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 “대프리카요? 이제 대구만 더운 게 아니잖아요. 경북까지 전부 펄펄 끓는 것 같습니다.”‘대프리카’라는 말조차 무색할 만큼 대구·경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27일 대구와 경북 곳곳에서 낮 기온이 38도 안팎까지 치솟는 극한 폭염이 이어지면서 도심과 농촌, 산업현장과 관광지까지 말 그대로 거대한 가마솥으로 변했다.아침부터 후텁지근한 공기가 대구 도심을 감쌌다. 해가 높아질수록 열기는 더욱 거세졌다.
강한 햇볕이 내리꽂힌 도로에서는 아지랑이가 피어올랐고,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와 건물 외벽에서는 열기가 쉼 없이 뿜어져 나왔다.횡단보도 앞 시민들은 신호를 기다리는 짧은 순간에도 그늘막 아래로 몸을 옮겼다.
양산과 모자, 휴대용 선풍기를 든 시민들이 눈에 띄었고 한낮 거리에는 평소보다 인적이 뜸했다.대구 도심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46. 대구 동구 신천동)씨는 “아침 출근길부터 공기가 후끈하고 점심시간에는 몇 분만 걸어도 등에 땀이 흠뻑 난다”며 “요즘은 점심도 가까운 곳에서 해결하고 웬만하면 한낮에는 밖에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이어 “대구가 원래 덥다고 하지만 올해는 밤까지 열기가 남아 있어 몸이 지치는 느낌”이라며 “에어컨 없이는 잠들기도 힘들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대구만의 ‘대프리카’ 아니다…경북 전역이 가마솥한때 전국적인 폭염의 대명사는 대구였다.분지 지형에 강한 일사와 도시 열섬현상이 겹치면서 여름이면 아프리카를 빗댄 ‘대프리카’라는 별칭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그러나 최근 폭염은 대구에만 머물지 않는다.대구와 맞닿은 경산을 비롯해 청도와 고령 등 경북 남부 내륙은 물론 경주·포항 등 동해안 지역까지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사실상 대구·경북 전역이 폭염 영향권에 들어섰다.낮 기온이 38도 안팎까지 오르는 극한의 더위가 이어지면 노약자와 어린이, 농업인과 야외근로자 등 폭염 취약계층의 건강 위험도 크게 높아진다.시민들에게도 이제 폭염은 ‘여름이니까 더운 것’으로 넘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청도 들녘도 ‘헉헉’…농민들 새벽부터 폭염과 사투대표적인 농업지역인 청도군의 들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복숭아와 감 등 농작물을 돌봐야 하는 농민들은 해가 뜨기 전부터 서둘러 밭으로 향한다.
오전부터 기온이 빠르게 오르면서 한낮에는 야외에서 장시간 작업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기 때문이다.청도에서 농사를 짓는 박 모(68세.청도군 이서면)씨는 “예전에는 오전까지 일을 했는데 요즘은 해가 본격적으로 뜨기 전에 중요한 일을 최대한 끝내려고 한다”며 “낮에는 밭에 조금만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고 땀이 줄줄 흐른다”고 말했다.박씨는 “농사는 때가 있어서 마냥 손을 놓을 수도 없지만 더운 날 무리했다가는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요즘은 물을 가지고 다니면서 조금 일하고 그늘에서 쉬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농촌지역은 특히 고령 농업인의 비율이 높은 만큼 온열질환 예방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폭염이 장기간 이어지면 사람뿐 아니라 농작물과 가축도 위험하다. 강한 햇볕으로 과실 표면이 손상되는 햇볕데임과 생육 저하가 우려되고 축산농가에서는 축사 내부 온도 상승에 따른 가축 스트레스와 폐사 위험도 커진다.농촌의 폭염은 주민 건강과 농업 생산을 동시에 위협하는 재난인 셈이다.◆천년고도 경주도 ‘열기’…관광객·시민들 그늘 찾아경주도 불볕더위를 피해 가지 못했다.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도심과 주요 관광지에서는 양산을 펼쳐 든 사람들이 그늘을 찾아 이동하고, 낮 시간대 야외활동을 줄이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경주에 거주하는 윤 모(55세.경주시 동천동)씨는 “낮에는 햇볕이 너무 강해서 밖에 오래 서 있기가 힘들다”며 “장을 보거나 볼일이 있으면 오전에 다녀오고 오후에는 가능하면 외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이어 “문제는 해가 진다고 바로 시원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라며 “저녁에도 도로와 건물에서 열기가 올라오는 것 같고 밤까지 후텁지근해 잠을 설치는 날이 많아졌다”고 말했다.