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군 안계면 철파리 치매보듬마을 주민들이 정성껏 키운 옥수수를 수확했다.    농촌에서는 흔한 수확 풍경일 수 있지만, 치매 환자와 주민, 자원봉사자, 보건소가 함께 땀 흘려 일군 결실이라는 점에서 의미는 남다르다.    밭에서 자란 것은 옥수수만이 아니다. 치매에 대한 편견을 허물고 서로를 이해하는 공동체 의식도 함께 영글었다.우리나라는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치매는 개인과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짊어져야 할 사회적 과제가 됐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치매 환자를 돌봄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거나 사회로부터 분리하려는 인식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치매보듬마을은 치매 환자가 익숙한 생활 터전에서 이웃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지역 중심 돌봄 모델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철파리 치매보듬마을의 옥수수 재배는 그 취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잡초를 뽑으며 수확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치매 어르신들에게는 신체활동과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자연스러운 치료이자 재활이다.    주민들에게는 치매를 특별한 질병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이웃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소통의 시간이 된다.    공동 작업은 서로의 벽을 허물고 공동체를 회복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언어인 셈이다.특히 농업이라는 지역의 자산을 치매 돌봄과 접목했다는 점은 더욱 높이 평가할 만하다.    농촌 어르신들에게 농사는 평생 익숙했던 삶의 방식이다.    익숙한 일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수확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과정은 어떤 프로그램보다 큰 치유 효과를 낸다.    지역의 특성을 살린 돌봄이야말로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라는 사실을 철파리 사례가 보여주고 있다.이제 치매 정책도 시설 중심에서 지역 공동체 중심으로 더욱 확대돼야 한다.    행정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관심이 뒷받침될 때 치매 친화마을은 생명력을 갖는다.    치매보듬마을이 일회성 사업이나 보여주기식 행사에 머물지 않도록 지속적인 프로그램과 예산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옥수수 한 알은 작다. 그러나 그 안에는 함께 땀 흘린 시간과 서로를 배려한 마음, 그리고 치매도 함께 이겨낼 수 있다는 공동체의 희망이 담겨 있다.    철파리에서 거둔 이번 수확이 치매 친화도시를 향한 씨앗이 되어 의성은 물론 경북 곳곳으로 퍼져 나가길 기대한다.    치매를 두려움이 아닌 이웃의 문제로 함께 품는 사회, 그 출발점은 거창한 제도가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따뜻한 손길이라는 사실을 이번 옥수수 수확이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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