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대구 투자 계획이 결국 무산됐다.
대구시로서는 아쉬운 결과지만, 이를 단순히 기업의 투자 계획 변경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번 사안은 대구의 미래산업 유치 전략과 투자환경 전반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왜 대구는 국가 미래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AI 데이터센터를 품지 못했는지 냉정하게 진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AI 데이터센터는 이제 단순한 전산시설이 아니다. 생성형 AI와 클라우드, 반도체 산업을 뒷받침하는 국가 핵심 인프라이며, AI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는 출발점이다.
세계 주요 국가와 국내 지방자치단체들이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에 뛰어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데이터센터 하나가 들어서면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 전문인력이 함께 모이고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지역경제에도 상당한 생산·고용 유발 효과를 가져오는 만큼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기업은 투자 여부를 정치적 구호나 지자체의 의지만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 능력과 대규모 부지, 향후 확장성, 용수 확보, 통신망, 신속한 인허가 체계 등 사업성을 종합적으로 따진다.
이번 투자 검토 과정에서도 대구가 제시한 부지가 초대형 AI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조건을 충분히 충족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문제는 기업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준비 부족에서 찾아야 한다.그동안 대구는 ABB(인공지능·빅데이터·블록체인)를 미래 신성장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산업 비전은 선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기업이 실제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얼마나 갖췄는지가 경쟁력이다.
대규모 전력 인프라와 산업용지 확보, 규제 개선, 신속한 행정지원, 전문인력 양성까지 종합적인 투자환경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미래산업 유치는 공허한 구호에 머물 수밖에 없다.이제는 산업정책의 방향도 바뀌어야 한다. 기업을 찾아다니며 투자 유치를 요청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이 먼저 찾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AI 데이터센터와 첨단산업이 입지할 수 있는 대규모 후보지를 미리 확보하고, 전력망과 용수 공급계획을 국가계획과 연계해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인허가 절차를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투자지원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이번 일을 계기로 대구시와 지역 정치권도 보다 현실적인 산업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미래산업은 선언이 아니라 준비된 도시를 선택한다. 기업은 가능성이 아니라 확실성을 보고 투자한다.
투자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첨단기업은 다른 지역으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SK AI 데이터센터 무산은 분명 뼈아픈 결과다. 하지만 이를 실패로만 남겨둘 필요는 없다.
부족했던 점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산업 기반을 다시 다지는 전환점으로 삼는다면 오히려 더 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대구가 진정한 AI 산업도시를 지향한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청사진이 아니라 기업이 신뢰하는 투자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이번 실패를 산업 체질을 바꾸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때 대구의 미래도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