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을지연습이 지난 21일 막을 내렸다. 지난 18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이번 연습에는 대구·경북의 지방자치단체와 교육기관, 군·경찰·소방을 비롯한 관계기관이 참여했다.
비상소집과 전시 직제 편성, 도상연습, 현안과제 토의, 공습 대비 대피훈련 등 다양한 훈련을 통해 국가비상사태에 대비한 대응체계를 점검했다.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훈련이 끝났다고 안보와 안전의 끈까지 늦춰서는 안 된다.을지연습은 국가비상사태 발생 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비상대비훈련이다.
올해도 대구·경북 곳곳에서 실전을 가정한 훈련이 진행됐다.
경북도는 전시 이재민 구호와 민심 안정 등에 초점을 맞췄고, 대구시교육청은 본청과 교육지원청 등 26개 기관 1천300여 명이 참여해 전시 교육기능 유지와 학생 안전 확보 등을 점검했다.문제는 훈련을 얼마나 많이 했느냐가 아니다.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번 훈련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을지연습이 해마다 정해진 시기에 치르는 연례행사로 굳어진다면 아무리 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도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오늘날 안보 환경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전쟁의 양상도 재래식 무기를 동원한 군사충돌에 그치지 않는다.
사이버 공격으로 행정·금융·통신망을 마비시키거나 드론으로 국가중요시설을 공격하는 상황도 얼마든지 상정할 수 있다.
전력망과 통신망이 동시에 끊기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가짜뉴스가 확산되는 복합적인 위기에도 대비해야 한다.대구·경북은 더욱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지역이다.
경북에는 원전과 댐, 발전시설, 대규모 산업단지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기반시설이 산재해 있다.
대구 역시 교통과 의료·통신 등 주요 도시기능이 밀집돼 있다.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이들 시설의 기능을 얼마나 신속하게 유지·복구하느냐에 따라 피해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따라서 이번 을지연습에서 드러난 허점부터 냉정하게 찾아내야 한다.
기관 간 연락체계는 제대로 작동했는지, 현장 지휘체계에 혼선은 없었는지, 주민 대피와 구호물자 공급계획은 현실적인지 하나하나 따져봐야 한다.
문제점을 발견하고도 다음 연습 때까지 그대로 방치한다면 훈련을 한 의미가 없다.주민 참여도 중요하다.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행정기관과 군·경찰·소방만으로 모든 주민을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시민과 도민 스스로 가까운 대피시설의 위치와 경보 발령 때 행동요령, 응급처치 방법 등을 숙지해야 한다.
평소 한 번이라도 직접 대피하고 행동해 본 경험이 실제 위기상황에서는 생명을 살릴 수 있다.특히 학생과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 재난 취약계층에 대한 대피체계를 보다 세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학교와 병원, 요양시설 등 다중이용시설별 특성을 반영한 대응 매뉴얼도 현실에 맞게 지속적으로 손질해야 한다.훈련의 종료는 비상대비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점검의 시작이어야 한다.
대구시와 경북도, 각 시·군·구와 관계기관은 이번 연습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문제점과 개선과제를 도출해야 한다.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담당기관과 이행 시한까지 명확히 정해 실제 조치로 연결하는 것이 옳다.안보에는 `설마`가 없어야 하고 안전에는 `이 정도면 됐다`는 안일함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실제 위기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평소의 준비가 시민의 생명과 지역사회를 지키는 최후의 방어선이다.
나흘간의 을지연습은 끝났지만 대구·경북의 비상대비 태세에는 마침표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