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지방소멸 위기가 더 이상 경고 단계에 머물지 않고 있다.    청년이 떠난 농촌에서는 학교와 상점이 문을 닫고 의료·교통·돌봄 기반마저 흔들린다.    인구 감소가 생활서비스 축소를 부르고, 불편해진 정주 여건이 다시 인구 유출을 재촉하는 악순환이 곳곳에서 현실화하고 있다.    출생아 수를 늘리는 문제를 넘어 지역사회의 존립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경북도와 일선 시·군은 결혼·출산·보육·청년·주거·귀농·귀촌 등 각종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전입지원금과 출산장려금, 청년수당, 주택수리비, 귀농 정착금 등 사업 종류만 놓고 보면 부족해 보이지 않는다.    지방소멸대응기금과 정부 공모사업을 활용한 시설 조성도 잇따른다. 그러나 사업이 많다는 사실만으로 정책이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정작 따져야 할 것은 지원을 받은 사람이 지역에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가이다.    전입지원금을 받은 주민이 지원 종료 후에도 거주하는지, 취업한 청년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유지하는지, 귀농·귀촌 가구가 지속 가능한 소득 기반을 마련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주소를 잠시 옮기거나 단기 사업에 참여한 인원을 실적으로 내세우는 것은 지방소멸 대응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현금성 지원은 정착의 계기가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사람을 붙잡을 수는 없다.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와 감당할 수 있는 주거, 아이를 안심하고 키울 수 있는 교육·보육 환경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응급상황에 대응할 의료체계와 대중교통, 문화·여가시설도 필요하다.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청년과 가족의 장기 정착을 기대하기 어렵다.기업 유치와 산업단지 조성도 고용 인원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일자리가 생겼더라도 근로자가 다른 도시에서 출퇴근한다면 지역 인구 증가와 소비 확대로 이어지기 어렵다.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주택과 학교, 병원, 문화생활 기반을 동시에 갖춰야 기업 유치가 인구 유입으로 연결된다.    산업정책과 인구정책을 따로 추진하는 행정의 칸막이부터 없애야 한다.지역 특성을 외면한 획일적인 사업도 문제다. 도심 접근성이 높은 지역과 산간 오지, 농어촌이 처한 여건은 서로 다르다.    산업 기반이 취약한 지역에는 일자리와 생활서비스를 묶은 대책이 필요하고, 초고령지역에는 의료·교통·돌봄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다.    관광지역 역시 방문객 숫자를 부풀릴 것이 아니라 관광 소비가 주민소득과 청년 창업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지방소멸대응기금이 건물과 시설을 짓는 데 과도하게 투입되는 일도 경계해야 한다.    수요와 운영계획이 불분명한 시설은 준공 이후 유지관리비만 축내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    건물 몇 채을 지었는지가 아니라 그곳에서 어떤 일자리와 서비스가 만들어졌고 주민의 삶이 얼마나 나아졌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운영 인력과 재원조차 확보하지 않은 채 시설부터 짓는 것은 지방소멸 대책이 아니라 예산 낭비에 가깝다.경북도와 시·군은 정책 평가 기준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 사업 수와 예산 집행률, 참여 인원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 3년·5년 뒤 정착률과 고용 유지율, 청년 순이동, 생활인구 변화를 공개해야 한다.    효과가 없는 사업은 과감하게 폐지하거나 통합하고 성과가 검증된 정책에 재원을 집중해야 한다.    지방소멸이라는 명분이 부실한 사업을 정당화하는 방패가 돼서는 안 된다.중앙정부도 책임을 지방에 떠넘겨서는 곤란하다. 수도권에 집중된 양질의 일자리와 교육·의료·문화 기반을 지방자치단체의 힘만으로 분산하기는 어렵다.    공공기관과 기업의 지방 이전, 지역대학 육성, 필수의료 확충, 광역교통망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    지방소멸대응기금 역시 단년도 집행 실적보다 장기적인 정착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운용 방식을 손질해야 한다.지방소멸 대응의 목표는 주민등록 인구를 잠시 늘리는 데 있지 않다.    주민이 불편 없이 생활하고, 떠난 청년이 돌아오며, 새로 이주한 사람이 지역공동체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제 경북도와 시·군은 몇 개의 사업을 추진했는지 홍보하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    몇 명이 안정적으로 정착했고 주민의 삶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지방소멸 정책의 성패는 화려한 사업 목록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정착 성과로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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