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 1일 오후 6시 30분께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잔뜩 흐린 하늘에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했지만 축제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치킨이 노릇하게 튀겨지는 기름 냄새가 바람을 타고 퍼지고, 시원한 생맥주가 잔에 가득 채워질 때마다 "건배!"를 외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2·28자유광장에서 코오롱야외음악당까지 이어지는 축제장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비집고 지나가야 할 정도로 붐볐고, 인기 치킨 브랜드 앞에는 수십 미터씩 늘어선 줄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주최 측 추산 10만여 명이 찾은 이날 대구치맥페스티벌은 축제 개막과 동시에 거대한 야외 공연장이자 미식 축제로 변했다.    친구들과 치킨을 나눠 먹으며 공연을 기다리는 대학생들, 아이 손을 잡고 축제를 찾은 가족, 퇴근 후 직장 동료들과 맥주잔을 부딪치는 직장인, 여행 가방을 끌고 행사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까지 세대와 국적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같은 여름밤을 즐기고 있었다.메인 무대 주변은 공연 시작 한 시간 전부터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음악이 흘러나오자 관람객들은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리듬을 타기 시작했고, 휴대전화 플래시를 흔들며 가수들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치킨 상자를 한 손에 든 채 어깨를 들썩이는 사람, 맥주잔을 높이 들어 건배를 외치는 사람, 공연 장면을 실시간으로 SNS에 올리는 젊은이들까지 축제장은 웃음과 함성으로 가득 찼다.올해 축제는 특히 MZ세대의 발길이 두드러졌다. 행사장 곳곳에는 인증사진을 남기려는 젊은 관람객들이 긴 줄을 섰고, 포토존마다 "하나, 둘, 셋"을 외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긴 대기줄도 불평 대신 이야기꽃을 피우는 공간이 됐고, 처음 만난 사람끼리도 "어느 치킨이 제일 맛있냐"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대만 타이베이에서 친구들과 함께 축제를 찾은 관광객 왕즈하오(30) 씨는 "한국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먼저 치맥축제를 일정에 넣었다"며 "유튜브에서만 보던 축제를 직접 경험하니 기대 이상이다. 치킨도 맛있지만 음악과 시민들의 열정이 어우러진 분위기가 정말 특별하다. 대구는 다시 찾고 싶은 도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부산에서 KTX를 타고 올라온 직장인 박윤진(27) 씨도 "부산에도 축제는 많지만 치킨과 맥주, 공연이 이렇게 완벽하게 어우러진 축제는 처음"이라며 "친구들과 하루 휴가를 내고 왔는데 기다린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다. 여름이 되면 대구 치맥축제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 같다"고 웃었다.축제의 열기를 더한 것은 화려한 공연이었다. `대프리카 워터피아`를 콘셉트로 꾸민 2·28자유광장 360도 원형무대에서는 FT아일랜드를 시작으로 엔플라잉, 10CM, 원슈타인·행주, 박명수, 카더가든 등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관람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메인 무대 유료 좌석은 예매 시작 11분 만에 전석 매진되며 치맥축제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2·28기념탑 주차장에 마련된 `치맥 떼창 클럽`에서는 전문 DJ의 음악에 맞춰 수백 명의 관람객이 하나 되어 노래를 따라 불렀고, 코오롱야외음악당에서는 `치상낙원 EGG섬`과 인디밴드 공연이 이어졌다.    두류공원 일원에는 `K-치맥 스트리트`, 플리마켓, 치맥 놀이동산, 포토존을 연계한 `황금 EGG 어드벤처`, 치맥퐁과 치맥 헤딩 챌린지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먹거리와 볼거리, 즐길거리를 동시에 선사했다.글로벌 축제를 향한 변화도 눈에 띄었다. 해외 관광객 전용 글로벌 라운지에는 외국인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해외 인플루언서와 자매도시 대학생 등 200여 명이 축제에 참여하며 국제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AI 기반 안내 플랫폼과 QR 안내 시스템을 통해 공연 일정과 부스 위치, 실시간 혼잡도까지 다국어로 제공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도 큰 불편 없이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었다.해가 완전히 저물자 두류공원은 치킨 향과 음악,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뒤섞인 거대한 축제의 공간으로 변했다.    흐린 하늘은 더 이상 누구의 관심도 아니었다.    치킨 한 조각과 시원한 맥주 한 잔, 그리고 음악과 함께한 여름밤은 대구를 찾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될 또 하나의 추억을 선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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