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시철도 4호선 건설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결국 시민 공론화의 장으로 넘어갔다. 시민의 의견을 듣고 대형 사회간접자본 사업의 방향을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취지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문제는 `왜 지금인가`다. 도시철도 4호선은 이제 막 검토를 시작하는 사업이 아니다. 오랜 행정절차를 거쳐 기본계획이 확정되고 설계까지 진행된 사업이다.    착공을 준비해야 할 시점에 핵심인 차량 시스템과 건설방식을 다시 논의한다면 시민들로서는 그동안 대구시가 무엇을 검토하고 결정해 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대구 도시철도 4호선은 수성구민운동장역에서 동대구역과 경북대, 엑스코 등을 거쳐 이시아폴리스 일대를 연결하는 대구 동북권 핵심 도시철도망이다.    단순한 교통시설이 아니다. 동대구역 복합환승 기능 강화와 경북대·엑스코 접근성 개선, 동·북부권 교통난 해소는 물론 도시공간 구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사업이다.그런 만큼 건설방식을 둘러싼 시민들의 우려도 가볍게 볼 수 없다. 철제차륜 AGT 방식의 고가 구조물이 도시경관을 해치지 않을지, 소음과 진동은 어느 정도인지, 기존 도시철도 3호선 모노레일과 비교해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충분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    수십 년 이상 사용할 도시철도를 건설하면서 몇 개월의 검토 기간조차 아까워 잘못된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하지만 이러한 검증은 당연히 사업 초기 단계에서 철저하게 이뤄졌어야 한다.예비타당성조사와 기본계획 수립, 정부 협의와 설계 등 수많은 절차를 거치는 동안 건설방식은 사업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였다.    그동안 행정이 내린 판단을 착공을 앞두고 다시 공론의 장에 올려야 할 정도라면 당시 검토가 충분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건설방식 변경 가능성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기존 설계와 행정절차에 투입된 비용과 시간 가운데 얼마만큼을 다시 부담해야 하는지도 밝혀야 한다.공론화라는 이름이 행정의 책임을 희석하는 수단으로 이용돼서는 더욱 안 된다.대형 공공사업에서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시민에게 결정을 돌리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민 의견 수렴은 필요하지만 최종적으로 전문적·행정적 판단을 내리고 책임지는 주체는 대구시다.    AGT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면 그 이유를 객관적인 자료로 설명하고 책임 있게 추진해야 한다.    반대로 모노레일 등 다른 방식이 대구의 미래를 위해 월등히 유리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면 변경에 따른 비용과 일정 차질까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가장 철저히 따져야 할 것은 비용이다.건설방식을 변경할 경우 기존 설계를 어느 범위까지 다시 해야 하는지, 이미 투입한 설계비와 각종 용역비 가운데 매몰되는 비용은 얼마나 되는지, 총사업비는 얼마나 증가할 수 있는지 시민들이 알아야 한다.    중앙정부와 다시 협의해야 할 사항은 없는지, 국비 확보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지, 착공과 개통 시점은 얼마나 늦어질 수 있는지도 공개해야 한다.단순히 `시민들이 원하는 방식을 선택하겠다`는 말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시민의 선택에도 정확한 비용표가 제공돼야 한다.가령 한 방식으로 변경하면 수백억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고 개통이 수년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 역시 시민 판단의 핵심 자료다.    반대로 추가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장기간의 유지관리비 절감이나 도시경관 개선, 운영 효율성 향상으로 충분한 편익을 얻을 수 있다면 그 근거 역시 숫자로 보여줘야 한다.    공론화는 선호도 조사가 아니라 선택에 따른 비용과 편익을 비교하는 숙의 과정이어야 한다.공론화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도 중요하다. 위원 구성부터 특정 결론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받아서는 안 된다.    교통·철도·도시계획·재정·환경·안전 분야 전문가들이 객관적인 자료를 검증하고 AGT와 모노레일 등 각 대안의 장단점을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해야 한다.시민참여단 역시 마찬가지다. 특정 노선 주변 주민이나 특정 방식의 찬반 단체에 지나치게 좌우되는 구조가 되어서는 안 된다.    도시철도 4호선 건설비와 운영비는 결국 대구 시민 전체가 직·간접적으로 부담하게 된다. 따라서 대구 전체의 관점에서 판단할 수 있는 대표성과 공정성이 확보돼야 한다.특히 이번 공론화로 사업 일정이 끝없이 밀려서는 안 된다. 도시철도 건설사업에서 시간은 곧 비용이다.    공사가 늦어지면 물가와 인건비, 자재비 상승으로 총사업비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4호선 개통을 기다려 온 시민들이 교통 불편이라는 사회적 비용을 계속 부담해야 한다.정책의 일관성 문제도 그냥 넘길 수 없다.지방정부의 책임자가 바뀔 때마다 이미 결정된 대형 SOC 사업의 핵심 사항을 다시 들여다본다면 행정에 대한 시민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전임 행정에서 결정했다는 이유만으로 뒤집어서도 안 되고, 이미 결정된 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문제점을 덮어서도 안 된다.    필요한 것은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객관적인 검증이다.이번 공론화에서 대구시가 반드시 답해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기존 AGT 방식은 어떤 검토와 근거를 통해 결정됐는가. 당시에는 타당했던 결정이 지금 재검토 대상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건설방식을 변경하면 추가 사업비는 얼마나 발생하는가. 기존 설계 가운데 폐기하거나 다시 해야 할 부분은 어느 정도인가.    착공과 개통은 얼마나 늦어질 수 있는가. 국비와 정부 승인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그리고 공론화 결과에 대한 최종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 공론화는 반쪽짜리다.대구시는 공론화위원회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 시민참여단이 선택했으니 행정은 따랐을 뿐이라는 식의 책임 회피도 곤란하다.    시민들은 전문적인 철도 시스템을 직접 설계하는 사람이 아니다.    행정과 전문가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시민은 그 정보를 바탕으로 도시의 미래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다.    최종 정책 결정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행정에 있다.도시철도 4호선은 특정 시장이나 특정 정권의 사업이 아니다.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대구 시민이 이용하고 미래 세대가 유지관리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도시 기반시설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좋은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더 좋은 방식을 찾는다`는 명분 아래 이미 진행된 사업을 반복적으로 원점으로 돌리는 것 역시 책임 있는 행정이라고 할 수 없다.이번 공론화는 4호선을 다시 출발점으로 돌리는 절차가 아니라 그동안의 논란을 끝내는 마지막 검증 과정이 돼야 한다.대구시는 AGT와 모노레일 등 대안별 건설비와 운영비, 안전성, 소음·진동, 수송능력, 도시경관, 차량 수급, 유지보수, 사업기간을 시민 앞에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특히 방식 변경에 따른 추가 비용과 개통 지연 가능성을 숨김없이 밝혀야 한다.그리고 공론화가 끝나면 결론을 내려야 한다. 또 다른 검토와 용역, 정치적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끝없는 논의가 아니라 안전하고 편리한 도시철도다. 공론화는 책임을 나누는 장치가 아니라 더 나은 결정을 위한 과정이어야 한다.    착공 문턱까지 온 대구 도시철도 4호선이 또다시 표류한다면 그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도 분명히 따져야 한다.대구시는 이제 시민에게 답해야 한다. 왜 지금 다시 건설방식을 묻는가. 바꾼다면 얼마가 더 들고 얼마나 늦어지는가.    그리고 그 결정에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번 공론화가 최소한 이 세 가지 질문에는 명확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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