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 “기름을 넣으려고 몇 군데를 돌아다녔습니다. 휘발유가 있다는 말을 듣고 왔는데 여기에도 차량이 끝도 없이 늘어서 있네요.”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러시아의 석유제품 생산·공급 불안 여파가 몽골 시민들의 일상까지 파고들고 있다.8일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일부 주유소에는 휘발유를 넣으려는 차량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긴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휘발유가 떨어지거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주유소를 피해 기름이 있다는 곳을 찾아다니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주유소에서 시작된 차량 행렬은 진입로를 지나 도로변까지 이어졌다.    승용차와 택시, 화물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앞차 한 대가 주유를 마치고 빠져나가면 기다리던 차량들이 몇m씩 앞으로 움직인 뒤 다시 멈춰 섰다.운전자들은 자신의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일부는 차에서 내려 주유소 안쪽을 바라봤고, 다른 운전자들은 휴대전화를 꺼내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다른 주유소의 휘발유 공급 상황을 확인했다.기름을 찾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어렵게 줄을 섰다는 시민도 있었다.울란바토르 시민 A 씨는 “아침에 찾아간 주유소에는 휘발유가 없다고 해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며 “이곳에 기름이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는데 기다리는 차량이 너무 많아 언제 주유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이어 “자동차로 출퇴근해야 하기 때문에 휘발유가 없으면 생활 자체가 불편해진다”며 “오늘 기름을 넣더라도 며칠 뒤 다시 이런 일이 생길까 걱정된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휘발유 공급 불안은 일반 시민들의 불편을 넘어 차량 운행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택시기사와 운송업 종사자들에게 더욱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울란바토르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C 씨도 영업 도중 주유소를 찾아 차량 행렬에 합류했다.그는 “택시기사에게 휘발유는 곧 생계다. 기름을 넣지 못하면 운행할 수 없고 차가 멈추는 순간 하루 수입도 함께 멈춘다”며 “손님을 태워야 할 시간에 주유소에서 한두 시간씩 기다리고 있으니 하루 벌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이어 “기름값이 오르는 것도 부담이지만 지금은 돈이 있어도 원하는 시간에 휘발유를 넣지 못한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공급이 하루빨리 정상화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실제 주유소 앞에서는 영업용 택시들이 일반 승용차 사이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이 어렵지 않게 눈에 띄었다.    택시기사들에게 주유소 대기시간은 곧 영업 손실이다. 대기시간이 길어질수록 태울 수 있는 승객이 줄어들고 그만큼 하루 수입도 감소한다.화물차 운전자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연료를 제때 공급받지 못하면 운행 일정에 차질이 생기고, 공급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운송비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이번 상황은 몽골의 높은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가진 구조적 취약성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러시아와 중국 사이에 위치한 내륙국가인 몽골은 국내에서 사용하는 석유제품 상당 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공급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평상시에는 러시아와 연결된 공급망을 통해 석유제품을 들여올 수 있지만 러시아 국내 생산이나 수출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충격이 몽골에 빠르게 전달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러시아 정유시설이 공격받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석유제품 생산과 공급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러시아가 자국 내 휘발유와 경유 공급을 우선할 경우 러시아산 석유제품에 의존하는 주변 국가들의 수급 부담도 커질 수 있다. 몽골로서는 국제정세의 변화가 곧바로 시민들의 주유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더 큰 문제는 휘발유 공급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다.휘발유와 경유는 단순히 자동차를 움직이는 연료에 그치지 않는다.    택시와 버스 등 시민 교통은 물론 화물운송과 유통, 건설, 광업, 농·축산업 등 몽골 경제 전반과 연결돼 있다.특히 국토가 넓고 지역 간 이동거리가 긴 몽골의 특성상 안정적인 연료 공급은 물류와 산업 활동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다.휘발유와 경유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화물차 운행에 차질이 발생하고 이는 운송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운송비가 오르면 식료품과 생필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결국 연료 공급 부족이 운송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다시 각종 상품가격과 생활물가를 끌어올리는 연쇄적인 파장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생활비 부담이 큰 서민층과 택시기사,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연료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은 이중고가 될 수 있다.이번 휘발유 공급 불안은 몽골의 에너지 안보 문제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특정 국가에 석유제품 수입을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공급국의 전쟁이나 정유시설 가동 차질, 수출정책 변화가 발생할 때마다 국내 경제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장기적으로는 러시아에 집중된 석유제품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국내 정제능력을 확대해 외부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에너지 공급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변 국가를 통한 공급망 확대와 함께 자체적인 석유 비축 능력을 강화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무엇보다 당장은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정적인 연료 공급이 시급한 상황이다.해가 저물면서 울란바토르 도심에 어둠이 내려앉았지만 주유소 앞 차량 행렬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도로 한쪽으로 늘어선 차량들의 붉은 후미등이 길게 이어졌다.    앞차가 주유를 마치고 빠져나가자 뒤에 있던 차량들이 일제히 시동을 걸었다. 몇m를 움직인 차량들은 이내 다시 멈춰 섰다.운전자들은 기다렸다. 그 사이에도 휘발유를 찾아온 승용차와 택시들이 하나둘 차량 행렬 끝에 합류했다.“오늘 못 넣으면 내일 또 와야죠.”몇 시간째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는 한 운전자의 짧은 말에는 체념과 걱정이 뒤섞여 있었다.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터에서 수천㎞ 떨어진 몽골. 총성과 포성이 들리지 않는 이곳에서도 전쟁이 불러온 에너지 공급 불안은 시민들의 평범한 일상을 흔들고 있다.출근해야 하는 직장인, 손님을 태워야 하는 택시기사, 물건을 실어 날라야 하는 화물차 운전자에게 휘발유는 하루를 움직이는 필수품이다.울란바토르 시민들에게 지금 당장의 관심사는 복잡한 국제정세보다 내일 아침 자신의 자동차에 넣을 휘발유를 제때 구할 수 있느냐는 현실적인 문제다.주유소 앞에는 또 한 대의 자동차가 줄 끝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 뒤로 또 다른 차량의 전조등이 다가왔다.몽골 시민들의 ‘기름 전쟁’은 그렇게 밤늦도록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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