경주는 도심뿐 아니라 넓은 야외 공간에 문화유산과 관광지가 분포해 있어 폭염이 장기화할 경우 관광객 안전관리도 중요하다.야외 관광에 나서는 경우 장시간 햇볕에 노출되지 않도록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물을 자주 마시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낮에는 38도, 밤에는 열대야…24시간 ‘폭염 고통’더 큰 문제는 해가 져도 더위가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는 점이다.낮 동안 달궈진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건물 등이 밤늦도록 열을 내뿜으면서 대구와 경북 곳곳에서는 열대야가 시민들의 밤잠까지 빼앗고 있다.낮에는 불볕더위에 시달리고 밤에는 열대야에 잠을 설치는 ‘이중고’가 반복되면서 시민들의 피로도 쌓이고 있다.저녁이 되면 더위를 피해 공원과 하천변으로 나오는 시민들이 늘지만 밤에도 후텁지근한 공기가 이어지면서 좀처럼 더위를 식히기 어렵다.냉방기기 사용시간도 길어지고 있다. 에어컨과 선풍기를 밤새 켜두는 가정이 늘면서 냉방비와 전력 사용에 대한 부담도 커지는 모습이다.대구 시민 김씨는 “예전에는 해가 지면 그래도 한숨 돌릴 수 있었는데 요즘은 밤에도 집 안이 뜨겁다”며 “낮 더위보다 밤에 제대로 못 자는 것이 더 힘들다”고 말했다.◆건설·배달·농업현장 ‘직격탄’…온열질환 비상폭염은 생업 현장을 더욱 힘겹게 만들고 있다.건설현장과 도로, 농촌 등 그늘이 부족한 야외 작업장에서는 강한 햇볕과 지면에서 올라오는 복사열까지 더해져 근로자들이 느끼는 더위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택배와 배달, 환경미화 등 장시간 야외를 오가는 근로자들도 폭염에 그대로 노출된다.고온 환경에서 무리한 작업을 이어가면 어지럼증과 두통, 근육경련, 탈진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할 경우 열사병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무엇보다 가장 뜨거운 시간대에는 작업량을 줄이고 충분한 물과 휴식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농촌에서도 ‘조금만 더 하고 쉬자’는 생각으로 무리하게 작업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특히 홀로 농작업에 나서는 고령층은 가족과 이웃이 수시로 안부를 확인하는 등 지역사회 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지자체도 폭염 대응 비상…취약계층 보호가 관건폭염이 장기화하면서 대구시와 경북도, 일선 시·군의 대응도 중요해지고 있다.무더위쉼터와 그늘막 등 폭염저감시설을 적극 활용하고 독거노인과 거동이 불편한 주민 등 취약계층의 건강 상태를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도심에서는 그늘막과 무더위쉼터가 시민들이 실제 이용할 수 있는 폭염 피난처 역할을 해야 하고 농촌에서는 마을 단위의 고령층 안부 확인과 농작업 안전관리가 요구된다.건설현장과 산업현장에서도 작업시간 조정과 휴식시간 보장 등 근로자 안전대책을 철저히 시행해야 한다.폭염이 매년 반복되고 강도마저 거세지면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역시 단순한 계절대책을 넘어 상시적인 재난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대프리카’ 넘어 대구·경북 전체가 폭염권대구 시민은 “밖에 서 있기도 힘들다”고 말하고, 청도 농민은 “해 뜨기 전에 일을 끝내야 한다”고 호소한다. 경주 시민은 “해가 져도 열기가 식지 않는다”며 밤잠을 걱정한다.지역과 생활환경은 달라도 시민들이 체감하는 더위는 하나같이 심각하다.한때 대구의 무더위를 상징했던 ‘대프리카’라는 별칭도 이제 대구·경북의 극한 폭염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도심의 아스팔트가 달아오르고 농촌 들녘에서는 농민들이 새벽부터 폭염과 사투를 벌인다. 관광도시에서는 시민과 관광객들이 한 뼘의 그늘을 찾아 움직이고 산업현장에서는 근로자들의 건강과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낮에는 38도 안팎의 불볕더위, 밤에는 좀처럼 식지 않는 열대야.대구·경북이 밤낮없이 펄펄 끓고 있다.폭염은 이제 ‘참고 견뎌야 할 여름 더위’가 아니라 시민의 생명과 건강, 농업과 산업, 지역경제와 일상을 동시에 위협하는 재난이다.
갈수록 거세지는 폭염에 대비한 촘촘한 안전망과 시민 개개인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