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장길리 해상 보행교인 `보릿돌교`가 지난 28일 붕괴됐다.
출입이 통제된 상태였고, 붕괴 직전 보행자가 다리에서 벗어나면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리 너머 갯바위에 고립됐던 낚시객들도 모두 구조됐다.
결과만 놓고 보면 불행 중 다행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를 `천만다행`이라는 말로 덮어서는 안 된다.
사람의 생명은 우연이 아니라 철저한 안전관리로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다.보릿돌교는 준공된 지 13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설이다.
더욱이 지난 5월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토대로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시설은 결국 무너져 내렸다.
이는 단순히 노후 시설의 붕괴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안전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안전진단은 위험을 확인하는 데서 끝나는 절차가 아니다.
위험이 확인됐다면 즉각적인 보강과 철거, 예산 확보 등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안전등급을 매기고 출입금지 표지판을 세우는 것만으로 행정의 책임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시설물이 언제 붕괴할지 모르는 상태라면 보다 강력한 물리적 통제와 긴급 보수, 시민 보호 대책이 동시에 이뤄졌어야 한다.이번 사고는 `관리`의 허점도 그대로 드러냈다. 출입이 통제됐음에도 낚시객들이 갯바위에 드나든 사실은 통제 조치가 형식에 머물렀음을 보여준다.
위험시설을 관리하는 행정은 시민의 자율적 판단에 기대서는 안 된다.
위험이 예견된다면 접근 자체를 차단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안전은 권고사항이 아니라 공공의 의무다.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앞으로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설계상의 문제인지, 시공 부실인지, 유지관리 소홀인지, 아니면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는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어느 한 단계에서라도 관리의 공백이 있었다면 그 책임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사고 원인을 명확히 밝히지 못하면 같은 유형의 사고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포항시는 관내 유사 교량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 점검이 일회성 대응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전국의 해상교량과 관광시설, 보행교를 대상으로 안전관리 체계를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
특히 해안지역 시설물은 염분과 강풍, 파랑 등 일반 교량보다 훨씬 가혹한 환경에 노출되는 만큼 유지관리 기준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안전진단 결과와 보수 이력 역시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제도 개선도 요구된다.대한민국은 그동안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각종 교량과 옹벽 붕괴 사고를 겪으며 값비싼 교훈을 얻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경각심은 무뎌지고 안전은 비용과 행정 편의 뒤로 밀려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안전은 사고가 난 뒤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다.이번 보릿돌교 붕괴는 인명 피해가 없었다는 이유로 잊혀져서는 안 된다.
시민의 생명을 지켜준 것은 제도가 아니라 우연이었다.
더 이상 안전을 운에 맡기는 사회여서는 안 된다.
철저한 원인 규명과 책임 있는 후속 조치, 그리고 국가 차원의 시설물 안전관리 혁신만이 또 다른 참사를 막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