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 세계 106개국에서 찾아온 마스터즈 육상 선수들이 대구스타디움 트랙을 뜨겁게 달리고 있다.
그러나 선수들의 열기와 달리 이들을 지켜보는 관중석 분위기는 썰렁하다.
국제육상도시를 자부하는 대구에서 세계대회가 열리고 있지만 정작 개최도시 시민들의 관심과 응원이 경기장까지 충분히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2026 대구세계마스터즈육상경기대회’ 본경기가 시작된 대구스타디움.세계 각국 선수들은 자신의 명예와 도전을 위해 온 힘을 다해 트랙을 달리고 필드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넓은 관중석 곳곳에서는 빈자리가 눈에 띈다.세계대회라는 이름과 선수들의 뜨거운 경쟁을 생각하면 경기장 분위기는 아쉬움을 남긴다.선수들의 출발을 알리는 총성이 울리고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들이 서로를 격려하지만 관중석에서 쏟아지는 개최도시 시민들의 박수와 함성은 대회 규모에 걸맞은지 되묻게 한다.특히 개회식 때의 분위기와도 대비된다.지난 21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개회식에는 세계 각국 선수단과 시민들이 모여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당시 주최 측은 6만6000석 규모의 대구스타디움에 공연을 포함해 3만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현장에서도 가족과 연인, 친구 단위의 시민들이 경기장을 찾는 모습이 확인됐다.하지만 국제육상대회의 주인공은 축하공연이 아니라 트랙과 필드에서 뛰는 선수들이다.화려한 개회식에 모였던 시민들의 관심이 본경기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관중석이 한산한 모습을 보인다면 ‘시민과 함께하는 세계육상축제’라는 대회 취지도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더욱이 이번 대회는 동네 체육행사가 아니다.대회 참가 등록 결과 세계 106개국에서 선수 7409명과 동반인 3605명 등 1만1000여 명이 참가했다.
선수들은 13일간 대구스타디움과 보조경기장, 경산시민운동장, 수성패밀리파크 등에서 기량을 겨룬다.세계 각국에서 항공료와 체류비를 부담하면서까지 대구를 찾은 선수들이 정작 텅 빈 관중석을 마주한다면 개최도시 대구를 어떻게 기억할지 생각해 볼 문제다.대구는 그동안 ‘국제육상도시’를 자부해 왔다.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2017 세계마스터즈 실내육상경기대회도 치렀다.
올해 세계마스터즈육상경기대회까지 개최하면서 세계적인 육상도시로서의 입지를 다질 기회를 다시 얻었다.대구스타디움 시설도 국제대회에 맞춰 정비했다.대회를 앞두고 트랙을 새롭게 단장하고 객석 고압세척 등 경기장 곳곳을 정비했다.
선수들의 교통과 의료, 폭염 대응을 비롯한 각종 대책에도 공을 들였다.그렇다면 이제 물어야 한다.‘경기장은 준비했는데 관중은 준비했는가.’국제스포츠대회는 경기장을 빌려주고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는 것만으로 성공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경기장 시설과 경기 운영, 안전대책은 기본이다. 여기에 개최도시 시민들이 경기장을 찾아 세계 각국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도시 전체가 대회를 즐기는 모습이 더해져야 진정한 국제스포츠축제가 된다.그런 점에서 대구시의 시민 참여 전략이 얼마나 실효성 있게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대구시가 대회 홍보에 나섰다고 하지만 시민들이 실제로 경기장을 찾도록 하는 데까지 연결됐는지는 별개의 문제다.시민들이 경기 일정과 종목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대구스타디움에서 어떤 경기가 열리는지 쉽게 접할 수 있는지, 가족과 학생·생활체육인들이 직접 관람하도록 유도하는 프로그램이 충분했는지 따져봐야 한다.9개 구·군의 역할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중구와 동구, 서구, 남구, 북구, 수성구, 달서구, 달성군,군위군에는 주민자치 조직과 생활체육단체를 비롯해 각종 직능·민간단체 등 시민과 직접 연결되는 조직과 네트워크가 적지 않다.국제대회를 대구 전체의 축제로 만들겠다는 목표였다면 시청과 구·군청, 체육계와 지역사회가 경기 일정과 관람 정보를 적극 공유하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내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었다.그렇다고 과거처럼 행정력을 이용해 사람을 억지로 동원해 관중석을 채우자는 얘기는 아니다.오히려 필요한 것은 시민들이 스스로 찾아오게 만드는 기획이다.지역 초·중·고교 학생들이 세계 각국의 육상경기를 현장에서 접할 수 있도록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하거나 생활체육 동호인과 대학생, 가족 단위 시민들이 관심 종목을 찾아 관람하도록 세밀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우리 동네 세계선수 응원단’이나 ‘한 국가 응원하기’, 국가별 문화교류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 시민과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도록 했다면 국제대회의 의미도 더욱 커질 수 있다.특히 마스터즈육상은 일반적인 엘리트 세계선수권대회와 다르다.35세 이상 생활체육인들이 연령대별로 출전해 평생 스포츠의 가치를 보여주는 무대다.
100세가 넘는 고령의 선수까지 출전할 정도로 ‘도전에는 나이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대회다.지역 청소년과 중·장년층에게 살아있는 스포츠 교육장이 될 수 있는 국제대회를 눈앞에 두고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대구시는 이번 대회를 통해 외국 선수와 동반인의 장기 체류에 따른 관광·숙박·외식·쇼핑 등 지역경제 파급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물론 경제적 효과는 중요하다.그러나 세계대회를 개최하면서 선수와 동반인이 얼마를 쓰고 갔는지만 따지는 것은 국제스포츠도시가 지향해야 할 전부가 아니다.선수들에게 개최도시의 인상을 만드는 것은 번듯한 경기장만이 아니다.결승선을 통과할 때 보내주는 박수 한 번, 최선을 다한 선수에게 건네는 환호 한마디가 대구라는 도시의 이미지를 결정할 수 있다.더욱이 대구스타디움은 6만6000석 규모의 대형 경기장이다. 관중 규모가 작으면 빈 좌석이 더욱 두드러져 보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때문에 대구시와 대회 조직위원회가 본경기 관중 규모를 어느 정도로 예상했는지, 실제 관중은 얼마나 입장하고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도 있다.단순히 ‘성공 개최’를 홍보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경기별·일자별 관중 현황을 살펴 시민 참여가 저조하다면 즉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회는 다음 달 3일까지 계속된다. 아직 늦지 않았다.대구시와 각 구·군, 지역 체육계와 교육계, 대학과 기업, 각종 민간단체가 남은 기간 시민들에게 경기 일정과 볼거리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자발적인 관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세계적인 경기장을 갖췄다는 것과 세계적인 스포츠도시가 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국제대회를 유치했다는 사실만으로 ‘육상도시 대구’라는 이름이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세계 각국 선수들이 대구까지 찾아와 트랙을 달리고 있는데 개최도시 시민들의 박수와 함성이 없다면 아무리 훌륭한 시설을 갖춘 세계대회라도 반쪽짜리 축제로 비칠 수 있다.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 대구스타디움을 뒤덮었던 시민들의 함성과 열기는 ‘육상도시 대구’를 세계에 각인시킨 중요한 장면이었다.15년이 흐른 지금 세계 육상인들이 다시 대구스타디움에 모였다.그러나 선수들이 달리는 트랙보다 빈 관중석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면 대구시는 그 이유부터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