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복판 서소문고가차도 붕괴 사고는 단순한 시설물 파손이 아니다.
대한민국 사회를 병들게 한 총체적 안전불감증과 무책임 행정, 그리고 예산 타령 속에 안전을 후순위로 밀어낸 관료주의가 빚어낸 전형적인 인재(人災)다.
시민 생명보다 비용 절감과 보여주기식 행정을 앞세운 결과가 결국 도심 붕괴로 이어진 것이다.수십 년 된 노후 고가차도가 무너질 때까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과연 무엇을 했는가.
정밀안전진단은 제대로 실시됐는지, 위험 신호는 왜 묵살됐는지, 시민들이 매일 오가는 시설물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은 왜 손을 놓고 있었는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
`이상 없음`이라는 형식적 보고서 뒤에 숨어 책임을 피하려는 행태가 반복된다면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더 큰 문제는 이런 참사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성수대교 붕괴 이후 수십 년이 흘렀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같은 사고를 반복하고 있다.
삼풍백화점 참사, 광주 학동 철거 붕괴, 오송 지하차도 참사까지 대형 사고 때마다 정부는 `재발 방지`를 외쳤지만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사고 직후에는 고개 숙이고 특별점검을 약속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된다. 결국 시민만 불안 속에서 살아간다.이번 사고 역시 ‘설마 괜찮겠지’라는 안일함이 부른 참사다. 노후 시설물 관리 예산은 후순위로 밀리고, 안전 점검은 서류 맞추기 수준에 머문 지 오래다.
현장에서는 균열과 침하 등 위험 신호가 반복됐을 가능성이 크지만, 책임 있는 기관 누구 하나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공공기관의 무사안일과 책임 회피 문화가 결국 시민 생명을 위협한 셈이다.대한민국은 경제 규모 세계 상위권 국가라고 자부하지만 정작 시민 안전 수준은 후진국형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겉으로는 첨단 도시를 외치면서도 시민들이 매일 건너는 교량과 도로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그 어떤 성장과 발전도 공허한 구호일 뿐이다.정부와 지자체는 이번 사고를 단순한 시설물 붕괴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전국 노후 교량과 고가차도, 지하차도에 대한 전면 재점검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
특히 안전진단 과정의 부실 여부와 관리 책임자들의 직무유기 의혹을 낱낱이 밝혀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말뿐인 사과와 보여주기식 대책으로 넘어간다면 제2, 제3의 붕괴 사고는 반드시 반복될 것이다.시민의 생명은 예산 논리보다 우선이다. 안전을 비용으로 계산하는 순간 국가는 존재 이유를 잃는다.
이번 서소문고가차도 붕괴 사고를 계기로 대한민국 사회는 더 이상 ‘운 좋게 피해 갔다’는 식의 위험한 안도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너진 것은 고가차도만이 아니다. 국민이 국가를 믿는 최소한의 신뢰마저 함께 붕괴되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는 뼈아프게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