항에서 대게를 먹고 블루로드를 걸은 뒤 오션뷰 카페에서 쉬다 보니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여행이 됐다”며 “영덕이 단순히 대게 먹으러 오는 곳이 아니라 머물고 싶은 여행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실제 관광업계에 따르면 최근 영덕을 찾는 관광객들의 분위기는 과거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이전에는 당일 방문 중심 관광객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숙박과 체험을 함께 즐기는 체류형 관광객 비중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대게만 먹고 가던 관광서 ‘감성 여행지’로 변화포항~영덕 고속도로 개통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관광 형태다.
과거 영덕 관광은 대게 소비 중심의 겨울철 계절형 관광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블루로드와 해파랑길, 풍력발전단지, 오션뷰 카페와 감성 숙소 등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젊은 층 관광객 유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특히 병곡면과 축산항 일대는 캠핑과 차박 명소로 떠오르면서 성수기마다 전국 각지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바다를 따라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동해안 대표 드라이브 코스로 자리 잡았고 해안 절경을 배경으로 한 카페와 숙박시설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영덕읍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업주는 “예전에는 지역 주민 중심 손님이 많았는데 지금은 외지 관광객 비율이 훨씬 높다”며 “SNS를 보고 찾아오는 젊은 관광객들이 크게 늘면서 지역 상권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강구항 인근 음식점 관계자 역시 “예전에는 겨울 대게철이 아니면 상대적으로 한산했지만 요즘은 계절에 관계없이 관광객이 꾸준히 찾고 있다”며 “주말이면 대기 손님이 생길 정도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고속도로 개통 효과… 관광 넘어 지역경제까지 변화관광객 증가에 따른 변화는 지역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숙박업과 음식점, 카페뿐 아니라 지역 특산물 판매량도 증가하고 있으며 일부 관광지 주변에는 신규 창업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특히 오션뷰 카페와 감성 숙소, 캠핑 관련 시설은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늘고 있으며 해양레저 체험 프로그램 확대 움직임도 활발하다.
영덕군 역시 체류형 관광 확대를 위해 해양치유 관광과 야간 관광 콘텐츠 개발, 해양레저 인프라 구축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관광업계에서는 영덕이 포항과 울진을 잇는 동해안 관광벨트의 핵심 거점도시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포항의 해양관광과 울진의 자연생태 관광, 영덕의 먹거리와 해안 관광이 하나의 관광 축으로 연결될 경우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지역 관광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영덕이 지나가는 도시 개념이 강했다면 지금은 관광객들이 일부러 시간을 내 머무르는 도시로 변하고 있다”며 “고속도로 개통이 영덕 관광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평가했다.◆ 관광객 증가 속 ‘지속가능 관광’ 과제도반면 관광객 증가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주말 주요 관광지 교통체증과 주차난은 이미 반복되는 문제로 떠오르고 있으며 쓰레기 처리와 성수기 숙박요금 상승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일부 관광지는 기반시설 부족으로 관광객 불편 민원이 이어지고 있으며 지역 주민들은 관광객 집중 현상에 따른 생활 불편을 호소하기도 한다.전문가들은 관광객 수 증가에만 집중하기보다 지속 가능한 관광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단순한 일회성 관광 특수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역경제와 상생할 수 있는 관광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한 관광학 전문가는 “영덕은 동해안 최고의 자연환경과 먹거리, 해양 관광자원을 모두 갖춘 지역”이라며 “고속도로 개통이라는 기회를 활용해 장기 체류형 관광도시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스쳐 지나가는 도시에서 머무는 도시로”교통은 단순히 길만 연결하지 않는다. 사람의 흐름을 바꾸고 소비를 바꾸며 도시의 미래를 바꾼다.포항~영덕 고속도로 개통 이후 영덕은 지금 ‘멀어서 망설이던 도시’에서 ‘다시 찾고 싶은 동해안 관광도시’로 변화를 시작하고 있다.
과거 대게 소비 중심의 단순 관광도시 이미지에서 벗어나 걷기 여행과 감성 숙소, 캠핑과 해양레저가 공존하는 복합 관광도시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관광객들은 더 이상 영덕을 스쳐 지나가지 않는다. 머물고 쉬며 다시 찾고 싶은 도시로 기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포항~영덕 고속도로가 자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