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시 7급 공무원의 25억원대 공금 유용 의혹은 사실로 확인될 경우 개인의 일탈을 넘어 공직사회 전반의 관리·감독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되묻게 하는 중대한 사건이다.
시민의 혈세가 장기간 외부로 빠져나갔다면 행정 신뢰는 물론 지방재정의 근간까지 흔드는 심각한 문제다.공금은 시민이 맡긴 공동의 자산이다. 이를 관리하는 공무원에게는 누구보다 엄격한 책임성과 청렴성이 요구된다.
거액의 공금이 장기간 유용됐다면 회계 담당자 개인의 비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결재 과정은 물론 내부 통제와 정기 감사, 상급자의 관리·감독, 이상 거래를 걸러내야 할 회계 시스템까지 어느 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방증일 가능성이 크다.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은 전산 회계시스템과 복수 결재, 자체 감사 등 다양한 내부 통제 장치를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거액의 공금 유용이 뒤늦게 드러났다면 제도보다 운영에 허점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특히 동일 직원에게 업무가 장기간 집중됐는지, 회계와 출납 업무가 적절히 분리됐는지, 정기적인 점검이 형식적으로 이뤄진 것은 아닌지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수사기관은 사건의 전모를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야 한다.
유용 규모와 기간, 범행 수법은 물론 관리 책임이 어디까지 미치는지도 명확히 가려야 한다.
비위 당사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과 함께 부실한 관리 체계에 대한 책임도 예외 없이 물어야 한다.영천시 역시 사건 수습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시민 앞에 사실관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회계 관리 시스템 전면 재점검과 외부 감사 확대, 순환보직 강화, 실시간 예산 모니터링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공직사회가 잃어버린 신뢰는 말이 아니라 제도와 실천으로만 회복할 수 있다.한 사람의 일탈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방행정 전반의 내부 통제 시스템을 다시 세우는 것이 시민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