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또다시 기후위기의 현실을 온몸으로 겪었다. 예보를 뛰어넘는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도심을 덮쳤고, 올해 처음으로 긴급 호우 재난문자가 발송됐다.
다행히 대형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도로와 주택이 침수되고 교통이 마비되는 등 시민들은 한순간에 재난 한가운데 놓였다.
이제 극한호우와 폭염은 예외적인 자연현상이 아니라 매년 반복되는 일상이 됐다.이런 상황에서 추경호 대구시장이 취임 후 첫 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호우와 폭염으로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은 당연하면서도 반드시 실천해야 할 행정의 기본 책무다.
시민의 생명보다 우선하는 행정은 없으며, 재난 대응의 성패는 피해 복구가 아니라 피해를 얼마나 예방했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주목되는 대목은 추 시장이 "같은 장소에서 동일한 피해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점이다.
이는 단순한 당부가 아니라 행정의 반성이기도 하다. 해마다 비만 오면 물에 잠기는 도로와 시장, 반복적으로 침수되는 반지하주택과 지하차도는 이미 위험이 확인된 곳이다.
그럼에도 같은 피해가 되풀이된다면 그것은 천재(天災)가 아니라 예방하지 못한 인재(人災)에 가깝다.실제 집중호우 때마다 빗물받이 막힘과 맨홀 역류, 배수 불량이 반복적으로 지적된다.
배수펌프장은 정상 작동하는지, 하천변과 산사태 위험지역은 사전에 통제됐는지, 반지하 거주민 대피체계는 제대로 구축됐는지 등 기본적인 안전관리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
재난은 첨단 장비보다 현장의 작은 관리 소홀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폭염 대응 역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장마가 끝나면 폭염이 이어지는 것이 최근의 기후 패턴이다.
특히 홀몸노인과 장애인, 야외근로자, 농업인 등 취약계층은 폭염에 가장 먼저 노출된다.
무더위쉼터 운영 실태와 냉방시설 점검, 온열질환 응급의료체계, 취약계층 안부 확인 등이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 작동하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추 시장은 시설관리 소홀과 근무 태만으로 시민 피해가 발생하면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필요한 주문이다.
그러나 책임을 묻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것이다.
재난 대응은 사고 이후의 문책보다 사고 이전의 준비가 훨씬 큰 가치를 지닌다.기후위기는 앞으로 더 잦고 강한 재난을 예고하고 있다. 과거의 기준과 경험으로는 시민의 안전을 지킬 수 없다.
위험지역에 대한 선제적 투자와 과감한 방재 인프라 확충, 실시간 재난정보 공유, 기관 간 유기적인 협조체계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여기에 시민들의 안전의식과 적극적인 협조도 필수적이다.`인명피해 제로`는 결코 정치적 수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재난은 현장에서 막아야 하고, 행정은 현장에서 평가받는다.
올여름 대구시가 보여줄 재난 대응은 단순히 한 계절의 성과가 아니라 시민이 행정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시민의 생명을 지키겠다는 약속이 선언으로 끝나지 않고 현장의 변화로 이어질 때 비로소 그 의미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