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 무대 위에서는 ‘맨발의 디바’, 바닷속에서는 10여 년 경력의 베테랑 다이버다.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무대를 압도해 온 가수 이은미(60)가 이번에는 산소통을 메고 자신이 사랑해 온 경북 동해의 수중 비경을 알리는 전도사로 나섰다.이 씨는 지난 5일 울릉 죽도에서 경북문화관광공사가 주최한 ‘경북 동해안 수중비경 10+1선’ 공개식에서 ‘경상북도 동해바다 명예 홍보대사’로 위촉됐다.단순히 유명 가수에게 이름뿐인 홍보대사 직함을 맡긴 것은 아니다. 이 씨는 스쿠버다이빙 경력만 10여 년에 이르는 베테랑이다.    특히 울릉도 바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바쁜 공연 일정 속에서도 매년 열흘에서 보름씩 울릉도를 찾아 다이빙을 즐긴 지 올해로 4년째다.“울릉도 바다를 열렬히 사랑하는 다이버로서 정말 큰 영광입니다. 매년 일정을 맞춰 열흘에서 보름씩 울릉도를 찾고 있어요. 울릉 바다는 그야말로 매혹 그 자체입니다.”명예 홍보대사로 위촉된 소감을 묻자 이 씨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가수가 아닌 한 명의 다이버로서 자신이 직접 보고 경험한 울릉도 바닷속의 아름다움을 더 많은 사람에게 소개할 수 있게 됐다는 기쁨이었다.그가 울릉도 바다를 설명하면서 가장 먼저 꺼낸 표현은 ‘웅장함’이었다.“한반도의 웅장한 기상을 한 곳에 응축시켜 놓은 것 같아요. 바닷속에 들어가면 대륙을 다 품고 있는 듯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암석이 아니라 물속 바위 하나하나에서 한국인의 기상이 느껴진다고 할까요.”이번에 공개된 ‘경북 동해안 수중비경 10+1선’에는 포항 호미반도와 경주 문무대왕릉, 울릉 죽도 등 경북 동해안의 주요 명소가 포함됐다.    육상 관광에 가려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동해의 수중 생태와 비경을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발굴해 국내외에 알리기 위한 시도다.수많은 바다를 직접 누벼본 이 씨의 눈에도 경북 동해는 특별하다.“깨끗하게 보존된 생태계도 놀랍지만 다른 바다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압도적인 스케일과 확장된 매력이 있습니다. 경북문화관광공사가 왜 이런 수중 비경을 찾아내고 알리려 하는지 저 역시 다이빙을 하면서 온몸으로 느꼈습니다.”특히 그의 마음을 울릉도로 붙잡아 둔 것은 수심 45m 아래에서 만난 ‘해송(海松) 군락’이었다.이 씨가 처음부터 울릉도를 잘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수중 스쿠터로 불리는 DPV(Diver Propulsion Vehicle) 교육을 마친 뒤 첫 탐험지를 어디로 정할지 고민하던 중 트레이너가 울릉도를 추천했다.그렇게 시작된 울릉도와의 첫 만남은 강렬했다.죽도에서 관음도 방향으로 이동해 수심 45m까지 내려갔을 때였다. 어둡고 깊은 바닷속에서 그의 눈앞에 끝없이 펼쳐진 해송 군락이 모습을 드러냈다.“그때 느꼈던 전율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라이트가 어둠을 가르자 모습을 드러낸 해송은 그에게 단순한 수중 생물이 아니었다.“라이트를 비추는 순간 신비롭고 영험한 분위기가 느껴졌어요. 오래된 마을 입구를 지키는 커다란 느티나무나 은행나무처럼 대한민국 전체를 지키는 수호신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10여 년 동안 여러 곳에서 다이빙을 즐긴 그에게도 울릉도의 해송 군락은 쉽게 잊히지 않는 풍경이었다.“전 세계 어디를 다녀봐도 이렇게 해송 군락이 장관을 이루는 바다는 없습니다. 완전히 압도됐죠.”그날의 감동은 이 씨를 해마다 울릉도로 향하게 했다. 이제는 죽도와 관음도뿐 아니라 쌍정초까지 찾아 울릉도 주변 바다를 두루 누비는 ‘울릉도 마니아’가 됐다.수많은 관객과 호흡하는 화려한 공연장과 깊은 바닷속의 적막. 두 공간은 극과 극처럼 보이지만 이 씨에게는 묘하게 맞닿아 있다.“다이빙은 음악만큼 제 삶에서 사랑하는 분야입니다.”무대에서는 자신의 목소리와 관객의 함성, 악기의 연주가 공간을 채운다. 그러나 물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모든 것이 달라진다.“바닷속에 들어가면 오직 내 호흡 소리만 들려요. 완벽한 고독감이라고 할까요.”그에게 그 고독은 외로움과는 다르다. 오히려 쉼 없이 달려온 시간을 정리하고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순간이다.“물 위에 떠 있을 때는 우주에 나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고립감을 느껴요. 그런데 동시에 자연과 하나가 되는 일체감도 찾아옵니다.”깊은 바다가 주는 고독과 일체감은 음악에도 영향을 미친다.“바쁘고 치열한 일상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새로운 영감을 얻는 데 다이빙보다 좋은 것은 없습니다.”수십 년간 무대 위에서 노래해 온 가수에게 바다는 또 다른 충전의 공간인 셈이다.    공연과 음악 작업으로 소진된 자신을 다시 채우고 새로운 감각을 깨우는 시간이 깊은 바닷속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이 씨는 명예 홍보대사로서 경북 동해의 수중 비경을 알리는 데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겠다는 뜻도 밝혔다.특히 바다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연구와 보존정책 못지않게 사람들이 직접 자연을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학자들의 연구와 학술 심포지엄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직접 바다에 들어가 자연을 체감하는 경험이 보존의 필요성을 알리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경험한 사람일수록 아름다운 자연을 지켜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경북 동해가 가진 해양관광 자원으로서의 잠재력에도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동해의 바다는 제주나 해외 유명 포인트와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습니다. 전 세계 다이버들에게 충분히 ‘꿈의 장소’가 될 수 있습니다.” 그의 말처럼 울릉도는 화산섬 특유의 수중 지형과 깊고 푸른 바다, 다양한 해양생태가 어우러진 곳이다. 육지에서 바라보는 울릉도의 절경만큼이나 수면 아래 감춰진 또 하나의 풍경이 새로운 관광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이 씨는 이번 홍보대사 위촉을 일회성 행사로 끝내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경북문화관광공사와 맺은 이번 인연을 계기로 한 번의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경북 동해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 힘을 보태겠습니다.”무대에서는 맨발로 노래하고 바다에서는 산소통을 멘 채 수십m 아래로 향하는 이은미.    그에게 울릉도는 유명 관광지를 넘어 자신을 비우고 다시 채우는 특별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인터뷰 끝자락, 이 씨는 아직 바닷속 세계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작은 용기’를 권했다.“여러분도 작은 용기를 내서 스쿠버다이빙에 도전해 보세요.”그러면서 특유의 웃음과 함께 말을 보탰다.“울릉도 바닷속에서 저를 만나는 특별한 행운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요.(웃음)”‘맨발의 디바’가 사랑에 빠진 울릉도 바다. 이제 무대 위에서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온 그의 목소리가 경북 동해의 숨겨진 수중 비경을 세상 밖으로 불러낼 또 하나의 울림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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