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 김천시의회가 언론을 대하는 태도를 둘러싸고 ‘언론 길들이기’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의 대표기관이자 집행부를 견제·감시해야 할 지방의회가 정작 자신을 감시하는 언론의 비판에는 얼마나 열린 자세를 보이고 있는지를 놓고 문제 제기가 나온 것이다.핵심은 단순하다.
의회에 우호적인 보도를 하는 언론과 비판적인 보도를 하는 언론 사이에 취재 접근이나 자료 제공, 행사 안내, 홍보 업무 등에서 차이가 존재하는가 하는 점이다.
만약 언론사의 보도 내용이나 논조에 따라 의회가 대응 방식을 달리했다면 이는 단순한 의회와 기자 간 갈등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시민의 알권리와 지방의회의 투명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판 기사가 나온 이후 해당 언론사나 기자에게 이전과 다른 조치가 있었다면 그 과정과 이유를 명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지방의회와 언론의 관계가 항상 편할 수는 없다.
언론은 의회의 의정활동을 알리는 역할과 함께 예산 심사와 조례 제·개정, 행정사무감사, 의원들의 발언과 처신 등을 감시한다.
의회 입장에서는 때로 불편하고 날카로운 기사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언론의 비판에 대한 대응은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반론을 제시하거나 잘못된 보도에 대해 정정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비판 보도 이후 특정 기자에게 자료 제공을 제한하거나 취재 접근에서 불리하게 대우하는 등의 일이 있었다면 성격은 달라진다.
언론 보도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사실상의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기사’를 쓰는 언론에는 문을 열고 ‘불편한 기사’를 쓰는 언론에는 문턱을 높인다는 의심을 받는 순간 지방의회가 강조해온 소통과 투명성 역시 설득력을 잃게 된다.
김천시의회는 시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김천시 행정을 견제하고 감시한다.
그렇다면 의회는 누가 감시하는가. 시민과 언론이다.
의원들의 의정활동과 의회의 예산 사용, 정책 결정 과정을 언론이 취재하고 시민에게 알리는 것은 지방자치를 구성하는 중요한 감시 장치다.
때문에 지방의회에는 집행기관보다 더 높은 수준의 공개성과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신들이 집행부를 향해 자료 공개와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하면서 정작 자신들을 취재하는 언론의 비판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모순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의회가 원하는 기사만 보도하는 언론은 감시자가 아니라 홍보창구에 가까워질 수 있다.
지방의회가 건강할수록 자신에게 불편한 질문과 비판적인 보도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천시의회가 특정 언론사를 차별하거나 비판 언론에 불이익을 준 사실이 없다면 논란을 해소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언론사와 기자를 대상으로 한 취재 지원과 자료 제공, 행사 안내, 홍보 업무 등이 어떤 원칙과 기준으로 이뤄지는지를 투명하게 밝히면 된다.
특히 특정 언론사 또는 기자에 대한 취재 지원 방식이 달라진 사례가 있다면 언제, 어떤 이유로 결정됐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
개별 언론사의 보도 논조가 이러한 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분명히 해야 한다.
객관적인 기준에 따른 조치였다면 자료로 설명하면 된다.
반대로 명확한 기준 없이 비판 보도 이후 특정 언론에 불리한 조치가 내려졌다면 의회 차원의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의회의 권한과 예산은 의원 개인이나 특정 조직의 것이 아니다.
시민에게서 나온 권한이며 시민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
언론은 의회를 무조건 비판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잘한 정책과 의정활동은 시민에게 알리고, 잘못된 결정이나 의혹에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그 과정에서 의회와 언론 사이에 긴장 관계가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그 긴장을 권한을 가진 기관이 불이익이나 배제로 해결하려 할 때 발생한다.
비판적인 질문을 던지는 기자를 불편해하고, 우호적인 보도를 하는 언론만 가까이하려는 문화가 자리 잡는다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시민이다.
시민이 알아야 할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어서다.
김천시의회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집행부를 감시하겠다면서 자신들을 향한 감시는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가.
시민을 대변하겠다면서 시민을 대신해 질문하는 언론의 비판을 존중하고 있는가.
‘언론 길들이기’ 논란을 해소하는 길은 비판하는 언론을 침묵시키는 데 있지 않다.
공정한 언론 대응 원칙을 세우고 모든 언론에 동일하게 적용하며 그 과정을 시민 앞에 공개하는 데 있다.
김천시의회가 시민의 대표기관을 자처한다면 자신에게 우호적인 목소리뿐 아니라 불편한 질문에도 답해야 한다.
의회를 감시하는 언론을 길들이려 한다는 의혹을 받는 순간, 의회가 집행부를 향해 요구하는 견제와 감시의 명분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