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 함께 꽃을 심어 마을 골목을 가꾸고, 마을회관에 둘러앉아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눈다. 농사일에 지친 몸을 체조로 풀고 저녁이면 이웃들과 노래를 부르거나 영화를 본다.산불 피해로 한동안 웃음을 잃었던 경북 청송군 파천면 지경리 주민들이 자신들에게 필요한 복지를 직접 찾고 만들어가며 마을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청송군은 지경리에서 주민들이 직접 마을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 방안까지 결정하는 주민주도형 마을복지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11일 밝혔다.지경리는 올해 청송군이웃사촌복지센터가 추진하는 마을복지사업 신규 마을로 선정됐다.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행정기관이 프로그램을 정해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주민들이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직접 논의하고 결정한다는 점이다.주민들은 여러 차례 주민회의와 마을복지추진단 논의를 거쳐 ‘돌봄·건강·화합’을 마을의 핵심 복지 의제로 정했다.이를 토대로 마을 환경정비와 꽃 심기를 비롯해 건강밥상, 건강체조, 작은영화관, 노래교실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사업들을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다.마을복지의 첫걸음은 지난 3월 내디뎠다.주민들은 마을복지 선포식을 열고 주민이 주인이 되는 복지공동체를 만들어가기로 뜻을 모았다.이어 주민들이 직접 마을회관과 골목 주변의 잡초를 제거하고 곳곳에 꽃을 심었다. 단순한 환경정비를 넘어 이웃들이 함께 땀을 흘리면서 침체된 마을 분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마을복지는 주민들의 ‘밥상’으로도 이어졌다.정기적으로 마련되는 ‘주민 건강밥상’에는 홀로 생활하는 어르신을 비롯한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함께 식사를 한다.누군가 혼자 끼니를 해결하지는 않는지, 평소 잘 보이던 이웃이 갑자기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닌지 자연스럽게 서로를 살핀다.한 끼 식사가 고령 주민의 건강과 안부를 확인하는 생활밀착형 돌봄으로 이어지는 셈이다.마을회관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평소 주민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던 사랑방에서 건강과 문화, 돌봄이 한데 어우러지는 ‘생활권 복지거점’으로 변신하고 있다.건강체조 시간에는 주민들이 함께 몸을 움직이며 농사일로 쌓인 피로를 풀고 규칙적인 신체활동을 이어간다.문화시설을 이용하기 쉽지 않은 고령 주민들을 위한 ‘작은영화관’도 운영한다.멀리 영화관을 찾아가지 않아도 마을회관에서 이웃들과 영화를 감상하며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 영화 한 편을 함께 보는 시간이 주민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일상을 확인하는 소통의 시간이 되고 있다.저녁이면 마을회관에서 흥겨운 노랫소리도 울려 퍼진다.‘이웃소리 노래교실’은 주민들이 마을 의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직접 선택한 화합 프로그램이다.오는 11월까지 모두 10차례에 걸쳐 전문 강사의 지도로 트로트 노래 배우기와 주민 노래자랑, 인지·스포츠체조 등을 진행한다.프로그램은 농사일을 하는 주민들이 보다 편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저녁 시간대에 마련했다.단순히 노래를 배우는 여가 프로그램에 머물지 않고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웃고 이야기하며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교류의 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지경리의 이 같은 변화는 산불 피해를 겪은 마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피해 이후 가라앉았던 마을 분위기를 주민 스스로 회복하고 이웃이 이웃을 돌보는 공동체를 다시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황진업 지경리 이장은 “산불 피해 이후 마을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아 있었지만 주민들이 함께 모여 의견을 나누고 꽃을 심고 음식을 준비하면서 마을에 다시 웃음과 활력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이어 “앞으로도 주민들이 서로를 살피고 힘을 모아 누구나 정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는 지경리를 만들어가겠다”고 했다.청송군은 지경리 사례처럼 주민이 마을의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주체로서 필요한 복지사업을 직접 발굴하고 실행하는 주민주도형 복지공동체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특히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빠른 농촌지역에서는 행정서비스만으로 돌봄 공백을 모두 채우기 어려운 만큼 주민들이 서로의 안부를 살피고 일상을 공유하는 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윤경희 청송군수는 “산불 피해의 어려움 속에서도 주민들이 서로의 안부를 살피고 힘을 모아 마을의 일상을 회복해 나가는 모습은 주민주도형 복지공동체의 의미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이어 “앞으로도 주민들의 의견이 마을복지사업에 충실히 반영되고 마을 안에서 돌봄과 소통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