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시민 생활과 기업 활동을 불편하게 해온 자치법규상 규제 25건을 손질하기로 했다.    시는 등록규제 500여 건을 전수 조사해 31건의 개선 과제를 발굴하고, 규제개혁위원회 심의를 거쳐 25건을 정비 대상으로 확정했다.    개선 규모가 지난해의 5배에 이른다고 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를 행정기관이 직접 찾아 고치기로 한 것은 평가할 일이다.이번 정비 대상에는 주거·공업지역 등의 대지 분할 최소면적 완화, 입간판 제작에 사용할 수 있는 경량 소재 확대, 자연취락지구와 보호취락지구에서 건축할 수 있는 건축물 범위 확대 등이 포함됐다.    공공시설 매점과 자동판매기 우선 허가 신청자가 같은 순위일 때 행정기관이 대상자를 결정하던 방식도 추첨제로 바뀐다.    시민의 재산권과 영업 활동을 제약하거나 행정의 자의적 판단 가능성을 낳았던 규정을 합리적으로 개선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무엇보다 행정기관이 규제의 존치 필요성을 직접 입증하도록 한 ‘규제입증책임제’를 적용한 점이 눈에 띈다.    종전에는 시민과 기업이 규제가 부당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했다.    이제는 행정기관이 해당 규제를 계속 유지해야 할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면 개선하거나 폐지해야 한다.    규제를 행정 편의의 수단이 아니라 공익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되돌리는 변화다.문제는 실행이다. 규제개혁위원회가 개선을 의결했다고 해서 시민과 기업의 불편이 곧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관련 조례와 규칙을 개정하고 인허가 지침과 업무 처리 방식까지 바꿔야 한다.    담당 공무원이 과거 관행을 고수하거나 책임 부담을 이유로 소극적인 해석을 되풀이한다면 제도 개선의 취지는 무색해진다.    대구시는 과제별 개정 일정과 시행 시기를 명확히 정하고 추진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규제를 없애는 데만 치중해서도 안 된다. 대지 분할과 취락지구 건축 규제는 재산권뿐 아니라 난개발과 기반시설 부족, 주거환경 훼손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하게 걷어내되 안전과 환경, 공공질서를 지키기 위한 기준은 유지해야 한다.    규제 완화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점검하고 보완책을 함께 마련하는 것이 책임 있는 행정이다.개선 대상으로 채택되지 않은 6건의 처리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어떤 이유로 현행 규정을 유지하기로 했는지, 해당 부서가 규제의 필요성을 충분히 입증했는지 시민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규제개혁이 행정 내부의 판단에만 의존하면 현장과 동떨어진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주민과 전문가가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넓혀야 한다.대구시는 민선 9기 출범 이후 규제혁신 전담 조직을 팀에서 과 단위로 확대했다.    조직을 키웠다면 그만큼 분명한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 규제 정비 건수만 앞세울 게 아니라 인허가 기간이 얼마나 줄었는지,    시민과 기업의 비용이 얼마나 절감됐는지, 투자와 고용에 어떤 도움이 됐는지를 따져야 한다.    숫자만 늘리는 규제개혁은 행정 실적으로 남을 뿐 시민의 삶을 바꾸지 못한다.규제혁신의 성패는 발표가 아니라 현장에서 판가름 난다.    대구시는 이번 25건의 개선 과제를 신속히 시행하고 구·군과 산하기관의 낡은 규제까지 점검 범위를 넓혀야 한다.    시민과 기업이 실제로 달라진 행정을 경험할 때 규제개혁은 비로소 완성된다.    이번 정비가 일회성 성과 홍보를 넘어 대구 경제의 활력을 높이는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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