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붕괴가 임계점을 넘어섰다. 응급실은 문을 닫고, 분만실은 사라지며, 소아·외상·흉부외과는 의사를 구하지 못해 존폐의 기로에 섰다.
최근에는 한 지역에서 미숙아를 전담하는 전문의가 사실상 1명만 남았다는 사실까지 알려졌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의료체계가 이처럼 위태로운데도 정부와 의료계는 여전히 책임 공방에 매달리고 있다.
이대로라면 필수의료의 붕괴는 시간문제다.필수의료가 외면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위험은 크고 보상은 적으며 의료사고의 책임은 고스란히 의료진에게 돌아간다.
밤낮 없는 근무와 과중한 업무를 감내해야 하는데도 정당한 보상과 법적 보호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구조를 방치하면서 의사들에게 희생과 사명감만 요구하는 것은 무책임한 발상이다.특히 지방의 현실은 더욱 참담하다. 응급환자가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수십, 수백㎞를 전전하고, 산모는 출산을 위해 원정 진료를 떠난다.
의료 접근성의 격차는 결국 생존의 격차다. 대한민국 어디에 살든 최소한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는 국가가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의대 정원 확대만으로는 해답이 될 수 없다. 필수의료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먼저다.
현실을 반영한 수가 체계 개편, 의료사고에 대한 합리적인 법적 보호, 지역 근무 인센티브 확대, 공공의료 기반 확충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보여주기식 대책과 단기 처방으로는 이미 깊어진 의료 공백을 메울 수 없다.정부도 의료계도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생명을 살리는 의료가 흔들리는 국가는 결코 선진국이라 할 수 없다.
필수의료는 시장 논리로 맡겨둘 대상이 아니라 국가가 끝까지 책임져야 할 공공 인프라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마지막 안전망이 더 무너지기 전에 정부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고, 의료계는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지금 행동하지 않는다면, 그 대가는 국민의 생명으로 치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