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배우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여기까지 왔습니다.”평균 나이 79세. 최고령 졸업생은 89세다. 어린 시절 여러 사정으로 학교 문턱을 넘지 못했던 어르신들이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 당당히 초등학력 인정서를 품에 안았다.누군가에게는 어린 시절 자연스럽게 거쳤던 초등학교 과정이지만 이들에게는 무려 3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이어온 도전의 결실이다.의성군은 지난 23일 의성읍 비봉1리 경로당에서 ‘초등학력 인정 문해교육 졸업식’을 열고 늦깎이 학생들의 특별한 졸업을 축하했다.이날 졸업식에는 졸업생 14명을 비롯해 문해교육 강사와 마을 주민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평생 마음 한편에 품고 있던 배움의 꿈을 이룬 어르신들을 위해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졸업생들의 평균 연령은 79세, 최고령은 89세다.이들은 지난 2023년 초등학력 인정 문해교육 1단계 과정에 첫발을 내디딘 뒤 2025년까지 3년 동안 총 120주, 720시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했다.배움의 교실은 학교가 아닌 마을 경로당이었다.평소 이웃들과 정을 나누던 경로당이 수업시간이면 책상 앞에서 한글을 익히고 글을 읽고 쓰는 ‘늦깎이 학교’로 변했다.
처음에는 낯설었던 글자 하나하나를 익히고, 직접 문장을 읽고 써 내려가면서 어르신들에게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배움의 길이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고령의 나이에 공부를 다시 시작한다는 것부터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러나 어르신들은 눈이 내리는 겨울에도, 비가 쏟아지는 날에도 경로당 교실을 찾았다.
‘한글을 배우겠다’는 마음 하나로 3년간 수업을 이어가며 마침내 초등학력 인정이라는 값진 결실을 일궈냈다.이번 졸업은 단순히 글자를 읽고 쓰는 법을 배웠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그동안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야 했던 글을 스스로 읽고 자신의 생각을 직접 글로 표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어르신들에게 문해교육은 일상의 자신감과 새로운 삶의 기회를 안겨주는 과정이 됐다.특히 이번에 받은 초등학력 인정서는 또 다른 배움으로 향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초등학력 인정제’는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만 18세 이상 성인이 초등학교 6년 과정을 3년에 걸쳐 이수하면 교육감 명의의 초등학력 인정서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교육과정을 마치고 학력을 인정받으면 중학교 진학 등 상급 교육과정으로 배움을 이어갈 수 있어 학령기에 교육 기회를 갖지 못했던 성인들에게 새로운 교육의 문을 열어주고 있다.의성군의 성인문해교육도 꾸준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군은 지난 2012년 성인문해교육을 시작한 이후 지역 어르신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해 왔다.
특히 고령자가 많은 농촌지역 특성을 고려해 어르신들이 멀리 이동하지 않고 생활권 안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경로당을 배움터로 활용하고 있다.이번 비봉1리 졸업생 배출은 의성군이 성인문해교육을 시작한 이후 경로당 단위로는 세 번째다.현재 의성에서는 매년 평균 24개 경로당에서 300여 명의 어르신이 문해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마을 가까운 곳에서 한글을 익히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초학습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어르신들의 참여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100세 시대를 맞아 문해교육의 의미도 단순한 ‘한글 교육’을 넘어 평생교육과 사회참여의 영역으로 넓어지고 있다.배움을 통해 일상의 불편을 줄이는 것은 물론 스스로 글을 읽고 쓰는 자신감을 갖게 되고, 이웃과 함께 공부하면서 사회적 관계를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농촌지역 어르신들의 삶에 또 다른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최유철 의성군수는 “3년간 포기하지 않고 모든 과정을 완주하신 어르신들의 노력과 열정에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며 “100세 시대 성인 학습자들이 배움의 꿈을 이어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평생교육 프로그램 운영에 아낌없는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3년 전 책과 연필을 들고 조심스럽게 시작한 늦깎이 학생들의 도전은 그렇게 한 장의 졸업장으로 결실을 맺었다.하지만 배움은 끝이 아니다. 여든을 앞두고, 또 여든을 훌쩍 넘어서도 새로운 글자를 익히고 세상과 만나는 의성 어르신들에게 이날 졸업식은 ‘마지막 학교’가 아닌 또 다른 배움으로 향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