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 광복 81주년을 맞아 전국에서 모인 청년들이 대한민국 독립운동사의 굵직한 발자취가 남아 있는 경북 안동과 청송, 영양을 직접 걸으며 선열들의 희생과 나라사랑 정신을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경상북도와 경북문화관광공사는 광복절을 맞아 지난 14일부터 15일까지 이틀간 안동·청송·영양 일원에서 전국 대학생과 20대 청년 등 3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따라, 경북 역사로드’를 운영했다.이번 행사는 단순히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여행에서 벗어나 경북 곳곳에 남아 있는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항일운동의 현장을 직접 찾아 선열들이 지켜내고자 했던 나라와 독립의 의미를 오늘의 청년 세대가 되새기도록 하는 동시에, 지역이 간직한 역사적 자산을 관광·문화 콘텐츠와 연결해 경북만의 차별화된 역사관광 상품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마련됐다.특히 경북은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하고 의병항쟁과 계몽운동, 만주지역 독립운동 등 한국 독립운동사의 주요 흐름을 이끌었던 지역인 만큼 참가자들은 1박 2일 동안 교과서와 책에서 접했던 독립운동가들의 이름과 역사를 실제 삶의 터전과 유적에서 만나며 ‘기억하는 역사’를 넘어 ‘경험하는 역사’의 의미를 체감했다.첫날인 14일 청년들의 역사 여정은 영양 남자현역사공원에서 시작됐다.참가자들은 여성 계몽운동과 항일독립운동에 평생을 바친 남자현 지사의 삶을 돌아보며 일제강점기 여성이라는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어 조국의 독립을 위해 치열하게 살았던 한 독립운동가의 삶과 신념을 되새겼다.단순히 역사적 인물의 업적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가 살았던 시대와 선택, 독립을 향한 의지를 함께 생각하면서 오늘날 청년들에게 독립과 자유가 어떤 의미인지를 스스로 묻는 시간이 됐다  발길은 청송으로 이어졌다.청송 항일의병기념공원을 찾은 참가자들은 청송의진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일제에 맞서 일어난 의병들의 항일투쟁 역사를 살펴보고 이름 없이 스러져간 수많은 의병의 희생정신을 기렸다.총과 칼로 무장한 일제에 맞서 자신의 삶과 가족, 생업까지 뒤로한 채 나라를 지키기 위해 나섰던 의병들의 이야기는 참가자들에게 광복이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진 결과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희생과 저항이 켜켜이 쌓여 이뤄낸 역사임을 다시 일깨웠다.첫날 역사로드의 마지막 무대는 ‘독립운동의 성지’로 불리는 안동이었다.참가자들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 선생의 생가인 임청각을 찾아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한 개인을 넘어 가문 전체가 독립운동에 뛰어든 치열했던 역사를 되짚었다.임청각은 단순한 고택이 아니다. 나라를 되찾겠다는 신념 아래 기득권과 재산을 뒤로하고 만주로 향했던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공간으로, 한 가문에서 여러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역사를 통해 경북 독립운동이 개인 차원을 넘어 가족과 가문, 지역사회로 확산됐던 과정을 보여준다.참가자들은 고택 곳곳을 둘러보며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이 감당해야 했던 삶의 무게와 희생을 생각하고,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일상의 자유가 선열들의 선택과 희생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을 되새겼다.광복절인 15일 둘째 날 일정은 민족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이육사의 삶과 문학세계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됐다.이육사문학관을 찾은 청년들은 암울했던 일제강점기에도 민족의 희망과 저항의식을 놓지 않았던 이육사의 삶을 돌아보고 그의 문학 속에 담긴 시대정신과 독립 의지를 살펴봤다.특히 이육사가 단순히 저항시를 남긴 문인을 넘어 독립을 위해 행동했던 독립운동가였다는 사실을 되짚으면서 문학이 시대의 아픔을 기록하고 사람들에게 희망과 저항의 의지를 전달하는 또 하나의 독립운동이 될 수 있었음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이어 참가자들은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을 방문해 경북지역에서 전개된 독립운동의 전체적인 흐름을 살펴봤다.각 지역과 인물을 중심으로 흩어져 있던 독립운동의 역사를 한자리에서 연결해 살펴봄으로써 의병항쟁과 계몽운동, 국외 독립운동 등 시대와 공간을 넘나들며 이어진 경북 독립운동의 특징과 의미를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했다.청년들의 발걸음은 안동 내앞마을로 이어졌다.내앞마을은 백하 김대락과 일송 김동삼을 비롯해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곳으로, 경북지역 독립운동이 특정 인물 몇 사람의 선택이 아니라 가문과 마을, 공동체가 함께 참여했던 거대한 역사였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현장이다.참가자들은 마을 곳곳을 직접 걸으며 독립운동가들이 태어나고 성장했던 생활공간을 살펴보고, 평범했던 한 마을이 어떻게 나라의 독립을 위해 수많은 인물을 배출하는 독립운동의 터전이 됐는지를 현장에서 확인했다.특히 역사책 속 이름으로만 알고 있던 독립운동가들이 실제 가족을 이루고 이웃과 생활했던 공간을 직접 걷는 경험은 참가자들에게 독립운동사를 보다 가까이 받아들이게 하는 계기가 됐다.독립운동은 멀리 떨어진 과거의 거대한 사건만이 아니라 한 사람과 한 가족, 한 마을의 삶 속에서 시작돼 지역사회로 확산된 역사라는 점을 현장에서 확인한 셈이다.이번 역사로드는 일방적으로 설명을 듣고 유적을 둘러보는 기존 역사탐방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청년들이 직접 참여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한 것도 특징이다.참가자들은 ‘독립운동가 감사 롤링페이퍼’를 통해 이름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독립운동가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글로 표현했다.안동과 청송, 영양의 독립운동사와 지역 이야기를 주제로 한 ‘퀴즈 골든벨’에서는 이틀 동안 현장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되짚으며 역사를 자연스럽게 익혔다.