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일본 애니메이션 100년의 역사를 관통하는 걸작과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는 신작을 한자리에서 펼쳐 보인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대형 특별기획 ‘일본 애니메이션 특별전: 광기의 걸작, 전율의 기대작 12+1’의 선정작 13편을 공개했다.동시대 영화계의 중심 화두로 떠오른 애니메이션에 주목해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강국이자 ‘성지’로 불리는 일본의 작품 세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자리다.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의 결정적인 순간을 만든 작품부터 새로운 세대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최신작까지 망라했다.여기에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유럽 고전 애니메이션 한 편을 더해 ‘12+1’이라는 특별한 구성을 완성했다.특히 올해 특별전에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린타로 감독이 17년 만에 한국을 찾아 관객과 만난다.    여기에 일본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세대를 이끌 가도와키 고헤이, 가타노사카 료, 나쓰메 신고, 시노미야 요시토시 감독도 부산을 찾아 신구 세대를 아우르는 특별한 만남을 갖는다.일본 애니메이션 역사를 따라가는 여정은 야부시타 다이지 감독의 ‘백사전’(1958)에서 시작한다.도에이동화가 완성한 일본 최초의 장편 컬러 애니메이션으로 중국 설화를 바탕으로 백사의 화신과 청년의 사랑을 그렸다.    무엇보다 고등학교 3학년이던 미야자키 하야오에게 애니메이션이라는 세계를 강렬하게 각인시킨 작품으로 유명하다.    ‘동양의 디즈니’를 꿈꿨던 당시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야심과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야마모토 에이치의 ‘슬픔의 벨라돈나’(1973)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또 다른 실험정신을 보여준다.    발표 당시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작품으로, 무시프로덕션이 성인을 위한 아방가르드 애니메이션을 표방하며 제작했다.    미슐레의 ‘마녀’를 바탕으로 악마와 계약한 뒤 마녀로 다시 태어나는 ‘잔’의 이야기를 파격적인 영상미로 담아냈다. 2016년 4K 복원판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세계적인 컬트 애니메이션으로 재평가받았다.‘아톰의 아버지’ 데즈카 오사무의 ‘불새 2772 사랑의 코스모존’(1980)도 스크린에 오른다.    데즈카가 원안과 각본, 총감독을 맡아 자신의 대표작 ‘불새’를 영상화한 작품이다.    특히 대사 없이 음악과 이미지만으로 주인공의 성장을 그려낸 12분간의 도입부는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에서 손꼽히는 명장면으로 회자된다.오시이 마모루와 일러스트레이터 아마노 요시타카가 함께 만든 ‘천사의 알’(1985)은 대사를 최소화하고 성서적 상징과 이미지로 독특한 세계를 구축한 작품이다. 훗날 ‘공각기동대’(1995)로 이어지는 오시이 마모루 작품세계의 원형을 확인할 수 있다.부산국제영화제의 역사와 각별한 인연을 가진 작품도 돌아온다.오토모 가쓰히로가 총지휘한 ‘메모리즈’(1995)는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된 뒤 30년 만에 다시 부산 관객과 만난다.    이번에는 2025년 공개된 30주년 기념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상영돼 세기의 전환기를 통과한 세 편의 에피소드를 한층 선명한 화면으로 감상할 수 있다.린타로 감독의 ‘메트로폴리스’(2001) 역시 이번 특별전의 무게감을 더하는 작품이다.    데즈카 오사무가 1949년 발표한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은하철도 999’의 린타로가 연출하고 ‘아키라’의 오토모 가쓰히로가 각본을 맡았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거장 3세대가 작품 하나에서 만난 셈이다. 5년에 걸친 제작기간과 당시 최고 수준의 제작비를 바탕으로 완성된 압도적인 영상미가 극장 스크린에서 다시 펼쳐진다.‘짱구는 못말려’와 ‘마루코는 아홉살’ 등을 통해 이름을 알린 유아사 마사아키의 장편 데뷔작 ‘마인드 게임’(2004)도 선정됐다.    