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 집중호우가 할퀴고 간 마을에서 복구 작업과 함께 주민들의 ‘마음 복구’가 시작됐다.의성군이 최근 집중호우로 삶의 터전에 피해를 입고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단촌면 구계리 일대 주민들을 찾아 재난심리지원에 나섰다고 27일 밝혔다.수해 현장의 흙탕물과 잔해를 치우는 물리적 복구 못지않게 갑작스러운 재난으로 불안과 충격을 겪은 주민들의 심리적 회복 역시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의성군은 국립부곡병원 영남권트라우마센터와 협력해 단촌면 구계리 일대 호우피해 주민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재난심리지원’을 추진했다이번 지원은 피해 주민들이 직접 의료기관이나 상담기관을 찾아야 하는 부담을 덜고 전문가들이 재난 현장으로 찾아가 주민들의 심리 상태를 살피는 데 초점을 맞췄다.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 동안 단촌면 구계보건진료소를 거점으로 ‘마음안심버스’를 운영했다.지원 인력은 거점 상담에만 머물지 않고 구계1·2리와 외천경로당을 직접 찾아 주민들을 만났다.
집중호우를 겪은 뒤 불안이나 스트레스 등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상태를 살피고 필요한 상담과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했다.재난은 비가 그치고 물이 빠졌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갑작스럽게 닥친 집중호우로 집과 농경지 등 생활 터전에 피해를 입거나 위험한 순간을 경험한 주민들에게는 당시의 공포와 불안이 오랫동안 남을 수 있다.
피해 복구 과정에서 겪는 피로와 경제적 부담 등이 더해지면서 심리적 어려움이 뒤늦게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이에 의성군은 재난 직후부터 주민들의 심리 상태를 세심하게 살피고, 도움이 필요한 주민을 조기에 찾아 지속적인 관리로 연결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영남권트라우마센터는 이번 현장 지원을 통해 정신건강 평가와 스트레스 측정을 실시하고 주민별 상태에 따라 개인 심층상담과 심리 안정화 프로그램 등을 제공했다.필요한 주민에게는 EMDR(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 치료도 진행했다.
이와 함께 심리평가를 통해 지속적인 상담이나 관리가 필요한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굴하는 데도 중점을 뒀다.특히 의성군은 일회성 상담으로 끝내지 않고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장기적인 사후관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의성군정신건강복지센터는 지난해 대형 산불 피해 이후 재난심리 고위험군으로 확인된 주민들을 대상으로 현재까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이어가고 있다.이번 집중호우 피해 주민들에 대해서도 영남권트라우마센터와 협력해 심리평가와 상담을 실시하고, 평가 결과 고위험군으로 선별된 주민은 사례관리 대상자로 연계해 정기적으로 심리 상태를 살필 계획이다.산불과 집중호우 등 예기치 못한 재난이 잇따르면서 피해 주민들의 심리 회복을 재난 대응의 한 축으로 삼아야 한다는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특히 재난 초기에는 피해 복구와 생계 문제에 집중하느라 자신의 심리적 어려움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다가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불안이나 우울, 수면장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는 만큼 지속적인 관찰과 전문적인 지원 체계가 중요하다.의성군은 현장 상담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진료가 필요한 주민들에게 의료서비스도 연계한다.오는 28일부터 경북대학교병원의 ‘찾아가는 정신건강의학과 현장진료’를 통해 전문의 심층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이를 통해 현장 심리평가와 상담, 고위험군 발굴, 사례관리와 모니터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진료까지 이어지는 단계별 지원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의성군은 앞으로도 재난 피해 주민의 심리 상태를 지속적으로 살피는 한편 관계기관과 협력해 상담과 전문진료가 필요한 주민들이 적절한 시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이어갈 방침이다.최유철 의성군수는 “재난으로 인한 심리적 충격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어 초기 심리지원과 지속적인 사례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체계적인 재난심리지원과 지속적인 사후관리를 통해 피해 주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집중호우가 남긴 상처를 치우는 일은 무너진 시설을 복구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피해 주민들이 재난의 불안과 충격에서 벗어나 다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마음까지 복구하는 것’이 또 하나의 재난 대응 과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