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 스크린 뒤로 펼쳐진 울릉도의 바다와 산, 항구의 풍경까지 한 편의 영화가 되는 특별한 영화제가 관객 808명과 함께 사흘간의 여정을 마쳤다.국내에서 가장 동쪽에 위치한 섬 울릉도에서 열린 `제8회 우리나라 가장동쪽 영화제`가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현포항 야외공연장 등을 무대로 펼쳐졌다.우리나라 가장동쪽 영화제는 일반적인 영화관을 벗어나 울릉도의 자연과 주민들의 삶이 이어지는 공간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행사다.단순히 영화를 보고 떠나는 행사가 아니라 관객이 섬에 머물며 울릉의 풍경과 음식, 사람을 만나고 그 과정 자체를 영화제의 일부로 경험하도록 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올해 영화제 역시 `스크린 너머의 풍경까지 영화가 되는 곳`이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현포항 야외공연장을 중심으로 진행됐다.사흘간 영화제를 찾은 관객은 모두 808명으로 집계됐다.첫날인 7일 376명이 영화제를 찾았고 8일에는 325명, 마지막 날인 9일에는 107명이 함께했다.관객층도 울릉도를 여행하던 관광객부터 지역 주민, 영화 관계자, 청년 활동가 등으로 다양했다.특히 영화를 보기 위해 울릉도를 직접 찾은 관객들이 섬에 머물며 작품 관람뿐 아니라 울릉의 자연과 음식, 주민들의 일상을 함께 경험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도시형 영화제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영화제는 작품 상영에만 머물지 않았다.영화 상영 전후에는 감독과 관객이 직접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GV(관객과의 대화)를 마련했다.관객들은 작품을 만든 감독으로부터 영화 제작 과정과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직접 듣고 자신의 생각과 질문을 나누면서 스크린과 객석의 경계를 허물었다.영화와 울릉도라는 공간이 결합하면서 작품을 감상하는 경험도 더욱 확장됐다.올해 영화제는 태풍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와도 마주했다.당초 야외에서 진행할 예정이던 일부 상영은 기상 상황에 따라 실내로 장소를 변경하는 등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지만 영화제 측은 관객 안전을 우선해 프로그램과 상영 장소를 탄력적으로 운영했다.특히 마지막 날인 9일에는 악천후로 현포항 야외 상영이 어려워지자 울릉도·독도 해양연구기지 다목적홀로 장소를 옮겨 상영을 이어갔다.궂은 날씨에도 관객들이 자리를 지키면서 영화제는 예정된 사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올해 상영작 가운데서는 울릉 주민의 시선으로 지역의 이야기를 기록한 작품이 특히 관심을 끌었다.`울릉, 섬` 세션에서 상영된 임선자 감독의 `천부 만덕호 침몰사건`이다.울릉 주민인 임 감독이 울릉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과 지역사회에 남아 있는 기억을 토대로 만든 작품으로, 외부인의 시선이 아닌 섬에서 태어나고 살아가는 주민의 눈으로 울릉의 이야기를 담아냈다는 점에서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울릉이라는 공간이 단순히 영화제 개최 장소에 머무르지 않고 영화의 소재이자 주인공으로 스크린에 등장한 셈이다.지역 소상공인들도 영화제의 한 축을 맡았다.울릉군 소상공인연합회와 함께 운영한 `우가동 시네마 푸드부스`에는 지역 소상공인들이 직접 참여해 울릉의 먹거리와 다양한 메뉴를 선보였다.관객들은 영화 상영을 기다리며 지역 음식을 맛보고 상인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눴다.영화 관람객을 지역 상권과 연결하고 주민과 여행객이 한 공간에서 어울리는 교류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더했다.영화제 측은 올해 행사를 통해 주민과 지역 상인, 영화인, 여행객이 함께 참여하는 섬 영화제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으로 평가했다.특히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울릉도의 지리적 여건과 태풍 등 좋지 않은 기상 상황에도 800명이 넘는 관객이 참여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박찬웅 우리나라 가장동쪽 영화제 조직위원장은 "올해는 울릉의 주민들과 소상공인, 여러 지역 관계자들이 영화제를 함께 만들어줬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었다"며 "영화제는 몇 명의 기획자가 만드는 행사가 아니라 지역과 관객, 현장을 지키는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이어 "올해는 태풍까지 찾아왔지만 그럼에도 800명이 넘는 관객이 울릉도까지 찾아와 영화를 함께해주셨다"며 관객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박 위원장은 특히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에서 관객 한 명 한 명이 갖는 의미를 강조했다.그는 "울릉도에서의 관객 한 명은 서울에서의 관객 1천명과도 같은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며 "울릉이라는 작은 섬에서 한 명의 관객이 영화제를 찾아주는 것은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올해 808명의 관객은 우리에게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며 "808번의 선택이고, 808번의 울릉 방문이며, 808개의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올해로 8회째를 맞은 우리나라 가장동쪽 영화제는 `가장 동쪽`이라는 울릉도의 지리적 특성을 영화제의 정체성으로 확장하고 있다.대형 영화관이나 도심의 상영관 대신 바다와 항구, 섬 주민들의 생활공간을 영화제로 끌어들여 관객들이 작품과 여행, 지역문화를 동시에 경험하도록 하는 방식이다.영화제는 앞으로도 섬과 육지, 영화와 사람, 여행객과 지역 주민을 이어주는 문화 플랫폼으로서 울릉도만의 색깔을 가진 영화제로 자리매김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