로빈 니시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일본 문화청미디어예술제 애니메이션부문 대상과 오후지노부로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유아사의 이름을 세계 영화계에 각인시켰다.모리타 슈헤이의 데뷔작 ‘숨바꼭질’(2004)은 당시로서는 드물었던 3D CG와 카툰 렌더링을 결합해 컬트적인 지지를 얻은 단편이다.    모리타는 이후 ‘구십구’(2013)로 아카데미 단편애니메이션상 후보에 오르며 연출력을 인정받았다.과거의 걸작만큼 눈길을 끄는 것은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고 있는 신작 4편이다.    특히 네 작품의 감독이 모두 부산을 직접 찾는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나쓰메 신고 감독의 ‘고스트 - 밤의 끝’은 매드하우스가 제작한 신작으로 2027년 예정된 일본 개봉에 앞서 부산국제영화제 관객에게 먼저 선보인다.    나쓰메 감독은 뛰어난 액션 연출로 평가받는 ‘원펀맨’(2015)을 연출한 바 있다.가타노사카 료의 ‘시라누이’는 신카이 마코토의 대표작들을 선보인 코믹스웨이브필름이 독학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온 신인 감독을 발탁해 만든 36분짜리 극장용 오리지널 단편이다.    가타노사카 감독이 러프 원화 325컷 가운데 3분의 2를 직접 그려 완성도를 끌어올렸다.가도와키 고헤이 감독의 ‘우리는 외계인’은 올해 칸영화제 감독주간과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상영되며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로토스코핑을 기반으로 한 사실주의적 작화에 감독만의 독특한 감각을 더해 새로운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시노미야 요시토시 감독의 ‘파리스 그린이 밝는 날에’도 기대작으로 꼽힌다.    일본 애니메이션 장편 데뷔작으로는 처음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으며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콩트르샹심사위원상을 받았다.작품의 76분을 지배하는 독특한 초록빛은 독성 때문에 사용이 금지됐던 초록색 안료 ‘화록청’에서 출발했다.    신카이 마코토의 ‘언어의 정원’ 포스터와 ‘너의 이름은.’에 참여한 화가이기도 한 시노미야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원안과 각본, 연출은 물론 캐릭터 디자인과 미술까지 직접 맡았다.‘12+1’의 마지막 한 편은 일본이 아닌 프랑스에서 온다.프랑스 애니메이션의 개척자 폴 그리모의 ‘왕과 새’(1952·1980)다. 1952년 처음 완성된 뒤 그리모 감독이 기존 판본을 회수하고 수십 년 동안 새로운 장면을 더해 1980년 새 편집본을 완성한 작품이다.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와도 각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자신의 첫 장편 연출작 ‘루팡 3세-칼리오스트로성의 비밀’에서 오마주를 바쳤고, 다카하타 이사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친 작품이다.    봉준호 감독 역시 애정을 표해온 애니메이션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뿌리와 영향 관계까지 짚어보겠다는 이번 특별전의 기획 의도를 상징하는 작품인 셈이다.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이번 특별전에 대해 “최근 애니메이션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 첨단의 화두로 떠올랐다”며 “올해 대형 특별기획 프로그램으로 전통적인 애니메이션 강국인 일본 애니메이션의 세계를 깊게 들여다보기로 했다”고 밝혔다.이어 “어떤 영화들은 극장에서 볼 때에만 그 영화의 진짜를 느낄 수 있다”며 “부산의 관객이 이 진귀한 극장 체험을 놓치지 않으셨으면 한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린타로와 차세대 거장 4인을 한자리에 초청할 수 있어 무한한 영광이다”고 말했다.거장의 고전에서 세계 영화제가 먼저 알아본 신예의 작품까지 일본 애니메이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 스크린에 펼쳐놓는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열흘간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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