탐방 과정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와 독립운동가, 여행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역사적 사실과 느낌을 서로 이야기하는 ‘청춘 토크’도 진행됐다.청년들은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독립운동과 광복의 의미를 공유하면서 과거의 역사를 오늘의 삶과 연결하고, 앞으로 독립운동의 정신을 어떻게 기억하고 이어가야 할지 생각을 나눴다.경북도와 경북문화관광공사는 역사적 의미만을 강조하는 딱딱한 답사에서 벗어나 청년들이 경북의 자연과 관광, 음식까지 함께 경험하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영양에서는 전통 정원인 서석지와 연당림을 찾아 자연과 어우러진 지역의 풍경을 즐겼으며, 안동에서는 월영교와 예끼마을 등 대표 관광지를 둘러보며 독립운동 유적과는 또 다른 경북의 관광 매력을 경험했다. 지역의 맛도 여행에서 빠질 수 없었다.참가자들은 산채비빔밥과 안동찜닭, 간고등어 정식 등 경북을 대표하는 지역 음식을 맛보면서 역사와 자연, 관광, 미식을 한꺼번에 즐기는 여행을 이어갔다.이는 독립운동 유적을 단독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데서 벗어나 주변 관광지와 음식, 체험 콘텐츠를 하나의 여행 동선으로 연결함으로써 역사관광의 체류시간을 늘리고 지역 소비로 이어지게 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특히 안동·청송·영양은 독립운동사를 비롯한 풍부한 역사문화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자연경관과 전통문화, 음식 등 각 지역마다 차별화된 관광자원을 갖추고 있어 이를 하나의 ‘역사로드’로 연결할 경우 경북 북부권을 대표하는 새로운 역사문화 관광상품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이번 프로그램은 현장에서 끝나지 않는다.참가자들은 이틀 동안 만난 독립운동 유적과 관광지, 지역 음식과 체험 프로그램을 각자의 시선으로 사진과 영상에 담았으며 이를 숏폼과 블로그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로 제작해 SNS를 통해 공유할 예정이다.청년들이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생생한 여행 경험이 온라인 공간으로 확산되면 기존의 정형화된 관광홍보와 달리 또래 청년들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경북도는 기대하고 있다.특히 짧은 영상과 사진 중심의 콘텐츠 소비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독립운동 유적을 어렵고 무거운 역사공간이 아니라 직접 찾아가 보고 싶은 여행지이자 자신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지역 입장에서도 청년들의 SNS 콘텐츠가 안동과 청송, 영양의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 유적과 관광지를 전국에 알리는 새로운 홍보창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이번 경북 역사로드는 지역의 독립운동 유산을 단순히 보존하고 기념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관광과 교육, 체험을 결합해 다음 세대가 직접 찾아와 경험하는 살아 있는 역사문화 콘텐츠로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역사관광은 일반적인 관광상품과 달리 장소가 가진 이야기가 핵심 경쟁력이다. 같은 건물과 마을이라도 그곳에서 누가 살았고 어떤 선택을 했으며 어떤 역사가 펼쳐졌는지를 알게 될 때 관광객에게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이다.그런 점에서 남자현 지사의 삶이 남아 있는 영양과 의병항쟁의 역사를 간직한 청송, 석주 이상룡과 이육사를 비롯한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안동을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한 이번 프로그램은 경북이 가진 독립운동사의 가치를 관광자원으로 확장하는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앞으로는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지역별 역사적 특성을 더욱 세밀하게 발굴해 계절별·주제별 역사여행 코스를 개발하고 지역 숙박과 음식, 전통시장, 체험 프로그램 등을 연계한다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무엇보다 광복절이라는 특정 시기에만 독립운동의 역사를 기억하는 데서 벗어나 평소에도 학생과 가족, 청년 관광객들이 경북을 찾아 자연스럽게 독립운동의 현장을 접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관광상품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향후 과제로 꼽힌다.박찬우 경북도 문화관광체육국장은 “광복절을 맞아 책이나 기록으로 접했던 독립운동의 역사를 실제 현장에서 만나고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이번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며 “경북이 간직한 역사와 문화가 관광을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특색 있는 관광상품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광복 81주년, 전국 각지에서 모인 청년들이 걸었던 1박 2일의 경북 역사로드는 단순한 여행길이 아니었다.    남자현 지사의 치열했던 삶에서 출발해 청송 의병들의 항일정신을 만나고, 임청각과 이육사문학관,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과 내앞마을로 이어진 길 곳곳에는 나라를 되찾기 위해 자신의 삶을 내놓았던 선열들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과거 독립운동가들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 걸었던 길을 100여 년이 흐른 오늘의 청년들이 다시 걸으며 그들의 이야기를 사진과 영상, 글로 기록해 또 다른 청년들에게 전하는 것, 그것이 이번 ‘경북 역사로드’가 만들어낸 새로운 역사 계승 방식이다.선열들이 남긴 독립의 발자취가 오늘날 청년들의 여행길이 되고, 그 여행이 다시 경북의 역사와 문화를 세상에 알리는 새로운 콘텐츠로 이어지면서 ‘독립운동의 성지’ 경북이 기억과 추모의 공간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역사문화 관광지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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