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취약계층의 반려동물 의료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본격 시행한다.
기초생활수급자가 양육하는 반려견과 반려묘 600마리를 대상으로 의료비의 80%, 최대 20만 원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와 대구수의사회가 힘을 보태 민관 협력 방식으로 추진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변화 속에서 취약계층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동물복지를 확대하려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우리 사회에서 반려동물은 더 이상 사치의 대상이 아니다. 1인 가구와 고령층이 늘면서 정서적 안정과 삶의 동반자로서 반려동물의 역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 취약계층에게 반려동물의 질병은 곧 생계의 위기로 이어질 만큼 부담이 크다.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적절한 진료 시기를 놓치거나 결국 유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는 동물의 생명권 문제를 넘어 유기동물 증가와 사회적 비용 확대라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이번 사업은 이러한 악순환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의료비 지원은 반려동물의 건강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취약계층의 심리적 안정과 삶의 질 향상에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동물복지가 결국 사람의 복지와 맞닿아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정책이기도 하다.다만 사업의 지속성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과제도 적지 않다. 지원 규모는 600마리로 제한돼 있어 실제 수요를 감안하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최대 20만 원의 지원 한도 역시 중증 질환이나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실질적인 부담을 해소하기에 부족할 수 있다.
시범사업의 성과를 면밀히 분석해 예산을 확대하고 지원 대상을 차상위계층과 한부모가족 등으로 넓히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아울러 의료비 지원만으로 반려동물 복지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동물등록 활성화, 예방접종과 중성화 지원, 올바른 반려문화 교육 등 예방 중심 정책과 연계될 때 정책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지는 문화가 정착될 때 유기동물 문제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다.반려동물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시대다.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는 사람만을 위한 복지로 완성되지 않는다.
대구시의 이번 사업이 일회성 지원에 머물지 않고 지속 가능한 생명복지 정책으로 발전해 다른 지방자치단체에도 모범 사례가 되기를 기대한다.
지방정부의 세심한 복지정책 하나가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성숙한 공동체 문화를 만드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