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무더위가 전국을 덮치고 있다. 기상청은 올여름 역시 평년보다 높은 기온과 폭염 일수 증가를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매년 반복되는 폭염 재난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대책은 여전히 현장 체감도가 낮다는 점이다.
농촌 들녘에서는 지금도 수많은 농민들이 35도를 웃도는 찜통더위 속에서 농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폭염은 자연현상이지만,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결코 자연재해로만 치부할 수 없는 사회적 재난이다.
특히 농촌의 현실은 심각하다. 농업 종사자의 상당수가 고령층이다. 젊은 세대는 농촌을 떠났고, 남은 노인들은 생계를 위해 폭염 속에서도 논밭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무더위 쉼터가 있다고 하지만 정작 농민들이 일하는 곳은 들녘 한가운데다. `잠시 쉬라`는 행정기관의 권고만으로는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농민들의 발길을 멈출 수 없다.실제 열사병과 열탈진 등 온열질환 환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사망자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응은 폭염특보 발령, 문자메시지 전송, 행동요령 홍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농민들의 작업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지원책은 부족하고, 현장 중심의 예방 시스템도 미흡하다.
매년 같은 경고를 반복하면서도 같은 피해가 되풀이되는 것은 결국 행정의 무능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폭염은 이제 일상적인 여름 날씨가 아니다. 기후위기가 만들어낸 새로운 재난이다.
그런데도 농업 현장에 대한 폭염 대응은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동식 냉방시설 지원, 폭염 취약 농업인 전수 관리, 마을 단위 안전점검 체계 구축, 농작업 시간 조정 지원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폭염으로 농민이 목숨을 잃고 나서야 뒤늦게 대책회의를 여는 악순환은 이제 끝내야 한다.농민은 국민의 식탁을 책임지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정작 농민들은 자신들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농사를 짓고 있다.
농민 한 사람이 쓰러지는 것은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국가 식량안보의 경고등이 켜지는 일이다.
폭염 피해를 농민 개인의 주의 부족으로 돌리는 인식 또한 사라져야 한다.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더 이상 보여주기식 폭염 대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농민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행정력과 예산을 집중해야 한다.
폭염 속에서 흘리는 농민들의 땀방울이 생명을 위협받는 현실을 방치한다면 그 책임은 결국 국가와 사회가 져야 할 몫이다.
올여름에도 누군가의 안타까운 희생이 발생한 뒤에야 허둥지둥 대책을 내놓는다면 그것은 무능을 넘어 직무유기에 다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