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 국내 다문화 정책과 교육·취업·돌봄 지원사업을 한자리에서 소개한 ‘2026 대한민국 다문화 어울림 엑스포’가 5일 대구 엑스코에서 이틀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다름을 넘어, 함께하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이 주최하고 엑스코와 대구신문이 공동 주관했다.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가족센터, 교육기관 등에 분산돼 있던 다문화 관련 정책과 지원사업을 전국 단위에서 한자리에 모은 국내 첫 다문화 분야 종합박람회다.국내 다문화 인구가 270만명에 이른 가운데 이주민과 다문화가족을 일방적인 정책 지원 대상이 아닌 인구감소와 지역소멸, 산업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함께 해결할 지역공동체 구성원으로 바라보고 교육과 취업, 돌봄, 문화적 다양성, 기업과의 상생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행사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정책을 소개하는 다문화 정책박람회와 이주민의 취업·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기관·기업 상생관, 다문화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논의하는 특별강연과 토크쇼, 시민 참여형 공연·체험 프로그램 등으로 진행됐다.세계 각국의 음식과 의상,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문화행사에 그치지 않고 다문화정책의 범위를 기존 복지와 문화에서 교육·노동·산업·인구정책·지역공동체 분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엑스코 서관 1·2홀과 야외광장에는 전국 245개 가족센터를 대표하는 11개 권역별 거점 홍보관을 비롯해 중앙부처·지방자치단체 정책관, 교육기관 전시관, 기관·기업 상생관, 주한 외국공관 관련 홍보관 등이 들어섰다.카자흐스탄과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등 여러 나라의 문화와 생활상을 소개하는 공간을 포함해 147개 기관과 기업이 400여개 부스를 운영했다.각 정책·홍보관은 결혼이민자와 외국인 근로자, 중도입국 청소년, 다문화가정 자녀 등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한국어교육과 가족상담, 자녀 성장지원, 진로·진학 상담, 취업·창업교육, 통·번역, 생활·법률 지원사업 등을 소개했다.행사장을 찾은 이주배경주민과 가족들은 기관별 지원정책을 비교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안내받았으며, 교육과 취업, 돌봄, 생활·법률 문제 등에 대한 상담도 진행했다.그동안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여러 기관을 따로 방문해야 했던 다문화가족에게 분야별 정책과 상담을 한 공간에서 제공하고, 기관 간 연계 가능성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지난 4일 오후 엑스코 메인무대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성평등가족부와 대구시, 경북도 관계자를 비롯해 주한 외국공관, 전국 다문화 관련 기관·단체 관계자와 시민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방송인 알베르토 몬디의 사회로 진행된 개막식에 앞서 10개국 출신 다문화가정 자녀들로 구성된 대구글로벌국악관현악단과 달성글로벌소녀합창단이 축하공연을 선보였다.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적 배경을 지닌 단원들은 음악을 통해 하나의 무대를 완성하며 문화적 차이가 갈등과 단절의 원인이 아니라 새로운 조화와 창조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행사 취지를 전달했다.개막일 오전에는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가 ‘다양성과 공존’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최 교수는 자연생태계가 다양한 생물종의 상호작용을 통해 건강성과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듯 인간사회도 서로 다른 문화와 정체성을 인정하고 포용할 때 변화와 위기에 대응하는 힘을 갖게 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했다.방송인 크리스티나의 진행으로 열린 ‘이주배경여성 초청 강연 및 토크쇼’에서는 이주여성들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겪은 언어와 육아, 자녀교육, 취업, 가족관계, 문화적 차이, 사회적 편견 등의 문제를 공유했다.참가자들은 이주배경여성을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벗어나 가정과 일터, 지역사회에서 역할을 수행하며 공동체의 변화를 이끄는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행사장에서 만난 결혼이주여성 응우옌티 씨(35)는 “한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진로와 교육 문제로 막막할 때가 많았다”며 “지역 거점 홍보관과 교육기관 부스를 둘러보면서 우리 가족에게 필요한 정책을 확인하고 상담까지 한자리에서 받을 수 있어 마음이 한결 든든해졌다”고 말했다.이어 “다문화가정이 실제 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교육과 돌봄 정보가 더욱 쉽고 편리하게 제공됐으면 좋겠다”고 했다.