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다시 세계 육상의 중심에 선다. 2026 대구세계마스터즈육상경기대회가 21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대구스타디움 일원에서 막을 올린다.
본 경기는 22일부터 9월 3일까지 13일간 펼쳐진다. 106개국에서 선수 7천409명과 동반인 3천605명 등 모두 1만1천14명이 대구를 찾는다.
세계 각국의 육상인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대구의 도시 역량을 다시 한번 세계에 보여줄 기회다.이번 대회는 엘리트 선수들만의 기록 경쟁이 아니다. 35세 이상이면 참가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생활체육 육상축제라는 데 의미가 있다.
참가자들은 기록과 순위 못지않게 도전과 건강, 우정과 교류를 위해 대구의 트랙을 달린다.
스포츠가 나이를 넘어 평생 즐길 수 있는 문화라는 점을 보여주는 무대이기도 하다.대구와 육상의 인연은 각별하다. 2003년 하계유니버시아드와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렀고, 2017년에는 세계마스터즈실내육상경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실외 세계마스터즈대회까지 치르면 대구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실내·외 세계마스터즈육상경기대회를 모두 개최한 도시가 된다.
엘리트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마스터즈대회를 모두 품은 도시라는 상징성도 갖는다.그렇다고 과거의 성공 경험만 믿어서는 안 된다. 국제대회의 성패는 경기 자체보다 개최 도시가 참가자들에게 어떤 기억을 남기느냐에 달려 있다.
교통과 숙박, 통역, 경기장 안내에서부터 의료·안전대책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특히 한여름 대구에서 치러지는 대회인 만큼 폭염에 대한 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선수는 물론 자원봉사자와 관람객까지 고려한 급수·휴식·응급의료체계를 빈틈없이 가동해야 한다.시민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국제대회는 행정기관과 조직위원회만의 행사가 아니다.
시민이 관심을 갖고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응원할 때 비로소 도시 전체의 축제가 된다.
대구가 세계인들에게 친절하고 따뜻한 도시로 기억될 수 있도록 시민사회와 지역 상권도 손님맞이에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다.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게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이번 대회 참가자들은 상당수가 가족과 함께 대구를 방문한다. 숙박과 음식, 쇼핑, 관광 등 지역 소비로 연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경기장과 숙소만 오가는 데 그치게 해서는 국제대회를 개최하는 경제적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서문시장과 동성로, 근대골목, 팔공산 등 대구의 대표 관광자원은 물론 지역 음식과 공연·문화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대구에 머무는 동안 한 곳이라도 더 찾고, 한 끼라도 지역에서 더 소비하도록 세심한 관광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참가자들이 귀국한 뒤 대구를 주변에 소개한다면 그것만큼 효과적인 도시 홍보도 없다.더 중요한 것은 대회가 끝난 뒤다. 국제 스포츠 행사가 폐막과 동시에 기억에서 사라지는 일회성 축제가 돼서는 곤란하다.
대구가 수십 년간 축적한 육상 인프라와 국제대회 개최 경험을 시민 생활체육과 연결해야 한다.최근 달리기를 즐기는 시민이 크게 늘면서 러닝은 대표적인 생활체육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대구스타디움과 육상진흥센터는 물론 신천과 금호강, 두류공원 등 기존 공간을 활용해 시민이 일상에서 달리기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마스터즈 육상대회를 계기로 연령별 생활육상 프로그램과 시민 육상대회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육상 꿈나무 육성에도 관심을 돌려야 한다. 세계 각국 선수들이 눈앞에서 달리고 뛰고 던지는 모습을 지역 청소년들이 직접 보는 것 자체가 훌륭한 스포츠 교육이다.
학교 체육과 연계한 경기 관람과 육상 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대회 이후에도 지속적인 꿈나무 육성으로 이어가야 한다.
세계대회 개최 경험이 지역 체육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는 자산이 돼야 한다.대구는 이미 여러 국제 스포츠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이 있다.
이제는 `국제대회를 많이 개최한 도시`라는 평가를 넘어 `국제대회를 도시 발전의 자산으로 가장 잘 활용하는 도시`라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세계에서 찾아온 1만1천여 명의 손님들이 대구의 경기장만 기억해서는 부족하다.
시민의 친절과 도시의 매력, 대구의 음식과 문화까지 기억하고 다시 찾고 싶은 도시로 마음속에 남겨야 한다.오늘 세계 육상인들을 맞는 대구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다. 성공적인 경기 운영은 기본이다.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시민의 스포츠 문화를 키우며 대구의 이름을 세계에 각인시키는 것까지가 이번 대회의 진정한 성공이다.
세계가 대구를 향해 달려온 지금, 대구도 이 기회를 지역의 미래를 향한 힘찬 도약으로 연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