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1주년을 맞았다. 1945년 8월 15일, 우리 민족은 일제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 빼앗겼던 국권을 되찾았다.
36년의 암흑기를 견디며 조국 독립을 위해 목숨과 재산, 가족까지 내놓았던 수많은 선열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8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그날의 감격과 독립운동의 숭고한 정신은 결코 희미해져서는 안 된다.특히 대구·경북에서 맞는 광복절의 의미는 남다르다. 경북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독립운동의 본향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경북은 2천500명이 넘는 독립유공자를 배출했다.
구한말 의병항쟁에서부터 계몽운동과 3·1운동, 국내외 항일투쟁에 이르기까지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수많은 지역 선각자들이 앞장섰다.
안동을 비롯한 경북 곳곳에 남아 있는 독립운동의 흔적은 이 지역이 대한민국 독립운동사에서 차지하는 무게를 말해 준다.그러나 광복절을 맞아 우리가 되새겨야 할 것은 과거의 자랑만이 아니다.
선열들이 목숨을 걸고 되찾으려 했던 나라를 오늘 우리는 제대로 만들어가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
독립운동 정신은 박물관과 기념관에 보존해야 할 과거의 유산에 그쳐서는 안 된다.
자유와 책임, 공동체를 위한 희생, 나라의 미래를 걱정했던 정신을 오늘의 시대정신으로 되살리는 것이 진정한 광복의 계승이다.무엇보다 독립유공자와 후손에 대한 국가적 예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아직도 이름을 찾지 못한 독립운동가를 발굴하고 제대로 평가하는 작업을 지속해야 한다.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후손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미래 세대가 독립운동의 역사를 올바르게 배울 수 있도록 교육과 연구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애국을 말하면서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과 그 후손을 제대로 대우하지 못한다면 국가의 책무를 다했다고 할 수 없다.광복의 역사까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갈라놓는 모습도 경계해야 한다.
독립운동과 광복은 어느 한 진영의 전유물이 아니다.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선열들이 꿈꿨던 대한민국 역시 특정 정파의 나라가 아니었다.
광복절만큼은 여야와 진보·보수, 지역과 세대를 넘어 국민이 하나가 돼야 한다.
역사를 둘러싼 학문적 논쟁은 있을 수 있지만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열어가야 한다는 대의마저 정쟁의 대상으로 만들어서는 곤란하다.일본과의 관계에서도 원칙과 실용이 함께 가야 한다. 과거를 잊는 것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는 아니다.
식민지배의 역사를 정확히 기억하고 피해자의 아픔을 존중하는 것은 양국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이다.
동시에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안보·경제 환경 속에서 국익을 위해 필요한 협력은 추진해야 한다.
과거사에는 당당하게 원칙을 세우되 미래를 위한 협력에는 냉철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외교 역량이 필요하다.오늘 대한민국을 둘러싼 환경도 녹록지 않다. 세계적인 경제·기술 패권 경쟁은 갈수록 거세지고 안보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저출생과 고령화,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은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
특히 대구·경북을 비롯한 지방이 직면한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은 더 이상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공동체의 존립과 직결된 국가적 과제다.81년 전 선열들이 나라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았다면 이제 우리 세대의 책무는 어렵게 일군 대한민국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고 다음 세대에 더 나은 나라를 물려주는 것이다.
정치권은 정쟁보다 민생을 앞세우고, 정부는 안보와 경제를 튼튼히 하며, 지역은 스스로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국민 역시 서로 다른 생각을 인정하면서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힘을 모으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야 한다.광복은 1945년 8월 15일에 끝난 역사가 아니다. 자유와 주권을 지키고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광복의 정신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태극기를 손에 들고 만세를 외쳤던 선열들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바라본다면 어떤 평가를 내릴 것인가.광복 81주년, 그 질문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선열들의 희생을 기억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정신을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힘으로 만들어야 한다.
갈등을 넘어 통합으로,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넘어 균형발전으로, 과거의 고난을 넘어 더 강하고 당당한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것. 그
것이 독립운동의 본향 대구·경북에서 광복절을 맞는 우리가 선열들에게 드려야 할 가장 값진 보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