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을 기다린 렛츠런파크 영천이 마침내 문을 열었다. 공식 개장 첫날 현장을 찾은 시민과 관광객은 1만3천22명에 달했다.    인구 10만 명이 채 되지 않는 영천에 하루 동안 1만3천여 명이 몰린 것은 렛츠런파크에 대한 지역민의 기대와 전국적인 관심이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첫 출발은 일단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렛츠런파크 영천은 서울과 제주, 부산경남에 이어 국내 네 번째로 조성된 경마공원이자 경북 최초의 경마시설이다.    2009년 후보지로 선정된 이후 사업 지연과 각종 난관을 딛고 17년 만에 결실을 봤다.    그만큼 영천시민이 거는 기대도 크다. 지역 관광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말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물론 일자리 창출과 인구 유입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그러나 개장 첫날의 흥행이 렛츠런파크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대형 시설은 개장 초기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많은 방문객이 몰리지만 콘텐츠가 부족하면 발길은 금세 끊어진다.    첫날 방문객 1만3천여 명이라는 숫자에 취하기보다 이들을 다시 찾게 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일회성 방문객을 체류형 관광객으로 전환하는 일이 성패를 가를 것이다.렛츠런파크가 단순히 경주를 보고 마권을 구매하는 공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말 문화·관광 복합공간으로 발전해야 한다.    승마와 말 먹이주기 체험,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수변공원과 휴식시설, 계절별 축제와 문화공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지속해서 보강할 필요가 있다.    경마가 없는 날에도 시민과 관광객이 찾을 수 있어야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지역 관광자원과의 연계도 서둘러야 한다. 보현산과 임고서원, 은해사, 화랑설화마을, 영천전투메모리얼파크 등 기존 관광지를 렛츠런파크와 하나의 관광 동선으로 묶어야 한다.    천 와인과 한약재, 포도·복숭아 등 농특산물을 활용한 관광상품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렛츠런파크를 찾은 관광객이 시설만 둘러보고 곧바로 외지로 빠져나간다면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지역 상권과의 실질적인 상생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설 안에서 소비가 모두 이뤄지는 폐쇄적인 구조가 아니라 방문객이 영천의 음식점과 전통시장, 숙박시설을 이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식음료와 기념품 판매, 행사 운영 등에 지역 농가와 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넓히고 지역주민과 청년을 우선 고용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내세운 사업인 만큼 그 과실이 시민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대규모 인파에 대비한 교통·안전 대책도 빠뜨릴 수 없다.    개장 첫날 1만3천여 명이 몰렸다면 앞으로 주요 경주나 축제가 열릴 때 더 많은 방문객이 찾을 가능성이 있다.    진입도로 정체와 주차난, 불법 주정차 문제를 철저히 분석해 개선책을 세워야 한다.    영천역과 시외버스터미널, 주요 관광지를 연결하는 셔틀버스와 대중교통도 확대해야 한다.    군중 밀집과 화재, 응급환자 발생 등에 대비한 현장 대응체계 역시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경마가 지닌 사행성 문제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지역경제 활성화가 도박 중독이나 가계 피해를 정당화하는 명분이 될 수는 없다.    한국마사회와 영천시는 이용자 과몰입 예방, 미성년자 보호, 중독 상담과 치유 프로그램을 엄격하게 운영해야 한다.    건전한 레저문화 정착과 사회적 부작용 차단을 함께 추진할 때 렛츠런파크도 시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렛츠런파크 영천의 개장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경북도와 영천시, 한국마사회는 방문객 수와 매출액만을 성과로 내세울 것이 아니라 지역 일자리와 상권 매출, 숙박객 증가, 농특산물 판매 등 실질적인 경제효과를 지속해서 점검하고 공개해야 한다. 막연한 경제유발 효과보다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가 중요하다.개장 첫날 몰린 1만3천여 명의 인파는 영천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줬다. 이제 필요한 것은 첫날의 관심을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으로 바꾸는 치밀한 운영 전략이다.   17년의 기다림 끝에 문을 연 렛츠런파크가 반짝 흥행에 머물지 않고 영천과 경북의 관광·말산업을 이끄는 새로운 거점으로 뿌리내리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진정한 승부는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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