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은 영남권 1천300만 주민의 식수원이자 산업과 농업을 지탱하는 국가 핵심 수자원이다. 그러나 매년 반복되는 녹조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환경 현안으로 남아 있다. 최근 경북대학교 연구진이 낙동강 주변 대기에서 녹조 독소 생성과 관련된 유전자를 검출하면서 녹조 문제가 더 이상 물속에만 머무는 사안이 아니라는 새로운 문제의식이 제기되고 있다. 본지는 연구진의 조사 결과와 국내외 연구 동향을 토대로 대기 중 녹조 관련 물질의 검출 의미와 향후 과제를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글싣는 순서
상:봄바람에도 떠다닌 녹조 독소중:정부는 왜 못 찾았나하:이제 국가가 답해야 한다
◇ 녹조는 여름에만 발생한다는 통념을 흔들다
[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 낙동강 녹조는 오랫동안 여름철 폭염과 강한 일사량이 만들어내는 계절성 환경문제로 인식돼 왔다.
환경부 역시 매년 7월 이후를 녹조 집중관리 기간으로 설정하고 취수원 수질 관리와 정수처리 시설 운영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확인된 연구 결과는 이러한 통념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경북대학교 응용생명과학부 이승준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26년 4월 28일 낙동강 유역 대기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독성 남세균이 간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을 생성할 때 필요한 핵심 유전자인 mcyE를 검출했다고 밝혔다.조사 대상지는 대구 달성군 구지면 낙동강 본류인 이노정과 경남 합천군 덕곡면 학동저수지 일대다. 학동저수지는 낙동강 물을 양수해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시설이다.주목할 점은 조사 시점이다. 녹조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는 7~8월이 아니라 봄철인 4월 말 이미 대기 중에서 독소 생성과 관련된 유전자가 확인됐다는 점이다.이는 녹조와 관련된 유전 물질이 여름 이전부터 대기 중에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단순한 남세균 검출이 아닌 `독소 생성 유전자` 확인이번 연구가 학계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단순히 남세균의 존재를 확인한 것이 아니라 독소 생성 능력을 판단하는 핵심 유전자를 분석했다는 데 있다.연구진은 독성 남세균이 마이크로시스틴을 생성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mcyE 유전자를 표적으로 삼았으며, 일반 PCR보다 민감도가 높은 ddPCR(물방울 디지털 중합효소 연쇄반응) 기법을 적용했다.분석 결과 포집 용액 1mL 기준으로 학동저수지에서는 약 80개, 이노정에서는 약 830개의 유전자 조각이 검출됐다.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해외의 녹조 심화 지역에서 보고된 대기 중 검출 사례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다만 이번 결과는 공기 중에서 독소 생성과 관련된 유전 물질이 확인됐다는 의미이며, 실제 대기 중 독소 농도나 주민 건강 영향을 직접 입증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설명했다.◇ 물속 관리에서 대기 관리로 연구 영역 확대그동안 녹조 대응은 취수원 수질과 정수 처리 안전성 확보에 집중돼 왔다.하지만 최근 국내외 연구에서는 수면에서 발생한 미세 물방울, 즉 에어로졸이 남세균이나 관련 물질을 포함한 채 대기 중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바람과 파도, 선박 운항, 수면 교란 등으로 형성된 미세입자가 대기 중으로 퍼질 경우 사람은 호흡을 통해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미국과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서는 녹조 발생 지역 인근 주민과 작업자를 대상으로 대기 노출과 호흡기 증상 간의 연관성을 조사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그러나 장기적인 건강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국제적으로도 추가 연구가 필요한 분야로 남아 있다.◇ 조사 장비와 분석 기술의 변화가 만든 결과이번 연구에서는 기존 조사 방식과 다른 장비와 분석기술이 적용됐다.연구진은 풍향과 풍속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 정전기식 에어로졸 포집기를 이용해 대기 시료를 채취했다.학동저수지에서는 40분, 이노정에서는 34분 동안 시료를 포집한 뒤 ddPCR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mcyE 유전자가 확인됐다.연구진은 기존 흡입식 포집기와 일반 PCR 분석법으로는 극미량 유전자 검출에 한계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반면 정부는 그동안 자체 조사에서 대기 중 녹조 독소가 미량이거나 검출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이처럼 조사 결과가 엇갈리는 만큼 동일 조건에서 반복 조사와 교차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남겨진 과제는 `검증`과 `국민 신뢰`이번 연구는 모든 의문에 답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연구 과제를 제시했다.공기 중에서 독소 생성 유전자가 검출됐다는 사실은 확인됐지만, 실제 독소 농도와 인체 노출 수준, 건강 영향은 추가적인 위해성 평가와 장기 연구를 통해 규명해야 한다.전문가들은 새로운 연구 결과를 둘러싼 논쟁보다 국가 차원의 재현 실험과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국민이 안심하고 마실 물과 생활 공간의 공기를 함께 관리하기 위한 과학적 검증이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환경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대기 중에서 녹조 독소 생성과 관련된 유전자(mcyE)가 검출된 것은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라면서도 "이번 결과만으로 실제 인체 위해성이 확인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이어 "앞으로는 정부와 학계가 동일한 조사 기법을 활용한 반복 조사와 장기 모니터링을 통해 대기 중 독소 농도와 건강 영향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질 관리 중심의 녹조 대응을 대기 환경까지 확대하는 종합적인 관리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