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 “공무원들이 안 와주면 사실 농사 포기해야 할 판입니다.” 본격적인 영농철이 시작된 경북 김천지역 농촌이 심각한 인력난에 휩싸였다. 포도 순 따기와 복숭아·자두 적과 작업 등 농번기 핵심 작업이 한창이지만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농촌 고령화와 인건비 상승, 외국인 계절근로자 부족까지 겹치면서 농민들은 “이제는 공무원 일손돕기가 없으면 농사를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 “하루 일당 올려도 사람 못 구해” 15일 김천시에 따르면 최근 가족행복과와 관광정책과, 농식품유통과, 사회복지과, 대신동 행정복지센터, 부항면 직원들이 잇따라 지역 농가를 찾아 농촌일손돕기 활동을 벌였다.가족행복과 직원 17명은 봉산면 인의리 포도 농가에서 포도 순 따기 작업을 지원했고, 관광정책과 직원들은 대항면 복숭아 농가에서 적과 작업에 힘을 보탰다.농식품유통과와 대신동 행정복지센터 직원들도 포도 재배 농가를 찾아 구슬땀을 흘렸으며, 사회복지과 직원들은 샤인머스켓 농가에서 작업과 환경정비를 병행했다.부항면 직원 8명 역시 월곡리 자두 농가에서 적과 작업을 지원했다.하지만 농민들은 이 같은 지원이 단순 봉사 수준이 아니라 “농사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버팀목”이라고 말한다.대항면의 한 복숭아 농민은 “요즘은 하루 일당을 더 얹어준다고 해도 사람이 없다”며 “적과 시기를 놓치면 과일 상품성이 떨어져 한 해 농사를 망칠 수 있다”고 말했다.이어 “공무원들이 와서 작업을 도와주지 않으면 사실상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고령화된 농촌…“품앗이 문화도 사라져”김천지역 농촌의 가장 큰 문제는 급격한 고령화다.과거에는 마을 주민들이 서로 품앗이를 하며 농번기를 버텼지만, 현재는 대부분 고령층만 남아 있어 공동 작업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봉산면의 한 포도 재배 농민은 “예전에는 이웃끼리 서로 도우며 농사일을 했는데 지금은 다들 나이가 많아 자기 일도 하기 벅차다”며 “젊은 사람은 농촌에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특히 포도 순 따기와 복숭아·자두 적과 작업은 짧은 기간 안에 집중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작업이다.    시기를 놓치면 생산량 감소는 물론 품질 저하로 이어져 농가 소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농민들은 “농촌 인력난이 이제는 단순 불편이 아니라 생존 문제”라고 말한다.◆외국인 계절근로도 한계…“인건비 감당 안 돼”농촌 인력난 심화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부족이 꼽힌다.농가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외국인 근로자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데다 인건비까지 크게 오르면서 부담이 커졌다고 호소한다.한 농민은 “외국인 인력도 예전처럼 쉽게 구할 수 없고 비용도 많이 오른 상황”이라며 “농산물 가격은 제자리인데 인건비만 계속 올라 농사를 지을수록 남는 게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실제 농촌 현장에서는 “사람을 구하지 못해 일부 작업을 포기하거나 재배 면적을 줄이는 농가도 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공무원 일손돕기 이어지지만…“근본 대책 필요”김천시는 농번기마다 공직자 농촌일손돕기를 확대 운영하고 있다.공무원들은 새벽부터 농가를 찾아 낯선 농작업을 배우며 부족한 일손을 지원하고 있다. 일부 부서에서는 환경정비 활동까지 병행하며 지역 공동체 회복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김천시 관계자는 “농번기 일손 부족은 지역 농촌의 가장 큰 현안 가운데 하나”라며 “공직자 일손돕기를 지속 추진해 농가 어려움을 덜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그러나 농민들은 단기적인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농촌 현장에서는 ▲외국인 계절근로 확대 ▲청년농 유입 정책 ▲농작업 기계화 지원 ▲농촌 정주 여건 개선 등 구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한 농민은 “지금 농촌은 공무원 봉사라도 없으면 농번기 자체를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며 “농촌이 무너지면 결국 지역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영농철 들녘에서 흘리는 공직자들의 땀방울은 단순 봉사의 의미를 넘어, 인력난에 신음하는 농촌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 되고 있다.   김천시 관계자는 “최근 농촌 고령화와 인력 감소로 인해 농번기마다 일손 부족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며 “특히 포도와 복숭아, 자두 등 과수농가는 작업 시기를 놓치면 곧바로 생산성과 품질 저하로 이어지는 만큼 농가들의 어려움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직자 농촌일손돕기는 단순 봉사활동을 넘어 농업 현장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농가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취지”라며 “앞으로도 농업인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농촌 인력난 해소를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또 다른 관계자는 “현장에 나가보면 농민들의 어려움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농촌 인력 문제는 이제 지역 농업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행정 차원의 지원 확대와 함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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