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 서울 도심 한복판에 경북 영양의 농민들이 정성껏 키워낸 고추와 농특산물이 한자리에 펼쳐졌다.
행사장을 찾은 시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판매부스 곳곳에는 농산물의 품질과 가격을 묻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직접 상품을 살펴보는 소비자들과 한 해 동안 땀 흘려 생산한 농산물을 조금이라도 더 알리려는 농민들의 목소리가 뒤섞였다.
서울에서 만나는 영양의 대표적인 도농상생 축제인 ‘영양 H.O.T 페스티벌’ 현장은 도심 속 농촌 장터의 정겨운 풍경을 연출했다.행사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영양지역 농가들이 직접 이름을 내걸고 운영하는 농특산물 판매부스였다.
‘농부가팜’, ‘월구농원’ 등 생산농가의 이름이 적힌 천막 아래에는 농민들이 정성껏 준비한 영영고추가 대형 포대마다 가득 담겨 있었다.부스를 찾은 시민들은 포대 가까이 다가가 영양고추의 상태를 꼼꼼하게 살펴봤다. 생산농가 관계자에게 산지와 품질, 가격, 보관 방법 등을 묻는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농민들은 소비자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하며 자신들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의 특징을 설명했다.
대형마트나 일반 시장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접적인 만남이 서울 한복판에서 자연스럽게 펼쳐진 것이다.특히 영양을 대표하는 영양고추을 구입하기 위해 행사장을 찾은 중·장년층 시민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방문객들은 판매대 앞에서 상품을 하나하나 비교하면서 생산농가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농민들 역시 자신들이 직접 재배하고 수확한 농산물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품질과 특징을 설명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손님이 한꺼번에 몰리는 시간에는 상품을 보여주고 포장하고 계산하는 손길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인천에서 행사장을 찾은 최달막(72) 씨는 “영양 고추가 품질이 좋다는 이야기는 예전부터 많이 들어 알고 있었다”며 “서울에서 농민들이 직접 가져온 농산물을 눈으로 살펴보고 생산자에게 설명까지 들은 뒤 구입할 수 있으니 무엇보다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최 씨는 이어 “농촌까지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좋은 농산물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며 “이런 행사가 서울에서 자주 열린다면 소비자들은 좋은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고 농민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서울 독산동에서 온 김점분(75) 씨도 만족감을 나타냈다. 김 씨는 “평소 시장이나 마트에서 농산물을 구입하다 보면 어디에서 누가 생산했는지 정확하게 알기 어려울 때가 있다”며 “이곳에서는 직접 농사를 지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물건을 살 수 있어 훨씬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고추를 사러 왔다가 영양에서 생산되는 여러 농산물도 함께 구경하게 됐다”며 “품질 좋은 농산물도 사고 축제 분위기도 즐길 수 있어 모처럼 즐거운 나들이가 됐다”고 환하게 웃었다.행사장을 찾은 소비자들에게 좋은 농산물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었다면, 먼 길을 달려 서울까지 올라온 영양지역 농민들에게 이번 행사는 한 해 농사의 결실을 수도권 소비자들에게 직접 선보이는 소중한 자리였다.판매부스를 지키는 농민들은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먼저 농산물을 소개했다.
궁금한 점을 묻는 소비자들에게는 재배 과정부터 상품의 특징까지 상세하게 설명했다.한 사람의 소비자라도 더 영양 농산물의 맛과 품질을 기억하게 하겠다는 농민들의 정성이 판매부스 곳곳에서 묻어났다.
소비자들이 상품을 구입할 때마다 농민들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번졌다.이번 행사는 단순히 농특산물을 판매하는 일회성 직거래장터라는 의미를 넘어섰다.
농촌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농민이 직접 설명하고, 소비자는 생산자의 얼굴을 마주한 채 상품을 구입하는 도농교류의 장이 됐다.복잡한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 농가와 소비자가 직접 만난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농민들에게는 안정적인 판로 확보와 농가소득 향상의 기회를 제공하고, 소비자들에게는 산지 농산물을 직접 확인해 구입할 수 있는 선택권을 넓혀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영양군의 대표 농특산물을 수도권 한복판에서 대규모로 선보인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단순히 농산물을 판매하는 데 머물지 않고 ‘영양’이라는 지역의 이름과 농산물 브랜드를 수도권 소비자들에게 직접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행사장을 우연히 찾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영양 농산물을 접하고 생산농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도 지역을 알리는 또 하나의 홍보 수단이다.
농산물에 대한 좋은 경험이 향후 재구매는 물론 영양지역 관광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서울의 빌딩 숲 사이에 마련된 영양 농민들의 직거래장터에서 주인공은 화려한 시설이나 장식이 아니었다.
지난 계절 뜨거운 햇볕 아래 농민들이 흘린 땀과 정성이 고스란히 담긴 농산물이 이날 축제의 진짜 주인공이었다.커다란 포대에 담긴 고추을 사이에 두고 가격과 품질을 묻는 소비자가 있었다.
그 맞은편에는 자신이 직접 키운 농산물의 우수성을 설명하는 농민이 있었다.도시와 농촌, 생산자와 소비자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얼굴을 맞댄 순간이었다.농민에게는 새로운 판로를, 소비자에게는 믿고 구입할 수 있는 농산물을, 영양군에는 지역의 이름과 우수한 농특산물을 전국에 알리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서울 한복판에서 펼쳐진 영양 H.O.T 페스티벌의 의미는 행사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의 발길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