태국 출신 결혼이주여성 수파폰 차이야웡 씨(28·가명)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언어와 문화가 달라 일상생활에 적응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며 “아이들의 교육과 진로에 관한 정보를 어디에서 얻어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그는 “이번 엑스포에서 여러 기관의 지원정책을 한자리에서 살펴보고 가족에게 필요한 상담을 직접 받을 수 있어 도움이 됐다”며 “여러 나라의 문화를 한국 시민들과 함께 나누면서 서로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어 더욱 뜻깊었다”고 덧붙였다.또 “이주여성도 도움만 받는 사람이 아니라 가정과 직장, 지역사회를 함께 이끌어가는 대한민국의 구성원”이라며 “이주민과 지역주민이 편견 없이 이웃으로 자연스럽게 어울릴 기회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전시장에서는 정책과 지원제도를 소개하는 전시 외에도 인공지능(AI) 포토존과 로봇 체험, K-뷰티 체험, 개인별 이미지 컨설팅 등 최신 기술과 문화 콘텐츠를 접목한 참여형 프로그램이 운영됐다.야외광장과 행사장 주변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을 선보이는 글로벌 푸드트럭이 마련돼 관람객들이 공연과 의상, 음식, 체험을 통해 각국의 문화를 접하도록 했다.부스별 임무를 수행하고 도장을 모으는 스탬프 투어에도 가족 단위 관람객과 학생들의 참여가 이어졌다   주최 측은 스탬프를 모은 관람객에게 기념품과 경품을 제공하는 등 정책 중심의 박람회에 시민 참여 요소를 더했다.이번 엑스포에서는 다문화가족 지원정책을 결혼이민자의 초기 정착과 한국어교육 중심에서 벗어나 가족 구성원의 생애주기를 고려한 장기적 지원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영유아기에는 보육과 언어발달을 지원하고 학령기에는 기초학력과 학교생활 적응, 진로·진학 상담을 강화하는 한편 성년기에는 직업교육과 취업, 사회참여로 이어지는 단계별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다문화가정 자녀를 부모의 출신 국가나 가정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학습능력이나 적응력이 부족한 학생으로 바라보는 편견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이들이 지닌 이중언어 능력과 문화적 감수성을 약점이 아닌 인재 경쟁력으로 키울 수 있도록 학교와 지역사회의 교육체계를 정비하고 교사와 상담인력의 다문화 이해 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농어촌과 중소도시에서는 결혼이민자와 외국인 근로자,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이 지역의 인구와 노동, 교육, 돌봄을 지탱하는 주요 구성원으로 자리 잡은 만큼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중앙정부가 일률적으로 설계한 지원사업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별 인구구조와 산업환경, 교통·의료 접근성, 학교와 돌봄 여건 등을 반영한 맞춤형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농업과 제조업, 돌봄·서비스업 등 지역 산업현장에서 이주민의 역할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겪는 언어 장벽과 고용 불안, 열악한 주거환경, 산업재해 위험, 임금체불 등의 문제도 주요 과제로 거론됐다.다문화정책을 가족지원에 한정하지 않고 노동과 주거, 의료, 인권정책으로 확대하고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간 협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정책의 설계와 집행, 평가 과정에 이주배경주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넓히고 관련 위원회와 협의체에 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또 가족센터와 교육기관, 고용기관, 의료기관 사이의 정보 연계를 강화해 지원 대상자가 기관마다 같은 자료를 반복해서 제출하거나 필요한 서비스를 찾지 못해 정책 사각지대에 놓이는 일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이번 엑스포는 대한민국이 더 이상 하나의 문화와 정체성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고, 이주민과 다문화가족을 지역과 국가의 미래를 함께 설계할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과제를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아울러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각국의 음식과 공연을 즐기는 차원을 넘어 출신 국가와 언어, 피부색을 이유로 교육과 취업, 주거, 의료, 사회참여 기회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제도와 인식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행사에서 제시된 정책과 현장의 목소리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후속 사업으로 이어질지가 다문화사회로 전환하는 대한민국의 포용성과 정책 역량을 가늠할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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