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대한민국 다문화 어울림 엑스포’가 대구 엑스코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다름을 넘어, 함께하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다문화 정책과 교육·취업·자립, 문화교류, 기업 상생을 한자리에서 다룬 국내 첫 다문화 종합박람회라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다문화가족과 이주민을 일방적인 지원 대상으로 바라보던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를 함께 이끌어갈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우리나라는 이미 다문화 인구 270만 명 시대에 들어섰다. 학교와 산업현장, 농어촌, 지역공동체 곳곳에서 서로 다른 국적과 언어,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제 다문화사회는 선택할 수 있는 미래가 아니라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다.    중요한 것은 다양성을 갈등과 부담의 요인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국가와 지역사회의 경쟁력을 높이는 자산으로 발전시킬 것인지에 있다.이번 엑스포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전국 가족센터, 주한 외국공관, 관련 기관·단체와 기업이 참여해 다문화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폭넓게 조명했다.    정책박람회와 토론회, 문화공연, 세계 음식·문화 체험 등이 어우러지면서 이주민과 지역주민이 서로를 이해하고 교류하는 장이 마련됐다.    다문화 정책을 행정기관만의 업무로 한정하지 않고 교육기관과 기업, 시민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공동과제로 제시한 것도 적지 않은 성과다.특히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국악과 합창으로 화합의 메시지를 전한 무대는 이번 행사의 취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다양성은 공동체를 갈라놓는 장벽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와 가치를 만들어내는 힘이 될 수 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할 때 다문화는 사회적 부담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 자산이 된다.그러나 성공적인 행사 개최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엑스포의 열기가 사라진 뒤에도 이주민들이 일상에서 겪는 언어 장벽과 취업 차별, 교육 격차, 주거 불안, 의료·법률 정보 부족은 그대로 남는다.    문화공연과 음식 체험을 중심으로 한 일회성 교류행사만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행사에서 나온 목소리를 실질적인 정책과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우선 이주배경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교육 안전망을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한국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학업에서 뒤처지거나 학교생활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공교육 진입 단계부터 한국어교육과 기초학력 보완, 심리상담, 진로·진학 지원을 체계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다문화교육 역시 특정 학생만을 위한 별도 교육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다양성과 인권, 상호존중을 배우는 보편교육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결혼이주여성과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지원도 단순한 초기 정착과 생활 안내를 넘어야 한다.    직업교육과 안정적인 일자리, 노동권 보호, 의료·법률 상담, 자녀 돌봄과 주거 지원을 생애주기에 맞춰 제공해야 한다.    여러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흩어진 지원사업을 통합하고, 필요한 사람이 정보를 몰라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도 줄여야 한다.대구·경북에서 다문화 정책은 지역소멸 대응과도 직결된다. 농업과 제조업, 건설업, 돌봄서비스 등 지역 산업현장에서 외국인 주민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결혼이민자와 다문화가족 역시 인구가 감소하는 농어촌 공동체의 중요한 구성원이다.    이들을 부족한 일손을 채우는 임시 인력으로만 여긴다면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지역에 오래 정착해 살아갈 수 있도록 안정적인 일자리와 주거, 교육, 의료, 공동체 참여 기회를 함께 보장해야 한다.    외국인 주민을 복지 수혜자가 아니라 지역경제와 공동체를 함께 이끌어가는 주민으로 대우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대구시와 경북도, 일선 시·군·구도 지역별 외국인 주민의 구성과 생활 실태를 면밀히 파악해 맞춤형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정책을 만드는 과정에 이주민 당사자를 참여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행정기관이 사업을 결정한 뒤 대상자를 모집하는 방식으로는 현장의 절실한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    다문화가족과 외국인 주민이 정책 수립과 집행, 평가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상설 협의기구를 마련해야 한다.    당사자의 목소리가 빠진 정책은 실효성이 떨어지고 전시성 사업으로 흐르기 쉽다.편견과 차별을 없애기 위한 지역사회의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출신 국가와 피부색,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배제하는 행위는 개인의 존엄을 훼손할 뿐 아니라 공동체 통합을 가로막는다.    학교와 직장, 공공기관의 인식개선 교육을 강화하고 온라인과 일상에서 확산하는 혐오 표현에도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주민에게 한국사회 적응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기존 주민도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이번 엑스포는 폐막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행사에서 제시된 정책 제안과 현장의 건의사항을 정리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에 반영하고, 그 이행 여부를 지속해서 점검해야 한다.    다문화 정책과 교육·고용·산업·문화교류를 연계하는 상설 협력체계를 구축해 엑스포를 전국적인 정책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국내 첫 다문화 종합박람회의 무대가 대구였다는 점은 지역사회에 기회이자 책임이다.    대구·경북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이주민과 기존 주민이 함께 성장하는 다문화 정책의 선도지역으로 나아가야 한다.    행사의 성공은 관람객 규모나 프로그램 숫자가 아니라 이후 지역사회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로 평가받을 것이다.‘다름을 넘어, 함께하는 대한민국’이라는 구호가 행사장의 외침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학교와 산업현장, 농촌 마을과 행정기관에서 차별 대신 존중이, 배제 대신 참여가 일상적인 원칙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다문화 어울림 엑스포가 진정한 공존사회로 나아가는 힘찬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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