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될 때마다 우리는 같은 장면을 반복해서 목격한다. 집중호우에 도로가 잠기고, 하천은 범람하며, 산사태가 마을을 덮친다.    차량이 지하차도에 고립되고, 농경지는 순식간에 물바다가 된다.    기록적인 폭우라는 말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 그러나 자연현상만 탓하기에는 반복되는 피해가 너무 크다.    재난은 비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대비 부족이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후변화는 장마의 양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예전처럼 며칠 동안 고르게 내리는 비보다 한두 시간 사이에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국지성 호우가 잦아졌다.   시간당 50~100㎜가 넘는 비가 내리는 일이 더 이상 이례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의 재난 대응 체계는 이런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대구·경북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지역이다. 금호강과 낙동강 유역, 저지대 도심, 상습 침수 구간, 산사태 취약 지역은 해마다 반복적으로 위험이 제기된다.    최근에는 도심 개발로 빗물이 스며들 공간이 줄면서 짧은 시간 내린 비에도 침수 피해가 커지고 있다.    기후는 변했는데 도시와 행정의 대응 방식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재난은 예측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시대가 아니다. 기상청은 강수량과 위험 지역을 상당한 정확도로 예보하고, 재난문자도 실시간으로 발송한다.    문제는 그 이후다. 위험지역 통제는 적절했는지, 배수시설은 제 기능을 했는지, 주민 대피는 신속했는지, 현장 대응은 매뉴얼대로 이뤄졌는지를 따져야 한다.    예보가 아무리 정확해도 현장이 움직이지 않으면 피해는 줄어들지 않는다.무엇보다 지방자치단체의 선제 대응이 중요하다.    상습 침수 지역의 빗물받이와 배수관로를 수시로 정비하고, 하천변 산책로와 지하차도는 위험이 예상되면 즉시 통제해야 한다.    산사태 우려 지역과 급경사지에 대한 점검도 형식에 그쳐서는 안 된다. 재난은 복구보다 예방이 훨씬 값싸고 효과적이다.시민들의 안전의식도 빼놓을 수 없다. 침수된 도로를 무리하게 통과하거나 하천변 출입 통제에도 이를 가볍게 여기는 행동은 자신뿐 아니라 구조 인력까지 위험에 빠뜨린다.    재난문자를 확인하고, 위험 지역을 피하며, 기상 상황에 맞춰 일정을 조정하는 작은 실천이 생명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기후위기는 이제 일상이 됐다. 극한호우는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는 `기록적인 비`라는 표현보다 `일상화된 위험`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장마철 피해를 줄이는 길은 하늘을 원망하는 데 있지 않다.    철저한 사전 점검과 신속한 현장 대응, 그리고 시민의 안전의식이 함께할 때 재난은 더 이상 참사가 아닌 관리 가능한 위험이 될 수 있다.    장마는 막을 수 없어도 피해는 줄일 수 있다. 그것이 행정이 존재하는 이유이고, 지역사회가 함께 준비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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