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와 고환율이 다시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는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원·달러 환율 불안은 수입 물가를 자극하며 기업과 가계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마저 약화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런 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 경제의 구조개혁을 다시 주문한 것은 결코 흘려들을 일이 아니다.OECD는 노동시장 개혁, 연금 개혁, 생산성 제고, 재정 건전성 확보 등을 한국 경제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수년째 반복된 권고다. 그럼에도 개혁은 번번이 정치 논리에 막혀 제자리걸음을 했다.
선거를 앞두면 개혁은 미뤄졌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면 사회적 합의를 핑계로 결정을 늦췄다.
그 결과 잠재성장률은 떨어지고 국가채무는 늘었으며, 저출산과 고령화는 경제 활력을 갉아먹고 있다.물가를 잡겠다고 재정을 풀고,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단기 대책을 내놓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경제 체질을 바꿀 수 없다. 기업이 투자하고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노동과 연금, 규제와 재정 전반을 손질하는 근본적인 개혁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같은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특히 우리 경제는 대외 의존도가 높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나 환율 변동에 쉽게 흔들리는 구조에서 생산성과 경쟁력까지 떨어진다면 미래는 더욱 어두워질 것이다.
지금의 위기는 일시적인 경기 둔화가 아니라 구조적 경쟁력 저하의 신호일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구조개혁은 누구에게나 부담을 준다. 하지만 부담이 두렵다고 미루면 그 대가는 훨씬 커진다.
개혁이 늦어질수록 청년 세대의 일자리 기회는 줄고, 미래 세대가 떠안아야 할 국가 재정의 부담은 늘어난다.
정치권은 인기 없는 정책을 피하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왜 개혁이 필요한지 설명하고 책임 있게 추진해야 한다.경제는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물가와 환율의 불안은 언제든 더 큰 위기로 번질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 처방에 머무르지 않는 과감한 구조개혁이다.
정부와 국회는 더 이상 개혁을 미룰 명분도, 시간도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