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의 미래 먹거리 선점을 위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대구는 미래모빌리티·반도체·로봇·헬스케어·ABB(AI·빅데이터·블록체인)를 5대 미래산업으로 정해 산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북 역시 이차전지와 반도체, 바이오를 비롯한 첨단산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고 있다.    대경권 차원에서는 미래모빌리티·첨단로봇·시스템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가 차기 성장엔진 후보로 제시됐다. 지역 산업지도를 다시 그리는 대전환이 시작된 것이다.그러나 미래산업 육성은 구호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기업이 투자하고 신기술을 실증해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    무엇보다 낡고 중복된 규제를 걷어내는 일이 급선무다.    첨단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데 제도가 과거 산업의 틀에 갇혀 있다면 기업은 투자 시기를 놓치고 지역은 산업 주도권을 잃을 수밖에 없다.대구경북이 주목하는 AI·로봇·자율주행·바이오·이차전지는 기존 산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대표적인 융복합 산업이다.    연구개발에서 실증, 인증, 사업화, 양산에 이르는 과정도 복잡하다. 이 과정에서 부처별·기관별 규제가 겹치고 인허가에 과도한 시간이 걸리면 기업 입장에서는 치명적이다.    세계시장에서 기술 선점의 성패가 몇 달, 심지어 몇 주 차이로 결정되는 시대다.규제혁신은 그래서 기업 지원을 넘어 지역의 생존 문제다.대구가 미래산업 기업을 대상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과 투자 유치를 지원하고, 미래산업 분야 스타기업과 유망기업을 발굴하는 것도 산업 생태계를 키우기 위한 것이다.    미래모빌리티 분야에서는 2024~2028년 약 1천억원을 들여 모터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와 기술개발·인력양성 기반을 구축하는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하지만 기업에 지원금을 주고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업이 정작 사업을 시작하려 할 때 규제 장벽에 막힌다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도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기업 유치 경쟁의 핵심은 결국 `얼마를 지원하느냐` 못지않게 `얼마나 빨리 사업할 수 있느냐`에 있다.규제혁신이라고 해서 안전과 환경을 위한 규제까지 무조건 풀자는 것은 아니다.    국민 생명과 환경을 지키기 위한 규제는 철저해야 한다. 문제는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시대착오적 규제와 부처·기관별 중복 규제다.    없앨 것은 과감히 없애고, 필요한 규제는 합리적으로 고쳐야 한다.    신기술은 일정한 안전장치 아래 먼저 실증하도록 하고 그 결과를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는 유연성도 필요하다.대구경북이 `규제혁신 실험장`을 자처할 필요가 있다. 미래모빌리티는 대구에서, 이차전지는 포항에서, 반도체는 구미를 중심으로, 바이오와 로봇은 지역별 산업 기반과 연계해 신기술을 자유롭게 시험하고 사업화할 수 있도록 과감한 특례를 적용해야 한다.    지역 전체를 거대한 미래산업 테스트베드로 만드는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정부도 권한을 움켜쥐고 있어서는 안 된다. 중앙부처의 허가 하나를 받기 위해 지역 기업이 수개월씩 기다리는 일이 반복돼서는 미래산업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지역이 스스로 판단하고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은 지방정부에 권한을 넘겨야 한다. 규제특례와 재정 지원, 연구개발(R&D), 인재 양성을 패키지로 묶는 정책도 필요하다.대구시와 경북도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기업이 규제 때문에 어려움을 호소할 때마다 개별적으로 해결하는 사후 대응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업·대학·연구기관·경제단체가 참여하는 상시 규제혁신 기구를 가동해 현장의 애로를 먼저 찾아내야 한다.    여러 부서와 기관을 전전하지 않고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지원체계도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규제혁신은 청년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대구경북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청년 유출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청년을 붙잡으려면 무엇보다 좋은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미래산업 기업이 들어오고 지역 기업이 성장해야 연구개발과 기술직을 비롯한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기업이 떠나면 청년도 떠나고, 기업이 모이면 청년이 돌아온다. 미래산업 규제혁신을 지역소멸 대응책으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대구경북에는 제조업이라는 든든한 산업적 토대가 있다. 여기에 대학과 연구기관, 산업단지, 기업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대구의 로봇·모빌리티·ABB와 경북의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를 유기적으로 연결한다면 수도권과 충분히 겨뤄볼 만한 초광역 첨단산업 벨트를 구축할 수 있다.    실제 대경권 차원의 산업전략도 이러한 초광역 미래 제조 생태계 구축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관건은 속도다. 미래산업에는 영원한 선두도, 기다려주는 시장도 없다.    다른 지역과 세계 각국이 기업과 기술,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거는 사이 규제 하나를 풀지 못해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대구경북이 대한민국 미래산업의 중심지가 되려면 기업 유치 숫자를 자랑하기에 앞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지역, 신기술을 가장 빨리 시험하고 사업화할 수 있는 지역이라는 평가부터 받아야 한다.    산업은 미래를 향해 뛰는데 규제가 과거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규제혁신의 속도가 곧 대구경북 미래산업의 경쟁력이다.  지금이야말로 대구시와 경북도, 정부가 규제혁신에 사활을 걸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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