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 “여보~ 일어나야지. 학교 안 가?”주말 아침, 직장인 남편을 깨우는 아내의 다정한 목소리로 하루가 시작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식이나 여행을 계획하는 시간, 이들 가족은 책가방을 챙겨 대학 강의실로 향한다.대구 영진전문대학교가 개최한 ‘제3회 평생학습반(성인학습자) 수기 공모전’에서 최고상인 ‘으뜸울림상’을 수상한 사회복지과 팀 ‘어떤 食口?’의 이야기다.수상작의 주인공은 남편 이호준(51) 씨와 아내 류수희(47) 씨, 그리고 남편의 여동생인 이순분(50) 씨. 가족인 세 사람은 현재 영진전문대학교 사회복지과에서 함께 공부하며 특별한 대학생활을 이어가고 있다.이들의 사연이 깊은 감동을 주는 이유는 단순히 늦깎이 대학생이라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오랜 시간 가족과 생계를 위해 미뤄두었던 자신의 꿈을 다시 찾아가는 과정이 진솔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류수희 씨는 젊은 시절 유아교육과를 졸업하고 현장에서 일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이에 대한 현실적인 한계를 느꼈다. 그러나 그는 포기 대신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제2의 나를 위한 선택을 해보고 싶었다”는 마음으로 대학에 입학한 류 씨는 수기에서 “학교에 가는 날이면 도시락을 들고 소풍 가는 아이처럼 설렌다”며 “반대표까지 맡게 되면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자존감도 커졌다”고 밝혔다.시누이 이순분 씨 역시 젊은 시절 아버지의 병환으로 간호대학 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이후 가족과 생계를 책임지며 살아왔지만 공부에 대한 꿈은 마음속 깊이 남아 있었다.낮에는 가게 일을 하고 밤에는 가사를 돌보는 바쁜 생활 속에서도 배움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던 그는 다시 대학 문을 두드렸다.특히 심리 관련 수업에서는 상담자와 내담자 역할을 수행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고 위로받는 느낌이었다”고 고백했다.남편 이호준 씨도 처음에는 아내의 권유로 시작한 대학생활이었지만 이제는 누구보다 적극적인 학생이 됐다.직장생활과 농사일을 병행하면서도 매주 강의실을 찾고 있는 그는 학과 2학년 대표를 맡으며 학우들 사이에서 ‘호준 박사님’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이 씨는 “학우들과 함께 웃고 공부하는 시간이 청춘으로 돌아간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며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세 사람은 수기에서 “우리가 찾은 진짜 이름은 각자의 이름이 아닌, 영진전문대학교에서 제2의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우리’라는 이름”이라고 적었다.이어 “늦었다고 생각한 순간이 사실은 가장 좋은 시작이었다”며 “우리는 지금도, 앞으로도 다시 시작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고 밝혀 심사위원들과 독자들의 공감을 얻었다.특히 이들 가족은 남편의 매제 역시 영진전문대학교 스포츠경영과에 재학 중이며, 다른 가족들 또한 영진전문대 졸업생인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이들은 자신들을 “같은 캠퍼스에서 함께 밥을 먹는 진짜 한 식구(食口)”라고 소개하며 환하게 웃었다.최재영 총장은 “성인학습자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대학생활 수기를 넘어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희망의 기록”이라며 “앞으로도 배움에 늦은 나이는 없다는 믿음으로 성인학습자들의 새로운 도전과 성장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인생의 후반전에서 다시 학생이 된 가족. 이들에게 대학은 단순한 배움의 공간이 아니라 잊고 지냈던 자신을 되찾고, 새로운 꿈을 향해 나아가는 또 하나의 출발선이 되고 있다. 늦었다고 생각했던 순간, 이들에게는 가장 빛나는 청춘이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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