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녹조 독소의 공기 중 확산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경북대학교 연구진이 최근 낙동강 유역 대기에서 녹조 독소 생성 유전자(mcyE)를 검출했다고 발표하면서 정부 조사 결과와 상반된 결론이 나온 것이다. 같은 낙동강을 조사했는데 왜 결과는 달랐을까. 본지는 2회차에는 연구진이 사용한 조사 장비와 분석기법, 정부 조사 방식의 차이를 취재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이번 연구의 의미와 과제를 짚어봤다.<편집자주>
글싣는 순서상:봄바람에도 떠다닌 녹조 독소중:정부는 왜 못 찾았나하:이제 국가가 답해야 한다
◇ 같은 낙동강, 왜 다른 결과 나왔나
낙동강 녹조 독소의 공기 중 확산 여부는 최근 몇 년 사이 환경 분야의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정부는 그동안 민간 연구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자체 조사에서는 미량이거나 검출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반면 경북대학교 연구팀은 올해 4월 낙동강 유역 두 지점에서 녹조 독소 생성 유전자인 mcyE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같은 강을 조사했지만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온 셈이다.취재 결과 가장 큰 차이는 시료 채취 방식과 분석 기술에 있었다.◇바람에 좌우되는 기존 포집기의 한계대기 중 에어로졸을 조사하는 핵심은 극미량 입자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모으느냐다.기존 조사에 사용된 흡입식 포집기는 일정한 유량으로 공기를 빨아들이는 방식이다.
하지만 풍향과 풍속, 대기 유량이 수시로 변하면 미세입자의 포집 효율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특히 극미량으로 존재하는 남세균 세포나 유전자 조각은 조사 당시의 기상 조건에 따라 검출 여부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정전기 포집기로 검출 가능성 높여이번 조사에서 연구진은 기존 흡입식 대신 정전기식 에어로졸 포집기를 사용했다.이 장비는 공기 중 입자를 정전기력으로 끌어당겨 포집하는 방식으로, 풍향과 풍속 변화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세입자의 회수율이 높아 극미량의 남세균 세포나 유전자도 채집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실제로 연구진은 학동저수지에서는 40분, 이노정에서는 34분 동안 포집한 시료에서 mcyE 유전자를 확인했다.연구팀은 "포집 효율을 높인 것이 검출 가능성을 높인 주요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PCR보다 민감한 ddPCR 적용분석 기법 역시 차이를 보였다.과거 조사에는 일반 PCR이나 실시간 PCR(qPCR)이 주로 활용됐다. 반면 이번 연구에는 ddPCR(Droplet Digital PCR)이 적용됐다.ddPCR은 시료를 수만 개의 미세한 물방울로 나눈 뒤 각각에서 유전자를 증폭해 정량하는 방식으로, 극미량의 유전자도 높은 민감도로 계수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환경 DNA 분석과 감염병 연구 등에서도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기술이다.연구진은 "기존 검사에서는 검출 한계 이하였던 유전자도 ddPCR에서는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전자 검출과 독소 검출은 다른 문제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결과를 과도하게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이번에 검출된 것은 독소 자체가 아니라 독소를 생성할 수 있는 남세균의 유전자다.
실제 독소가 공기 중에 존재하는지,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준인지는 별도의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대기 중 에어로졸 농도는 계절과 기온, 습도, 풍향, 풍속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조사 시점과 장소, 채취 시간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환경 분야 한 전문가는 "이번 연구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중요한 결과지만 이를 일반화하기 위해서는 동일 조건에서 반복 조사와 교차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해외는 장기 모니터링 연구 진행 중해외에서는 녹조 독소의 공기 중 확산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미국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호주,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녹조 발생 지역 주변에서 에어로졸을 채집해 남세균과 독소를 분석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일부 연구에서는 독소 또는 독소 생성 남세균이 대기 중에서 확인됐다는 결과가 보고됐지만, 실제 주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국내 역시 국가 차원의 장기 모니터링 체계는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필요한 것은 논쟁 아닌 공동 검증전문가들은 지금 필요한 것은 정부와 학계의 공방이 아니라 공동 검증이라고 강조한다.민간 연구에서 새로운 결과가 나왔다면 국가 연구기관이 동일한 장비와 동일한 분석법으로 재현 실험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과학적 검증의 기본이라는 것이다.낙동강은 영남권 1300만 명의 식수원이자 산업과 농업을 지탱하는 생명선이다.작은 가능성이라도 객관적 검증과 투명한 정보 공개가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