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양군이 서울 한복판에서 펼친 ‘2026 영양고추 H.O.T Festival’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며 막을 내렸다.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번 축제에는 사흘 동안 약 15만명이 찾았다.    현장 판매와 TV홈쇼핑 등을 통해 5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10억원 규모의 예약주문까지 확보하면서 총 60억원의 판매 성과를 거뒀다.    인구 1만5천명 안팎의 작은 산골 지자체가 수도권 소비시장을 직접 찾아가 지역 농산물 하나로 이뤄낸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올해로 18년째를 맞은 영양고추 H.O.T Festival의 가장 큰 경쟁력은 ‘찾아가는 농산물 마케팅’에 있다.    농민이 산지에서 소비자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최대 소비시장인 수도권으로 직접 찾아가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한다.    유통단계를 줄여 농가에는 판로와 소득을, 소비자에게는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지방자치단체 농특산물 축제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특히 올해 축제의 성과는 단순히 60억원이라는 매출액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서울광장이라는 상징적인 공간에서 사흘 동안 15만명의 소비자가 ‘영양고추’를 직접 보고 맛보고 구매했다는 사실 자체가 막대한 브랜드 자산이다.    영양이라는 지역 이름과 고추라는 농산물이 하나의 브랜드로 연결되고, 소비자가 생산자를 직접 만나면서 형성된 신뢰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가치다.소비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최근 소비자들의 구매 형태가 건고추에서 보관과 사용이 편리한 고춧가루 중심으로 이동하자 영양군은 품질과 위생을 갖춘 고춧가루 공급을 확대했다.    농산물 축제가 생산자가 내놓고 싶은 상품을 파는 행사가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찾아내는 시장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영양고추 H.O.T Festival이 농산물 판매에만 머물지 않은 것도 긍정적이다.    음식디미방과 문화·관광 홍보관, 영양고추를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 등을 통해 영양의 먹거리와 문화·관광자원을 함께 알렸다.    지역 농산물을 매개로 소비자에게 영양이라는 지역 전체를 판매하는 통합마케팅 전략이다.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이라는 거대한 파고에 맞서야 하는 영양군으로서는 더욱 중요한 접근이다.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축제가 성공했다고 해서 사흘간의 판매 실적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서울광장에서 영양고추를 구매한 소비자가 내년 축제를 기다리지 않고 1년 내내 영양 농특산물을 구매할 수 있도록 온라인 직거래와 정기구매 시스템을 더욱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    축제 방문객을 장기 고객으로 전환할 수 있어야 진정한 축제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한다.‘K-매운맛’의 세계시장 진출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K푸드의 세계적 확산으로 김치와 떡볶이, 라면 등 한국의 매운맛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영양고추가 국내 최고의 고추라는 명성을 넘어 ‘K-스파이시’를 대표하는 원료와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고춧가루와 고추장, 소스 등 다양한 가공제품 개발과 해외시장 개척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품질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축제의 규모와 판매량이 커질수록 단 한 번의 품질 문제가 수십 년간 쌓아온 브랜드 신뢰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생산부터 건조·가공·포장·유통까지 엄격한 품질관리 체계를 유지하고 원산지와 생산자 관리도 한층 강화해야 한다.    ‘영양’이라는 이름 자체가 소비자에게 품질보증서가 되도록 해야 한다.농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지도 지속적으로 살펴야 한다.    축제의 궁극적인 목적은 방문객 숫자나 화려한 공연이 아니라 농가소득 증대와 안정적인 판로 확보에 있기 때문이다.    축제에 참여하기 어려운 소규모·고령 농가까지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지방소멸 시대에 농촌 지자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확실한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영양에는 고추가 있다. 18년 동안 서울광장을 지켜온 영양고추 H.O.T Festival은 이제 단순한 지역 농산물 장터를 넘어 영양군의 대표 브랜드가 됐다.15만명의 발길과 60억원의 매출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어야 한다.    서울에서 확인한 소비자의 신뢰를 연중 판로로 연결하고, 대한민국에서 인정받은 영양고추의 경쟁력을 세계시장으로 확장해야 한다.    서울광장을 붉게 물들인 영양고추가 지역 농업을 살리고 농가소득을 높이는 것을 넘어 ‘K-매운맛’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농식품 브랜드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