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예천에서 구제역이 또 발생했다. 지난 7월 돼지농장 1곳과 소 농장 5곳에서 구제역이 확인된 지 불과 두 달 만이다.    경북에서 11년 만에 발생한 구제역이 같은 지역에서 다시 고개를 들었다는 점에서 사태가 심상찮다.    단순한 개별 농장의 감염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지역 방역체계에 구조적인 허점이 없는지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구제역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지난 3일 예천군 소 농장 2곳의 예찰검사에서 항원 양성 개체 32마리를 확인했다.    올해 국내 구제역 발생은 모두 11건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예천에서만 7월 6건과 9월 2건 등 8건이 발생했다.    특정 지역에서 감염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은 바이러스의 연결고리가 완전히 끊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방역 당국은 예천군의 위기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올리고, 나머지 전국에는 ‘주의’ 단계를 발령했다.    예천과 안동·의성·상주·문경·영주, 충북 단양의 우제류 농장과 도축장·사료공장 등에 일시이동중지 명령을 내렸다.    예천지역 우제류 농장 1천515곳, 11만7천여 마리와 인접 시·군 소·염소 농장을 대상으로 긴급 백신접종과 임상검사에도 들어갔다. 당연히 필요한 조치다.문제는 이번 구제역이 전혀 관리되지 않던 농장에서 갑자기 발견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해당 농장은 이미 감염항체가 검출돼 이동제한 등 방역 관리를 받아온 곳이었다.    더욱이 백신 항체양성률이 높고 뚜렷한 임상증상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이동제한과 백신접종, 임상관찰만으로 바이러스의 잔존과 전파를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드러낸 셈이다.경북도와 예천군은 지난 7월 구제역 발생 이후 시행한 방역 조치 전반을 원점에서 점검해야 한다.    발생농장과 역학농장에 대한 이동제한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축산차량과 사료·분뇨 운반차량의 동선 관리에는 빈틈이 없었는지 살펴야 한다.    농장 출입자 관리와 축사 내외부 소독, 백신접종 과정도 빠짐없이 조사해야 한다.백신 항체양성률이라는 수치만 믿어서도 안 된다. 백신을 접종했더라도 보관 상태와 접종 시기, 용량, 개체별 면역 형성 정도에 따라 방어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서류상 접종 실적을 채우는 방식에서 벗어나 현장 접종 여부와 항체 수준을 교차 확인해야 한다.    고령 농가와 소규모 농가에는 공수의사와 방역 인력을 직접 투입해 접종 누락을 막아야 한다.이번 감염이 지난 7월 발생과 연관된 것인지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    동일한 바이러스가 예천지역에 남아 농장 간 순환한 것인지, 외부에서 새로 유입된 것인지에 따라 방역 대책이 달라진다.    축산차량 위치정보와 도축장 출하 기록, 사료 공급 및 가축·분뇨 이동 내역 등을 면밀히 추적해야 한다.    역학조사 결과 역시 축산농가와 주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추석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걱정스럽다. 명절 전후에는 가축과 축산물은 물론 사람과 차량의 이동량이 크게 늘어난다.    도축장과 사료공장, 가축시장 등 축산 관련 시설의 소독과 출입 관리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    농가 간 모임과 축산시설 방문을 자제하고 농장별 전용 장화·방역복 사용, 출입차량 소독 같은 기본수칙도 철저히 지켜야 한다.농가의 자발적인 신고를 끌어낼 대책도 필요하다. 이동제한과 출하 지연으로 발생한 손실을 적기에 보상하지 않으면 의심 증상을 발견하고도 신고를 망설일 수 있다.    방역수칙을 위반하거나 고의로 감염 사실을 숨긴 농가에는 엄정하게 책임을 묻되, 정상적으로 신고하고 방역에 협조한 농가에는 신속하고 현실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경북은 전국 최대 규모의 축산 기반을 갖춘 지역이다. 구제역이 예천을 넘어 다른 시·군으로 확산하면 축산농가 피해는 물론 한우와 돼지고기 수급, 지역경제 전반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    지역 축산물에 대한 막연한 소비 불안과 기피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방역 당국은 정확한 발생 상황과 방역 정보를 신속하게 공개해 불필요한 혼란을 막아야 한다.“총력 대응”이라는 구호만으로는 구제역을 막을 수 없다. 두 달 만의 재발은 기존 방역체계가 충분히 작동했는지를 묻는 엄중한 경고다.    경북도와 예천군은 초동 대응부터 백신접종, 이동통제, 역학조사, 사후 예찰까지 방역 전 과정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지금 바이러스의 연결고리를 끊지 못하면 그 대가는 축산농가와 지역사회 전체가 치르게 된다.    신속한 확산 차단과 함께 재발 원인 규명, 방역체계의 근본적 보완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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