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 영덕군 경정리해수욕장에서 벌어진 이른바 ‘캠핑의자 퇴거 논란’이 지역 관광행정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단순한 이용객 민원을 넘어 공공재인 해수욕장이 특정 영업권 보호를 위해 사실상 사유화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이번 논란은 26개월 된 어린 딸과 함께 해수욕장을 찾은 한 가족이 캠핑의자 하나를 펼쳤다는 이유로 퇴거 요구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이용객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개인장비 반입금지라는 이유로 의자를 치우라는 요구를 받았고 결국 해수욕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호소했다.논란이 커지자 영덕군은 현장 확인에 나섰고, 결국 해수욕장 입구에 설치된 ‘개인장비 반입금지’ 현수막이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즉각 철거를 지시했다.
군 관계자는 “백사장 전체를 점용허가 받은 것이 아닌데도 마치 해수욕장 전역에서 개인장비 사용이 금지되는 것처럼 안내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결국 이번 사태의 본질은 명확하다. 운영위원회가 법적 근거도 불분명한 안내문을 내걸고 이용객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는 사실이다.더욱 황당한 것은 운영위원회 관계자들의 해명이다. 이용객 측은 “캠핑의자를 펴면 누가 평상과 파라솔을 빌리겠느냐”, “남의 영업장에 와서 영업을 방해한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만약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안전관리 문제가 아니라 영업권 수호를 위한 이용객 통제에 불과하다.공공의 해변은 특정 단체의 영업장이 아니다. 해수욕장은 국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유 공간이다.
운영권을 맡았다고 해서 이용객의 정당한 휴식 권리까지 제한할 권한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물론 운영위원회는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갯바위 인근 위험지역에서 안전요원의 시야를 가려 이동을 요청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의문은 남는다. 정말 안전 문제였다면 왜 입구에 ‘개인장비 반입금지’ 현수막이 걸려 있었는가.
왜 안내방송 문안에도 개인장비 전체 철거로 오해할 수 있는 표현이 포함됐는가. 왜 이용객은 처음부터 개인장비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주장하는가.안전 때문이었다는 해명은 오히려 더 많은 의문을 낳고 있다.지역 관광산업은 관광객의 발길로 유지된다. 특히 최근과 같은 경기 침체 속에서 관광객 한 명, 가족 한 팀의 방문은 지역경제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그런데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가족이 캠핑의자 하나를 펼쳤다는 이유로 실랑이를 벌이고 결국 다른 해수욕장으로 떠났다면 누가 다시 그 지역을 찾고 싶겠는가.문제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국 곳곳의 해수욕장과 관광지에서 평상, 파라솔, 각종 대여시설 영업권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개인 텐트나 의자 설치를 사실상 금지하는 관행이 이어지면서 “공공 해변이 돈을 내야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이번 경정리해수욕장 사태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영덕군은 현수막 철거에 그칠 것이 아니라 당시 상황 전반에 대한 철저한 사실조사에 나서야 한다.
캠핑의자가 설치된 위치가 어디였는지, 운영위원회가 어떤 근거로 이용객에게 퇴거를 요구했는지, 영업권 보호 목적의 과도한 통제가 있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무엇보다 공공 해변 운영의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한다. 해수욕장은 운영위원회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이다.
운영 편의나 영업 수익이 이용객의 권리보다 앞설 수는 없다.캠핑의자 하나를 둘러싼 이번 논란은 단순한 민원이 아니다.
국민이 이용해야 할 바다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묻는 질문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할 책임은 지금 영덕군과 해수욕장 운영 주체들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