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농촌이 타들어가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에 비다운 비마저 내리지 않으면서 농업용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내고 밭작물은 시들어간다. 과수 농가에서는 일소와 열과 피해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다.    폭염과 가뭄이 겹친 지금 농촌의 상황을 단순한 여름철 기상이변 정도로 봐서는 안 된다.    정부와 경북도, 일선 시·군이 비상한 각오로 대응해야 할 때다.상황은 심상찮다. 한국농어촌공사 경북지역본부가 관리하는 도내 저수지 688곳의 평균 저수율은 지난 5일 기준 48.4%로 평년 67.3%보다 18.9%포인트나 낮다.    6~7월 누적 강수량도 243.9㎜로 평년의 66.1% 수준에 불과하다.    올해 농사뿐 아니라 가뭄이 장기화할 경우 내년 농업용수 공급까지 걱정해야 한다.지역별 상황은 더욱 절박하다. 경주는 최근 2개월 강수량이 평년의 28.3%에 그쳤고 농업용 저수지 평균 저수율도 41%까지 떨어졌다.    안강읍 하곡저수지는 저수량이 총저수량의 10%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다.    영천지역 952개 농업용 저수지의 저수율도 52.2%에 머물고 있다.폭염까지 겹치면서 피해는 농업 현장으로 번지고 있다. 사과·복숭아·포도 등 경북 주력 과수는 강한 햇볕으로 과실이 데는 일소와 수분 불균형에 따른 열과 피해에 취약하다.    성주 참외와 청송 사과 등에서도 고온과 가뭄에 따른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뭄이 길어지면 생산량 감소와 품질 저하가 불가피하고 이는 농가소득 감소로 직결된다.경북도와 일선 지자체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경북도는 재난안전특별교부세 15억원과 가뭄대비 용수개발사업비 2억원 등 17억원을 확보해 포항·경주·영천 등 가뭄이 심한 지역을 중심으로 긴급 용수 공급에 나섰다.    경주시도 하상 굴착과 가물막이 설치, 관정 개발, 간이양수장 설치 등을 추진하고 있다.    영천을 비롯한 시·군들도 양수장비와 살수차를 동원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응급처방만으로 갈수록 빈번해지는 기후재난을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가뭄이 닥칠 때마다 관정을 파고 양수기를 동원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폭염과 가뭄이 일상화하는 기후위기 시대에 맞춰 농업용수 관리체계 자체를 바꿔야 한다.무엇보다 상습 가뭄지역을 중심으로 저수지와 양수장, 용수로 등 농업기반시설을 전면 점검해야 한다.    노후 시설은 서둘러 정비하고 대체 수원 개발과 저수 능력 확충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지역별 저수율과 토양 수분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가뭄이 본격화하기 전에 용수를 공급하는 선제 대응체계도 필요하다.농민 피해 지원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 폭염과 가뭄으로 농작물 피해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재해복구비와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농작물재해보험이 실제 기후재난 피해를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농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농가가 자연재해 피해까지 고스란히 떠안게 해서는 안 된다.농민의 생명과 안전 역시 중요하다. 고령 농업인이 많은 경북 농촌에서 폭염 속 농작업은 생명을 위협한다.    지자체는 폭염특보 때 마을별 취약 농업인을 확인하고 한낮 농작업을 자제하도록 현장 지도를 강화해야 한다.폭염과 가뭄은 이제 예외적인 재난이 아니다. 올해를 넘기면 끝나는 문제도 아니다.    기후변화가 계속되는 한 더 강하고 더 잦은 가뭄이 닥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경북은 사과·포도·복숭아·참외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농산물 주산지다.    경북 농업이 흔들리면 농민의 생계뿐 아니라 농산물 수급과 장바구니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정부와 경북도는 지금의 가뭄을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당장의 급수 지원에 머물지 말고 농업용수 확보와 수리시설 현대화, 기후적응형 농업으로 정책의 중심을 옮겨야 한다.    농민이 해마다 하늘만 쳐다보며 비를 기다리게 하는 농정은 더 이상 대책이라 할 수 없다.    타들어가는 농촌에 필요한 것은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가뭄에도 버틸 수 있는 농업기반을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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