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공을 눈앞에 뒀던 대구도시철도 4호선 건설이 차량 방식 재검토로 다시 표류하고 있다.    당초 이달 첫 삽을 뜰 예정이었지만 철제차륜 자동안내주행차량(AGT)과 모노레일을 놓고 공론화 절차에 들어가면서 착공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기존 AGT 방식을 유지해도 1년가량, 모노레일로 변경하면 4년 이상 사업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시민 숙원사업이 선거 공약과 정치적 판단에 따라 흔들리는 현실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도시철도 4호선은 수성구민운동장에서 동대구역과 경북대, 엑스코를 거쳐 이시아폴리스까지 잇는 대구 북부권의 핵심 교통망이다.    총연장 12.6㎞에 정거장 12곳, 총사업비 8천863억원이 투입된다.    2018년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해 2020년 통과했고, 2024년 국토교통부 기본계획 승인도 받았다.    실시설계와 건설기술심의까지 사실상 마무리돼 사업계획 승인만 남겨둔 상태였다.하지만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여야 대구시장 후보들이 기존 AGT 대신 모노레일 도입을 공약하면서 사업은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장기간의 행정·기술 검토를 거쳐 착공 직전까지 온 대형 기반시설 사업이 선거를 계기로 다시 원점에서 논의되는 셈이다.    이처럼 정책이 정치 일정에 따라 뒤집힌다면 행정의 신뢰성과 예측 가능성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시민 의견을 듣고 더 나은 차량 방식을 찾는 공론화 자체는 필요하다. AGT와 모노레일 가운데 어떤 방식이 소음과 진동, 안전성, 도시 경관, 건설비와 운영비 측면에서 유리한지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그러나 이런 검토는 기본계획과 실시설계를 확정하기 전에 충분히 이뤄졌어야 했다.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을 투입한 뒤 착공 단계에서 차량 방식을 다시 논의하는 것은 대구시의 정책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보여준다.대구시는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고 3억3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내년 2월까지 권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공론화가 책임 회피나 시간 끌기의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AGT와 모노레일의 장단점을 시민에게 명확히 설명하고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결론을 내려야 한다.    각 방식의 건설비와 운영비, 소음·진동, 안전성, 차량 수급 가능성, 법률상 제약, 예상 착공·개통 시기를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재정 손실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 현재 4호선 사업에는 국비 418억원이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거나 모노레일로 변경되면 기존 국비를 반납하고 행정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할 가능성이 있다.    실시설계와 각종 용역에 투입된 비용이 매몰될 수 있고,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총사업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우려도 크다. 결국 그 부담은 시민 세금으로 돌아온다.더 큰 문제는 시민들이 감당해야 할 시간적·사회적 손실이다. 북구와 동구 일대는 대규모 주거단지와 산업·유통시설이 들어서면서 교통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엑스코와 종합유통단지, 경북대, 동대구역을 연결하는 대중교통망 확충도 더 늦출 수 없는 과제다.    착공이 4년 이상 미뤄질 경우 개통 시점 역시 당초 목표인 2030년에서 상당 기간 늦춰질 수밖에 없다.대구시는 공론화위원회 뒤에 숨지 말고 책임 있는 행정 주체로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기존 AGT 방식으로 추진한 배경과 모노레일 전환의 현실적 가능성, 방식 변경에 따른 추가 비용과 지연 기간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공론화 일정도 최대한 앞당겨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 결론이 내려지면 더 이상의 논란 없이 신속히 후속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도시철도 4호선은 특정 시장이나 정당의 치적 사업이 아니다. 대구의 미래 교통체계와 북부권 발전을 좌우할 시민의 자산이다.    정책을 바꿀 수는 있지만 그에 따른 비용과 책임까지 시민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    정치권과 대구시는 더 이상 4호선을 정쟁과 선거 논리에 가두지 말고 객관적인 검증과 시민 편익을 기준으로 조속히 결론을 내려야 한다. 대구시정의 신뢰가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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